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 날개 단 경윳값, 이대로 두고 볼건가
조은미
yscem@naver.com | 2022-03-28 20:28:37
▲ 조은미 토요경제신문 산업부 차장
국제 유가가 치솟고 있는 가운데, 국내에서 유독 경윳값의 강세가 두드러진다. 휘발윳값이 뛰고 있는데, 경윳값은 날개를 단 격이다. 유지비가 싼맛에 경유차를 뽑는 사람들이 많았는데, 그것도 이제 옛말이 될 모양이다.
수 십년째 경유와 휘발유의 가격차는 리터당 200원 안팎으로 제법 났다. 늘 휘발윳값이 비쌌다. 그런데, 그 격차가 갈수록 줄더니 어느새 100원 이하로 좁혀졌다. 27일 현재 전국평균도 겨우 84원이다. 경윳값이 휘발윳값을 추월하는 것은 이제 시간문제이며, 초읽기에 들어간 것같다.
경윳값이 상대적으로 더 오르는 이유는 국제적인 수급문제와 직결된다. 우크라이나 전쟁에 대한 경제 보복조치로 미국과 유럽 국가들이 러시아산 유류에 대한 불매운동에 나서면서 일시에 유류 공급망에 수급불균형 현상이 나타난 때문이다.
휘발유보다는 경유차가 더 많은 유럽국가들의 경우 구매처가 다른 산유국으로 몰리자 경윳값 상승폭이 휘발유를 압도하고 있는 탓이다. 유럽연합(EU) 국가들이 러시아로부터 수입하는 경유 비중이 약 20%인데, 이 수요가 다른쪽으로 한꺼번에 쏠리니 어찌보면 당연한 결과다.
당장 우리나라가 걱정이다. 일반 개인용 승용차는 휘발유 비중이 크지만, 경유는 트럭 등 산업용이나 중장비 등에 주로 쓰인다. 승용차야 기름값이 비싸면 덜타거나 안타면 그만인데, 경유를 원료로하는 산업용차는 고스란히 원가부담으로 전가된다. 물류비나 원가상승 요인이 될 수 밖에 없는 구조라는 뜻이다.
설상가상 우리나라는 세계에서 42번째로 유가가 비싼 나라다. 국제유가가 오르면 그만큼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크게 돼 있다. 일본과 비교해도 우리나라의 기름값이 훨씬 비싸다. 정부는 치솟는 유가에 어떻게든 제동을 걸기 위해 유류세를 전가의 보도처럼 활용한다. 유류세 인하폭을 현행 20%에서 30%로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중이다. 정부가 가장 쉽게 내놓을 수 있는 고유가 대책이다.
유류의 거의 대부분을 수입하는 우리 형편상 뾰족한 대안이 없는 것도 잘 안다. 문제는 일률적인 유류세 인하가 휘발윳갑과 경윳갑의 차이를 더 좁히는 결과로 이어진다는 점이다. 기준 단가가 높은휘발유와 경우에 같은 인하율을 적용하니까 실질 인하된 금액이 휘발유가 높은게 당연한 이치인데, 정부가 이를 간과한 것같다.
민수용과 산업용은 차별화하는게 옳다. 전기나 가스를 보라. 민수용에 비해 산업용이 훨씬 싸다. 다른 가격테이블을 적용하기 때문이다.경유를 산업용이라 단정지을 수 없지만, 산업용 차량의 경우 휘발유차는 드믈다.
정부가 산업용 전기나 가스에 상대적으로 낮은 단가표를 적용하는 이유는 산업을 육성하는게 결국 국민을, 국가를 위한 것이기에 특혜를 주는 것이라 할 수 있다. 유류에 적용해도 이치는 같다. 전후 상황을 고려하지 않은 채 일률적으로 적용하는 것이 형평성은 아니다. 절대적 형평성보다 상대적 형평성을 찾기 위한 노력도 정부의 몫이다.
게다가 산업용 차량에 사용되는 경유의 양과 비용은 일반 승용차에 비할 바가 아니다. 산업용 중장비나 기계류의 경우는 심각하다. 경윳값이 요즘처럼 대폭 상승하면 그 부담은 상상을 초월할 정도다.
유류세 인하만으로는 부족해서인지, 정부는 유류보조금을 풀어 손실을 보장할 모양이다. 좋은 일이다. 충분히 검토할만한 다급한 상황이다. 그러나 차제에 유류세 인하를 일률적으로 하지말고, 산업용으로 더 많이 쓰이는 경유에 대해 더 높은 인하율을 적용하는 방법을 찾는 것은 어떨까. 산업용 전기나 가스요금이 싸다고 노골적으로 불만을 터트리는 소비자들이 없지 않은가 말이다.
토요경제 / 조은미 기자 yscem@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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