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종호 칼럼] 대우건설·두산과 협상 끊은 한수원…정부는 뒷짐만

임종호 기자

yimjongho1969@gmail.com | 2026-11-02 20:47:23

▲ 임종호 토요경제신문 편집국장

26조원 규모의 체코 원전 사업이 뜻밖의 암초를 만났다. 해외 경쟁사가 아닌 '팀코리아' 내부의 갈등 때문이다.

한국수력원자력은 8년간 함께 수주전을 치른 대우건설·두산에너빌리티 컨소시엄과 시공계약 협상을 끝냈다. 정부는 중재할 법적 권한이 없다며 선을 그었다. 국가적 사업이 흔들리는데 책임지는 주체가 보이지 않는다.

한수원의 결정부터 납득하기 어렵다. 협상이 길어졌고 공사 일정이 촉박하다는 사정은 이해한다. 그러나 시간이 없다고 근본적인 문제가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핵심은 공사비와 위험 분담이다. 설계 변경으로 공사 물량이 늘어나면 누가 비용을 부담할 것인가. 건설사의 수익을 넘어 사업 전체의 손익을 좌우할 중대한 문제다.

한수원은 충분히 협상했고 더는 지체할 수 없었다고 설명한다. 반면 대우건설은 수천억원의 손실까지 감수하는 수정안을 제시했지만 제대로 검토받지 못했다고 주장한다.

어느 쪽이 합리적인지는 따져볼 일이다. 그런데 한수원은 이견을 해소하지 못한 채 새 시공사를 찾겠다고 한다. 과연 최선의 선택인가.

새 시공사를 선정하는 데도 상당한 시간이 걸린다. 기존 컨소시엄이 받아들이지 못한 조건을 다른 건설사가 수용할지도 의문이다. 결국 같은 문제를 안고 협상을 처음부터 다시 시작할 수 있다. 공기를 단축하려던 결정이 오히려 지연을 부를 수 있다는 얘기다.

대우건설은 이미 수백억원을 선투입했다고 주장한다. 협상 종료가 법적 분쟁으로 번지면 시간과 비용 부담은 더 커진다. 당장의 갈등을 피하려다 더 큰 위험을 떠안을 수 있다.

정부의 태도는 더욱 이해하기 어렵다.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은 지난달 29일 한수원의 결정을 존중한다고 밝혔다. 이달 2일에는 장·차관이 직접 사업을 점검하는 비상관리체제까지 가동하겠다고 했다. 그런데 대우건설이 재협상 중재를 요청하자 산업부는 법적 권한이 없다며 선을 그었다.

비상관리까지 선언한 정부가 정작 갈등 해결에는 한발 물러선 모양새다.

물론 정부가 기업에 특정 계약조건을 강요할 수는 없다. 그러나 강제 중재 권한이 없다는 것과 해법을 찾을 책임이 없다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다.

정부가 먼저 따져야 할 것은 한수원의 협상 종료가 과연 합리적인 결정이었느냐는 점이다. 새 시공사 선정에 따른 비용과 일정 지연 가능성은 충분히 검토했는가. 기존 컨소시엄과의 재협상은 정말 불가능한가.

이런 의문조차 해소하지 못한 채 한수원의 결정만 존중한다면 정부의 비상관리는 무엇을 위한 것인가.

필요하다면 양측을 다시 협상 테이블에 앉혀야 한다. 국가적 사업의 이해관계를 조정하고 합리적인 출구를 찾는 것. 지금 정부가 보여야 할 정치력이다.

체코 원전은 단순한 기업 간 계약이 아니다. 한국 원전 산업의 유럽 진출을 상징하는 사업이다. 수주할 때는 정부와 공기업, 민간기업이 하나의 팀이었다. 정작 갈등이 생기자 서로 권한과 책임부터 따진다. 이럴 거면 그토록 강조했던 '팀코리아'는 무엇을 위한 것이었나.

대우건설의 요구가 모두 옳다는 얘기는 아니다. 한수원의 결정을 무조건 뒤집으라는 것도 아니다. 중요한 것은 어느 선택이 사업 전체의 위험과 비용을 줄이고 국익에 부합하느냐다.

한수원은 협상 종료가 최선이었다는 근거를 내놓아야 한다. 정부는 그 판단이 국익에 부합하는지 검증해야 한다. 비상관리라는 이름으로 일정만 챙겨서는 부족하다.

결자해지(結者解之)다.

한수원은 자신의 결정에 책임지고, 정부는 자신이 존중한 결정의 결과까지 살펴야 한다.

수주할 때는 '팀코리아', 위기가 닥치니 '각자도생'인가.

갈등 앞에서 뒷짐 지는 정부라면 앞으로 누가 '팀코리아'를 믿고 함께하겠는가.

 

토요경제 / 임종호 기자 yimjongho1969@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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