[데스크 칼럼] '행복지수 59위', 대한민국의 암울한 현실
장학진 기자
wwrjang@sateconomy.co.kr | 2022-03-18 21:17:08
자신이 얼마나 행복한 지, 스스로 측정하는 지수가 행복지수이다. 영국의 심리학자 로스웰(Rothwell)과 인생 상담사인 코언(Cohen)이 2002년 발표한 것인데, 일종의 '행복공식'으로 개인은 물론 국민의 행복감의 정도를 가늠하는 지표로 자주 인용된다.
행복지수를 산출하는 근거로는 외향적이고 변화에 유연하게 대처하는 편인지, 긍정적이며 우울하고 침체된 기분에서 비교적 빨리 벗어나며 스스로 잘 통제하는 지 등 크게 4가지 요소를 고려한다.
로스웰과 코언은 이 중에서도 '건강·돈·안전·자유 등의 조건에 만족하는 정도'를 가장 비중있게 반영했 다. 그들은 이것을 생존조건, 즉 'E(existence)지수'라 칭하며 다른 조건에 비해 무려 5배의 가중치를 부여했다.
로스웰과 코언이 'E지수'에 유독 많은 가중치를 부여한 이유는 무엇일까. 아마도 인간 스스로 행복감을 느끼는 데 가장 절실히 필요한게 기본적인 생존조건이라는 의미일게다.
다른 조건들이 한 개인의 의지와 생각에 의해 얼마든지 바뀔 수 있지만, E지수는 그렇지 않다. 개인 의지로는 해결이 안된다. 가족, 사회, 국가 등의 역할이 그만큼 행복지수를 높이는데 중요하게 작용한다는 뜻일게다.
역설적으로 국민 행복지수가 높다는 것은 가정이, 사회가, 국가가 각 개인의 행복지수를 높이는 시스템이 잘 발달돼 있다는 의미와 다르지 않다. 또 국가의 행복지수 순위가 높다는 것은 그만큼 그 나라가 건강하며 살기좋은 나라라는 방증이다.
한국인은 어떨까. 한국인들은 얼마나 행복하다고 생각할까. 안타깝게도 한국인 스스로 느끼는 행복지수는 여전히 중위권을 맴돌고 있다. 경제력 순위는 10위에 오르고, 경제발전으로 선진국 문턱에 진입했다는 대한민국 국민들이 느끼는 행복지수는 OECD 최하위권이다.
한국인의 행복지수가 146개 조사대상국 중 59위에 머물고 있다는 국제 보고서가 나왔다. 유엔 산하 지속가능발전해법네트워크(SDSN)가 18일(현지시간) 공개한 '2022 세계행복보고서(2022 World Happiness Report)'에 따르면 2019년부터 2021년까지 한국의 행복지수는 10점 만점에 5.935점으로 50위권에 간신히 턱걸이했다.
SDSN은 2012년부터 국가 국내총생산(GDP), 기대 수명, 사회적 지지, 자유, 부정부패, 관용 등 6개 항목의 3년치 자료를 토대로 행복지수를 산출, 국가 순위를 매긴다. 한국은 2018∼2020년 합산 순위에선 평가대상 149개국 중 62위(5.845점)를 차지했다. 3계단 오른 것이다.
한국은 2016년 58위, 2017년 56위, 2018년 57위, 2019년 54위를 50권을 유지해왔다. SDSN은 한국은 GDP나 기대수명 항목에서는 높은 평가를 받았지만 나머지 항목에서는 상대적으로 낮은 점수가 나왔다고 강조했다.
행복지수 1위는 7.821점을 받은 핀란드가 차지했다. 그 다음으로는 덴마크(7.636점), 아이슬란드(7.557점), 스위스(7.512점), 네덜란드(7.415점) 등의 순이다. 유럽의 복지강국들의 독무대인 셈이다. 캐나다(7.025점)와 미국(6.977점)은 각각 15, 16위에 올랐고, 영국(6.943점)와 프랑스(6.687)는 각각 17위와 20위다. 아시아국가 중에선 대만(6.512점)이 26위로 순위가 가장 높았다. 일본은 6.039점으로 54위였고 중국(5.585점)은 72위에 머물렀다.
대한민국은 이제 자타가 공인하는 무역대국이자 경제강국이다. 그러나 복지는 여전히 중진국 수준을 면치 못하고 있다. 아무리 경제가 성장을 해도 국민들의 행복지수가 낮다면 국가는 심각하게 받아들여야할 문제다.
국내총생산(GDP) 등 경제 지표의 성장도 중요하지만, 삶의 만족도, 미래에 대한 기대, 자부심, 희망과 비젼 등 국민의 행복과 삶의 질을 높이는 것은 그 못지않게 중요한 정부의 역할이다. 국민 행복지수를 무시한 '성장 지향주의'는 향후에 심각한 사회문제를 야기할 수도 있다는 점을 차기 정부가 가슴 깊이 되새겨 국정에 반영하길 바란다.
토요경제 / 장학진 에디터 wwrjang@sateconom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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