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행인 칼럼] 삼성·SK하이닉스, 주주환원의 새 문법

조봉환 기자

ceo@sateconomy.co.kr | 2026-08-22 20:41:28

▲ 조봉환 토요경제신문 발행인 겸 대표이사한국을 대표하는 두 반도체 기업이 돈 쓰는 방식을 바꾸고 있다. 삼성전자는 올해 약 90조~110조원의 주주환원을 예고했다. SK하이닉스는 40조원어치 자사주를 사들여 전량 소각하기로 했다. 두 회사가 내놓은 규모만 최대 150조원이다.

 

숫자도 크지만 더 눈여겨볼 것은 방향이다. 한국 기업은 오랫동안 번 돈을 회사 안에 쌓아두는 데 익숙했다. 미래 투자를 위한 현금 확보라는 명분도 있었지만, 과도한 현금 보유와 낮은 주주환원은 '코리아 디스카운트'의 한 원인으로 지적됐다.

삼성전자는 잉여현금흐름의 50%를 주주환원에 쓰겠다는 기존 원칙에 따라 올해 사상 최대 환원에 나선다. 2020년 20조3000억원이던 종전 최대치의 약 5배다. 3분기에만 정규배당을 포함해 약 30조원을 현금으로 배당한다는 얘기다.

SK하이닉스는 한발 더 나갔다. 40조원 규모의 자사주를 약 3개월 동안 매입한 뒤 전량 소각한다. 발행주식의 약 3.3%다. 2025~2027년 누적 잉여현금흐름의 주주환원 기준도 기존 '50% 범위 내'에서 '50% 이상'으로 높였다.

자사주 소각은 의미가 분명하다. 회사가 자기 주식을 사서 없애면 전체 주식 수가 줄어 기존 주주의 몫이 상대적으로 커진다. 단순히 회사 금고에 자사주를 보관하는 것보다 주주환원의 의지가 명확하다.

물론 기업이 번 돈을 모두 주주에게 나눠주는 것이 능사는 아니다. 반도체는 한 번 투자에 수십조원이 들어가는 산업이다. 기술 경쟁에서 뒤처지면 오늘의 배당도 내일은 없다. SK하이닉스만 해도 최근 용인과 청주 생산시설에 54조원 투자를 결정했다. 성장투자와 주주환원 사이의 균형이 중요하다.

그래서 이번 결정의 핵심은 '많이 돌려준다'는 데만 있지 않다. 투자할 곳에는 과감하게 투자하고, 그 뒤에도 남는 현금을 주주에게 돌려주는 자본 배분의 원칙을 세웠다는 데 있다. 기업이 돈을 벌고도 목적 없이 현금을 쌓아놓는 시대에서 벗어나고 있다는 신호다.



이 변화가 중요한 이유는 한국인의 자산 선택과도 연결되기 때문이다. 기업이 성장한 과실을 주주와 꾸준히 나누면 주식은 단기 매매 대상에서 장기 자산으로 바뀔 수 있다. 부동산에 과도하게 몰린 돈을 생산적인 기업 자본으로 옮기는 데도 도움이 된다.

기업의 주인은 경영진도, 대주주만도 아니다. 위험을 감수하고 자본을 댄 모든 주주가 함께 주인이다. 기업은 필요한 투자를 하고, 직원과 협력사에 정당한 몫을 지급한 뒤 남는 성과를 주주와 나눠야 한다. 이것이 자본주의의 기본 문법이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이번에 내놓은 최대 150조원의 의미는 액수보다 그 문법에 있다. 한국 기업이 잘 버는 기업에서 잘 투자하고, 잘 나누는 기업으로까지 진화한다면 코리아 디스카운트도 결국 숫자가 아니라 신뢰의 문제에서 풀릴 것이다.

 

토요경제 / 조봉환 발행인 ceo@sateconom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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