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점화 우려 커진 美 인플레이션...“고금리 지속 전망에 국내 내수 부진 골 깊어지나”

시장 예상 벗어난 美 물가...인플레이션 반등 여부에 관심
미 연준 금리 인하 지연 전망...한은도 금리 동결 불가피
상당기간 고금리 유지 전망...경기둔화 속 내수 부진 우려

이승섭 기자

sslee7@sateconomy.co.kr | 2024-02-17 21:03:31

미국의 1월 생산자물가(도매물가)가 시장 예상보다 큰 폭으로 상승하면서 인플레이션 우려가 다시 나오고 있다.
 

▲미국 1월 생산자물가지수가 시장 예상보다 높은 전월 대비 0,3% 상승해 인플레이션 재점화 우려를 키운다. 사진은 미국 사우스캐롤라이나주 노스찰스턴의 보잉 공장 <사진-연합뉴스>
미국 노동부는 16일(현지시간) 지난 1월 미국의 생산자물가지수(PPI)가 전월 대비 0.3% 상승했다고 밝혔다. 이 같은 수치는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집계한 전문가 전망치인 0.1%를 크게 웃돈다.

생산자물가는 일정한 시차를 두고 최종 소비재 가격에 반영되기 때문에 인플레이션이 반등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앞서 지난 13일(현지 시각) 발표된 미국 1월 소비자물가지수(CPI)가 전년 동기 대비 3.1% 오르면서 시장 전망치인 2.9%를 넘어섰다. 특히 근원물가도 3.9%로, 역시 예상치(3.7%)를 상회했다.

미국 연준이 인플레이션 우려를 들어 기준금리 인하 시기를 상반기가 아닌 하반기 이후로 늦출 경우 한국 경제로서는 부담이다. 가뜩이나 경기 둔화 속에 장기간 고금리로 어려움에 빠져있는 기업과 가계의 부담이 지속되면서 내수 부진의 골도 그만큼 깊어질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다.

◆예상 밖 물가 인상에 우려 커진 美 인플레이션

이날 미국 노동부가 발표한 1월 생산자물가지수(PPI)는 전달보다 0.3%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월 대비 0.1% 상승을 예상했던 월스트리트저널(WSJ)가 집계한 전문가 전망치를 웃도는 수치다.

생산자물가는 작년 10월 0.4% 하락한 데 이어 12월에도 0.1% 하락해 인플레이션 둔화세가 지속될 것이란 기대감을 높였다. 하지만 올 1월에 상승 폭이 되레 커지면서 분위기가 반전되는 모습이다.

물가의 기조적 흐름을 나타내는 근원 생산자물가도 전월과 비교해 0.6% 올라 전문가 전망치(0.1%)를 크게 넘어섰다. 이는 작년 1월(0.6%) 이후 1년 만에 가장 높은 상승률이다.

생산자물가는 향후 소비자물가의 선행 지표로 읽혀진다. 그런데 지난 13일 발표된 1월 소비자물가지수(CPI)가 전년 대비 3.1% 상승한 것과 맞물리면서 인플레이션 둔화세가 멈추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수그러드는 미 연준 기준금리 조기 인하 기대감

이로 인해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ed·연준)가 5월 이전 금리 인하에 나설 것이라는 월가의 기대도 약화하는 분위기다.

미국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금리선물 시장은 16일 오전 9시(현지시간) 5월 통화정책 회의 이전 연준이 기준금리를 인하할 확률을 32% 정도로 반영하고 있다. 1주일 전인 지난 9일의 61%와 견줘 거의 절반 수준에 그친다.

앞서 소비자물가 둔하세가 주춤해지자 시장의 금리 인하 기대감도 낮아졌다. 1월 소비자물가지수 발표 직후 블룸버그 터미널이 사용자를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 연준이 3월에 금리를 인하할 확률은 10.6%, 5월에 인하할 확률은 26.8%를 기록했다. 전날 대비 각각 1.7%포인트, 24.1%포인트 떨어졌다.

월가는 연준의 첫 금리 인하 시점을 오는 6월로 점친다. 하지만 앞으로도 1월 CPI같은 수치가. 이어진다면 미 연준의 금리 인하 시기는 더 늦춰질 가능성도 있다고 진단한다.

더욱이 1월 생산자물가지수도 예상 밖으로 반등하자 일각에서는 연준이 금리 인하는커녕 오히려 금리 인상에 나설 수 있다는 지적도 나와 주목된다.

 

▲오는 22일 개최될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 회의에서 현행 기준금리를 동결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사진=연합뉴스>


◆상당 기간 긴축 통화 정책 불가피해진 한국은행

한은 금융통화위원회는 오는 22일 통화정책방향 회의를 열고 현재 3.50%인 기준금리를 동결할지, 조정할 지를 논의한다. 하지만 이번에도 동결 쪽에 무게가 실린다.

미국의 물가 불안이 여전한 가운데 국내 상황도 그리 녹록치 않기 때문이다. 1월 소비지물가상승률이 2,8%로 6개월 만에 2%대로 내려왔지만, 아직도 2%대 후반 수준이다, 정부의 목표 물가 2%를 맞추려면 상당한 시간을 필요로 한다. 또 가계부채 증가세도 완전히 꺾이지 않고 있는 것도 부담으로 작용한다.

이렇게 보면 미 연준이 기준금리를 빨라야 5,6월, 또는 향후 소비자물가지수가 시장 기대치 밖에서 맴돈다면 자칫 하반기로 늦춰질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따라서 한은도 적어도 올 상반기까지는 현 기준금리를 유지할 가능성이 크다.

 

▲정부와 국민의힘이 지난 14일 개최한 고금리 위기 극복과 신산업 전환을 위한 민·당·정협의회 <사진=연합뉴스>
◆고금리 지속 시 내수 부진·경기 둔화 불가피

문제는 미국의 인플레이션 재점화 우려가 가시지 않을 경우다. 그렇게 되면 미국 기준금리 인하 시점이 늦어지게 되거나 오히려 금리가 인상될 경우 한국 경제 부담도 그만큼 커질 수밖에  없다. 가뜩이나 경기 둔화 속 내수 부진이 계속되고 있는 상황에서 장기간 고금리로 인해 기업과 계의 투자 및 소비 위축 현상이 더 심화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정부와 국민의힘이 지난 14일 민간은행 등과 협력해 고금리 위기 극복과 신산업 전환 지원을 위해 총 76조 원 규모의 맞춤형 기업 금융을 마련하기로 한 것은 이런 배경이다. 또 대출금리가 5%를 넘는 대출에 대해 1년 간 최대 2%포인트 금리를 인하하는 방안을 마련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미국의 인플레이션 우려에 따른 미 연준의 통화 긴축 정책이 상당 기간 지속될 상황을 대비해 내수 경기 위축을 막을 수 있는 실효적인 방안을 선제적으로 마련할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

토요경제/ 이승섭 대기자 sslee7@sateconomy.o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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