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페이, 못 산 시버트 ‘경영권’ 대신 거래망 선택
시버트 807만주·NXT 지분 카카오페이증권으로
264억 현물출자…국내외 거래 인프라 한곳에
美 경영권 인수 무산 3년 만에 ‘K주식 유통망’으로 활용
김지영 기자
jykim.media@gmail.com | 2026-09-29 21:16:26
카카오페이가 미국 증권사 시버트와 국내 대체거래소 넥스트레이드 지분을 카카오페이증권으로 넘긴다. 모회사가 보유하던 국내외 증권거래 관련 자산을 실제 사업을 맡는 증권사로 모으는 재편이다.
29일 카카오페이는 시버트파이낸셜과 넥스트레이드 보유주식 전량을 현물출자하는 방식으로 카카오페이증권의 약 264억4400만원 규모 유상증자에 참여하기로 했다. 대가로 카카오페이증권 신주 44만5573주를 받는다. 카카오페이는 지난 7월 카카오페이증권을 100% 자회사로 편입했다.
이번 거래의 핵심은 증자 규모보다 어떤 자산을 옮기느냐다.
카카오페이는 2023년 시버트 주식 807만5607주를 취득했다. 이후 추가 지분을 사들여 지분율을 51%까지 높이고 경영권을 확보할 계획이었지만 같은 해 12월 추가 인수계약이 종료됐다. 경영권 확보는 무산됐지만 먼저 취득한 지분은 그대로 남았다.
3년이 지난 지금 시버트 지분의 역할은 달라지고 있다.
시버트 계열 증권사 MSCO는 카카오페이증권에 미국주식 거래를 위한 옴니버스 계좌와 거래체결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시버트 공시에 따르면 이 계약을 통해 올해 상반기에만 약 67만2000달러의 수익이 발생했다. 단순 지분투자 관계가 실제 증권거래 사업으로 이어지고 있는 셈이다.
카카오페이증권은 지난 7월 시버트와 미국 개인투자자에게 한국 주식 거래를 제공하는 ‘K-주식 글로벌 관문’ 구축 계획도 내놨다. 장기적으로는 미국 규제체계 안에서 토큰화를 활용해 거래시간을 확대하는 방안까지 검토한다. 아직 구체적인 사업구조와 상용화 시점은 확정되지 않았다.
이번에 함께 넘기는 넥스트레이드 지분도 비슷한 성격이다.
카카오페이는 넥스트레이드 주식 60만주, 지분 2.1%를 보유하고 있다. 투자원금은 약 30억원이다. 반면 실제 넥스트레이드 거래서비스는 카카오페이증권이 제공한다. 프리마켓과 애프터마켓 거래도 증권사가 담당한다.
그동안 모회사가 지분을 보유하고 자회사가 실제 사업을 해왔던 구조를 이번 현물출자를 통해 정리하는 것이다. 미국에는 시버트, 국내에는 넥스트레이드라는 거래 인프라 관련 지분을 카카오페이증권이 직접 갖게 된다.
같은 날 발표된 온도파이낸스와 디나리와의 협력도 이 같은 방향과 맞닿아 있다.
카카오페이증권은 해외투자자 통합계좌를 활용해 국내 상장주식 원주를 확보하고 해외에 유통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디나리와는 원주와 토큰을 1대1로 연계하는 방식의 개념검증도 추진한다. 다만 현재는 협력과 연구 단계로, 상용화가 확정된 사업으로 볼 수는 없다.
여기까지 연결하면 카카오페이의 전략 변화가 보다 선명해진다.
2023년에는 미국 증권사 시버트의 경영권을 확보해 미국 금융시장에 직접 진입하려 했다. 지금은 보유 지분을 카카오페이증권으로 옮겨 미국 시장을 연결하는 거래망으로 활용하는 쪽에 무게를 두고 있다. 국내에서는 넥스트레이드를 붙이고, 해외에서는 시버트와 토큰화 사업자들을 연결하는 구조다.
경영권을 사는 전략에서 필요한 거래 인프라를 연결하는 전략으로 방향을 바꾼 셈이다.
카카오페이가 먼저 카카오페이증권 지배구조를 정리한 뒤 전략자산을 이동시키고 있다는 점도 눈여겨볼 대목이다. 카카오페이는 지난 6월 약 1730억원을 들여 카카오페이증권 잔여지분 27.1%를 인수하기로 결정했고 이후 100% 자회사로 편입했다. 이어 석 달 만에 시버트와 넥스트레이드 지분까지 증권사로 넘기기로 했다.
카카오페이의 2025년 사업보고서상 시버트는 관계기업으로 분류됐으며 장부금액은 약 305억원이었다. 넥스트레이드에는 2022년 약 30억원을 투자했다. 단순 투자수익을 목적으로 했다면 모회사에 남겨둘 수도 있었던 자산이다. 이를 사업회사로 옮긴 것은 두 지분을 증권사업과 직접 연결하려는 의도가 그만큼 강해졌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다만 실제 성과는 따져봐야 한다. 시버트를 통한 한국주식 거래가 어느 정도 규모로 확대될지 아직 확인되지 않았고 토큰화 역시 규제와 투자자 보호, 기술 검증을 거쳐야 한다. 현물출자가 카카오페이증권의 순자본비율 등 자본적정성에 미칠 영향도 추가 확인이 필요하다.
그럼에도 이번 거래가 보여주는 방향은 분명하다. 카카오페이는 3년 전 경영권까지 확보하려 했던 시버트를 이제 카카오페이증권의 미국 시장 연결고리로 활용하고 있다. 여기에 국내 대체거래소 지분까지 같은 회사로 모은다.
264억원 증자보다 눈여겨볼 것은 이 자산 재배치다. 카카오페이증권을 국내 주식 거래에 머무는 증권사가 아니라 한국 주식을 해외 투자자에게 연결하는 플랫폼으로 확장하려는 전략이 지배구조와 자산배치에서도 구체화되고 있다.
토요경제 / 김지영 기자 jykim.media@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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