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스텝' 첫발 내디딘 미국, 韓경제에 미치는 파장은
'자이언트스텝' 가능성 높은 미국, 금융시장 전반에 일파만파 영향, 전쟁보다 무서운 고금리의 공포
김태관
8timemin@hanmail.net | 2022-03-18 21:10:01
▲제롬 파월 미 연준 의장이 16일(현지시각) FOMC회의 직후 기준 금리를 0.25%포인트 올린다고 발표하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미국이 치솟는 물가를 잡기 위해 마침내 '금리인상' 행진의 첫걸음을 뗐다. 코로나19 팬데믹과 우크라이나 전쟁이 겹치며 경기침체와 고물가가 맞물린 스태크플레이션이 우려되자, 미 연준(FED)은 지속적인 금리인상을 공언해왔다. 연준은 16일(현지시각) 기준 금리를 0.25%포인트 올렸다. 금리를 계속 낮추며 제로금리를 향해 나가던 미국이 금리를 올린 것은 3년3개월만이다. 이로써 미국의 기준금리는 0.00~0.25%에서 0.25∼0.50%로 올랐다.
미 연준의 금리인상은 단발성이 아니다. 이번 인상은 대대적인 고금리 시대의 서막을 알린 것에 불과하다. 연준은 이미 올해 남은 6번의 FOMC(연방공개시장위원회) 회의 때마다 금리를 올릴 수 있다고 공언했다. 수 십년 만의 인플레이션과 맞닥뜨려진 미국이 물가상승을 컨트롤할 주무기로 금리를 선택한 것이다.
미국의 본격적인 고금리시대는 세계 경제, 특히 대한민국의 경제에 상당한 영향을 끼칠 것으로 우려된다. 미국의 금리변화가 미국 자체는 물론 다른 나라에 큰 파장을 몰고왔던 전례가 많다. 그만큼 미국의 자본이 글로벌 금융시장을 좌지우지하고 있다는 방증이다. 본격적인 미국의 고금리시대가 한국 경제엔 어떤 파장을 불러올 지 걱정이 앞선다는게 국내 금융시장의 기상도는 '먹구름이 잔뜩 낀' 상태다.
'자이언트스텝' 가능성 높은 미국
미국의 고금리 시대 진입은 기정사실화됐다. 금리를 어디까지, 얼마나 빨리 올리느냐가 관건일 뿐이다. 통제불능 상태로 치닫는 물가를 잡기 위해 미국은 금리인상을 통한 통화량 억제를 금융정책의 최우선 순위에 두겠다는 의지를 여러차례 밝혔다. 역설적으로 미국의 최근 물가 흐름이 예사롭지 않다고 본 것이다.
그러나 사실 물가인상 보다 미국이 더 걱정하는 것은 경기침체다.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글로벌 공급망 재편이 가속화되고 세계 각국이 긴축에 동참하면서 글로벌 경기침체가 가속화할 것이란 비관적인 전망이 우세하다. 게다가 우크라이나 전쟁이 장기화할 경우 경기침체 역시 장기화할 것이란 우려감이 팽배하다. 미국 입장에선 지금의 인플레이션이 스태그플레이션으로 진화할 것을 우려한 나머지, 강력한 긴축으로 선제적 대응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미국은 물론 각국 전문가들이 이구동성으로 미국의 금리인상 움직임이 예상보다 그 폭이 크고 인상 시기가 앞당겨질 것이라 걱정하는 이유다. 물가를 잡기위한 특단의 조치가 계속 이어질 것이란 분석이다. 즉, 이번과 같은 소폭 인상, 이른바 '베이비스텝'으론 안개속에 빠진 글로벌 경기침체 국면에서 천정부지로 치솟는 물가를 잡지 못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이에따라 미국이 상반기 안에 한꺼번에 금리를 0.5%포인트 올리는 소위 '자이언트스텝'을 밟을 개연성이 크다는 게 대체적인 시각이다.
금융시장 전반에 일파만파 영향
2020년 3월 이후 코로나 팬데믹에 대응하기 위해 줄곧 파격적 금리인하를 통해 제로금리에 수렴하던 미국이 고금리로 방향을 틀면서 세계 경제는 다시한번 유동을 치고 있다. 특히 이번 금리인상이 1회성이 아니라 대대적인 금리인상의 시작이란 점에서 세계 각국은 미 연준의 움직임을 예의주시하는 한편 대응책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미 경제, 미 금융시장과 상당히 맞물려 돌아가는 대한민국 금융당국의 고민의 강도는 상대적으로 더 높다. 그만큼 미국의 갑작스런 금리변동이 한국 금융시장 전반에 미치는 파장이 크다는 얘기다.
기재부, 금융위, 한국은행 등 금융당국은 향후 미국의 금리인상이 자본시장에 미칠 파장을 분석하느라 분주하다. 무엇보다 미국의 금리인상 폭이 갈수록 커질 경우 해외 자본의 상당한 이탈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여, 증시 부진과 환율상승이 현실화할 가능성이 높다는 점에 주목한다. 증시의 침체는 기업의 자본조달에 미치는 영향이 크며, 고환율은 수입원가를 높여 치솟는 물가를 더 통제하기 어려운 지경으로 몰고갈 가능성이 높은 탓이다.
미국과의 기준금리의 격차가 계속 줄어들 것이 뻔한 상황에 우리나라도 기준금리의 추가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미국과 정도의 차이는 있으나 우리나라도 최근 물가 흐름이 예사롭지 않은 형국이다. 올들어 가파르게 상승하는 물가는 4%를 넘어 5%이상 오를 것이란 비관적 전망이 우세하다. 결국 우리나라 역시 기준금리 인상 행렬에 동참할 수 밖에 없는 상황으로 빨려들어가고 있다는 의미이다.
전쟁보다 무서운 고금리의 공포
오랜 저금리 시대를 벗어나 본격적인 고금리 시대가 현실화된 것이다. 이에 따라 자본이 안전자산 쪽으로 빠르게 이동, 불안전 자산으로 분류되는 주식, 암호화폐 등의 시세 하락이 불가피하다는 분석이 잇따르고 있다. 장기 침체의 늪에 빠진 한국 증시가 반등이 상당기간 지연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다. 또한 금리의 대대적인 인상은 대출 부담을 가중시켜 결국 집값 급락을 불러올 가능성이 높다는 게 중론이다.
더욱 문제는 경기침체다. IMF 등이 한국의 경제성장률을 낮추고 있는 상황에 정부가 미국의 스텝에 맞춰 고금리로 통화긴축에 나설 경우, 예상보다 성장률이 더 둔화될까 걱정이다. 차기 정부가 물가 단속에 실패한다면, 금융위기 이후 최악의 경기침체 속 고물가룰 동반하는 스태그플레이션, 즉 'S의 공포'가 현실화할 수도 있다는 경고의 목소리까지 흘러나오고 있다.
경제 전문가들은 "미국 금융시장의 영향을 크게 받는 한국 입장에선 미국의 대대적인 금리인상이 우크라이나전쟁 보다 더 무서운 공포로 느낄 수 있다"고 전제하며 "현재의 복합 위기와 장기적 저성장을 극복하기 위한 전면적 궤도수정과 장단기 긴급처방전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토요경제 / 김태관 기자 8timemin@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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