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경제 17주년 특별기획] 서울 토박이가 말하는 진짜 '서울 이야기'(10)

면보다 국물 '칼국수', 평양이나 함흥과 차원이 다른 '냉면'

김병윤 기자

bykim7161@hanmail.net | 2022-02-04 23:08:06

서울은 1392년 조선이 건국된 이래 600년 넘게 수도의 자리를 지키고 있다. 서울은 그렇게 우리나라의 정치, 경제, 사회, 문화의 중심지였다. 서울을 이해한다는 건 결국 우리의 과거, 현재, 미래에 다가선다는 뜻일 게다. 이 연재는 '찐 서울 토박이'자 '대한민국 연예1호' 기자로 불리는 정홍택 선배의 구술을 기초 삼아 김병윤 대기자가 꼼꼼히 현장을 누비며 쓴 글이다. 김 병윤 대기자가 전하는 생동감 넘치는 서울 이야기를 '토요경제 17주년 특별기획'으로 본지에서 매주 2회 독자에게 전하려 한다. [편집자 주]


면보다 국물이 중요한 ‘칼국수’ 

▲서울 칼국수 <사진=김병윤 대기자>

 

칼국수의 뜻은 무얼까. 단순하다. 칼로 반죽을 자른다 해서 칼국수다. 손으로 직접 자른다. 기계의 힘을 빌리지 않는다. 요즘은 대부분 기계로 뽑아낸다. 칼국수는 전국에 퍼져있다.

서울의 칼국수는 특징이 있다. 서울의 칼국수는 면이 가늘다. 지방의 칼국수는 면이 굵다. 면을 미는 홍두깨가 크다. 밀가루 반죽을 잘 밀어야 한다. 힘들고 번거롭다. 숙련된 기술이 필요하다. 기술자의 손맛이 중요하다. 홍두깨 기술자 쟁탈전도 치열했다.

 

요즘은 홍두깨로 칼국수를 만드는 집이 별로 없다. 예전 칼국수 맛이 안 난다. 배가 불러서일까. 음식은 사람의 정성이 들어가야 한다. 칼국수 국물에는 호박이 꼭 들어가야 한다. 고명도 많이 넣어야 한다. 잘못하면 밀가루 비린내가 난다. 

 

풍습에 따라 새알을 넣는 집도 있다. 지금도 칼국수 집은 성행한다. 아쉬움이 있다. 전통 방식이 많이 사라졌다.

칼국수는 비 오는 날 많이 팔린다. 빗소리가 들리면 생각나는 음식이다. 낮에는 칼국수. 저녁에는 빈대떡. 비 오는 날 생각나는 음식의 양대 산맥이다. 가락국수와 잔치국수도 있다. 칼국수와 다르다. 모두 기계로 면을 뽑는다. 

 

잔치국수는 서민에게 포식의 기쁨을 줬다. 부잣집 잔치 때 맛볼 수 있었다. 잔치 때면 국수를 많이 만들었다. 수백 그릇 끓였다. 동네 사람을 모두 초대했다. 아낌없이 베풀었다. 주는 사람이나 먹는 사람이나 부담이 없었다. 웃음꽃을 피며 배불리 먹었다. 배고팠던 시절의 추억이다.

가락국수도 서울에서 만들어졌다. 면이 두툼하다. 우동 면과 흡사하다. 가락국수는 추억의 음식이다. 기차역의 추억이 담겨있다. 완행 열차를 타고 갈 때 배고픔을 달래줬다. 

 

기차역에 잠시 설 때 승객들이 웅성거렸다. 가락국수 먹을 준비에. 기차가 서면 피난민처럼 몰려갔다. 국수판매대로. 순식간에 먹어 치웠다. 먹는 게 아니라 마시는 수준이었다. 빨리빨리 민족이 아니면 못 볼 진풍경이었다. 가락국수는 그렇게 우리의 허기를 달래줬다. 아스라한 추억과 함께.


평양이나 함흥과 차원이 다른 ‘냉면’

▲ 냉면<사진=김병윤 대기자>

 

냉면은 서울음식이 아니다. 서울음식으로 변한 것이다. 이북에서 내려왔다. 이북냉면과 맛이 다르다. 냉면은 평양과 함경남도 함흥이 원조이다. 평양냉면은 물냉면이다. 함흥냉면은 비빔냉면이다. 평양냉면은 1920년대에 전래됐다. 메밀 30%, 밀가루 70%로 만들어진다. 밀가루가 많이 들어간다. 이유가 있다. 메밀 값이 비싸다. 메밀은 뭉쳐지지 않는다. 밀가루가 들어가야만 한다.

평양냉면은 면이 굵다. 국물이 달지 않다. 담백하다. 서울에 와서 맛이 바뀌었다. 서울냉면은 국물이 달다. 배를 넣었다. 식감을 높여줬다. 아삭아삭 씹히는 맛이 더해졌다. 새로운 맛이 탄생했다. 북한에는 배가 없었다. 달걀도 첨가해 영양분을 보충했다. 메밀은 실제로 영양분이 부족하다.

서울 사람은 새로운 냉면을 개발했다. 동치미냉면이다. 시원한 동치미국물에 말아 먹어봤다. 맛이 좋았다. 새로운 맛을 느낄 수 있었다. 함흥냉면은 평양냉면보다 늦게 들어왔다. 메밀이 안 들어간다. 전분가루와 밀가루로 만든다. 면이 가늘고 질기다. 국물이 없다. 면 자체의 맛을 느낀다. 매콤한 양념과 함께.

냉면 먹을 때 알아야 할 점이 있다. 식초를 국물에 뿌리는 게 아니다. 면에 뿌려야 한다. 메밀에 특유의 독소가 있다. 식초는 메밀의 독소를 제거해준다.

서울의 냉면은 1940년대에 뿌리를 내렸다. 해방 후 미군부대에서 밀가루가 많이 나왔다. 냉면을 만들기에 좋았다. 북촌에 냉면집이 40~50개가 들어섰다. 점차 사람들의 입맛을 사로잡았다. 대중음식으로 사랑 받았다. 

 

아쉬움이 있다. 2019년에 값이 너무 올랐다. 서민이 먹기에 부담이 간다. 고기값보다 비싼 곳도 있다. 과연 그렇게 올려야 했을까. 의문이 든다.

남한과 북한은 냉면 먹는 시기도 다르다. 북한에서는 겨울에 먹는다. 강추위에 몸을 떨어가며 맛을 즐긴다. 추위는 추위로 이기는 방법이다. 삼복더위에 삼계탕을 먹는 것과 같다. 

남측인 서울에서는 여름에 많이 먹는다. 시원함으로 더위를 달랜다. 냉면은 서울음식의 대중화를 증명해준다. 서울음식이 전국 음식임을 일깨워 준다.

 

토요경제 / 김병윤 대기자 bykim7161@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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