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붙은 글로벌 칩 전쟁···미국 제치고 패권 노리는 유럽
김태관
8timemin@hanmail.net | 2022-11-29 20:59:47
각종 인센티브를 앞세운 미국발 반도체 패권전쟁에 맞서 유럽이 경쟁력 강화에 열을 올리고 있다.
이는 최근 미국이 수십억 달러의 인센티브를 제공하면서 TSMC와 삼성 등 글로벌 하이테크 기업을 유치하자 유럽 전체가 공황 상태에 빠졌던 것과는 사뭇 다른 모습이다.
지난 28일 독일 공영방송 DW는 “유럽은 글로벌 반도체 전쟁에서 최종 승자가 될 자격이 충분하다”며 이같이 보도했다.
DW는 “인피니언이 드레스덴에, 인텔은 마그데부르크에, TSMC도 독일에 공장 건설을 고려하고 있다는 소문이 끊이지 않고 있다”며 “유럽도 미국에 버금가는 자금을 풀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매체는 “바이든 행정부의 인플레이션 감축법으로 3700억 달러(3520억 유로)를 마음대로 사용할 수 있게 됐다”며 “또한 칩 및 과학법은 반도체 분야에 총 2800억 달러의 자금을 지원해 미국을 강화하고 연구 개발을 촉진하며 지역하이테크 센터 설립을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EU의 기술 회사들이 장기적으로 미국 보조금 유혹을 뿌리칠 수 있겠냐”며 “약 430억 유로로 목적을 달성해야 하는 EU 칩 법은 부족하다”고 짚었다. 유럽은 글로벌 칩 생산 점유율을 오는 2030년까지 현재의 두배인 20%를 목표로 하고 있다.
또 매체는 오스트리아 기술 그룹 AT&S의 책임자 안드레아스의 주장을 인용해 “유럽은 기술 발표에서는 세계 최고이지만 실제 구현하는 기술은 아직 부족하다”며 “현재의 예산은 너무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나아가 이미 보유한 기술과 인력 활용의 필요성도 강조했다.
DW는 “유럽은 인프라와 지식, 잘 훈련된 인력을 충분히 보유하고 있다”며 이를 잘 활용할 것을 주문했다.
유럽은 칩 제조 부문에서 오랜 역사를 가진 데다 이에 기반한 인프라도 상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벨기에 루벤에 있는 마이크로 일렉트로닉스 센터의 경우 빅테크 경쟁자조차도 함께 연구를 수행 중이다. 또 독일 드레스덴 근처의 ‘실리콘 작센’, 프랑스 대학 도시 그르노블과 같은 세계적 반도체 클러스터도 있다.
여기에 유럽에는 EU 칩 법뿐만 아니라 미국의 인플레이션 감축법과 동일한 목표를 설정한 유럽 회복 기금도 있다. 약 1조9000억 유로에 달하는 이 기금은 오는 2030년까지 사용할 수 있다.
EU 차원의 지원도 활발하게 진행 중이다.
유럽연합 집행위원회(European Commission)는 유럽이 하이엔드 칩과 슈퍼컴퓨팅에 더 많이 참여하도록 캠페인을 벌였다. 디지털 주권을 확보하는 것이 공급망을 확보하는 것보다 더 중요하다는 이유인데 사물인터넷(IoT)이나 인공지능(AI)을 통한 국가와 사회의 디지털화가 디지털로 발전할수록 기술주권이 보장되어야 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실제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슈퍼컴퓨터 4대 중 2대는 이미 유럽(이탈리아, 핀란드)에 있다. 여기에 오는 2024년까지 독일 최초의 엑사스케일 슈퍼컴퓨터가 율리히에서 가동될 예정이다. 1000 페타플롭 이상의 슈퍼컴퓨터 ‘주피터(JUPITER)’는 500만 개 이상의 최신 노트북 컴퓨팅 성능을 갖게 된다. 또다른 엑사스케일 슈퍼컴퓨터는 뮌헨과 슈투트가르트에서 준비될 예정이다.
DW는 “기업이 더 많은 보조금에 따라 움직인다는 판단은 틀린 것”이라며 “재료, 연구를 비롯한 전체 네트워크가 가장 중요하다. 그런 점에서 유럽은 최고의 환경을 갖췄다”고 결론지었다.
실제 유럽 내에는 세계적 연구소와 시설이 즐비하다.
독일의 실리콘밸리로 불리는 작센주에는 반도체와 관련한 약 200개의 회사가 활발한 연구를 이어가고 있다. 또 네덜란드의 ASML, 산업용 광학 그룹 Zeiss, 산업용 레이저 전문업체 Trumpf와 같은 특화한 공급업체, 산업용 가스 및 클린룸 기술 제조업체 등도 상당수 보유했다.
이런 국제적 클러스터를 보유한 유럽이 최종적인 결단과 이행 속도를 끌어올린다면 반도체 전쟁에서 최종 승자가 될 수 있다는 판단이다.
토요경제 / 김태관 기자 8timemin@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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