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하이닉스 나스닥행, 개미도 웃을까

마이크론보다 낮은 몸값 재평가 기대…신주·세금·환율은 변수

임종호 기자

yimjongho1969@gmail.com | 2026-06-20 20:26:26

▲ 기사를 바탕으로 제작된 Ai 이미지

 

SK하이닉스의 나스닥 ADR 상장은 국내 개미에게 호재일까, 부담일까. 하이닉스가 미국 AI 반도체 기업들과 같은 시장에서 거래되면 기업가치를 다시 평가받을 수 있다. 반면 신주 발행이 뒤따르면 주당가치 희석, 세금, 환율 부담도 따라온다. 국내 개인투자자에게 이번 sk하이닉스의 나스낙 상장은 어떤 결과를 미칠지 토요경제가 들여다봤다.


20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SK하이닉스는 지난 3월 24일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ADR 상장을 위한 공모 등록신청서(Form F-1)를 비공개 제출했다. 회사가 공식적으로 밝힌 목표는 2026년 안에 상장을 마치는 것이다. 공모 규모와 방식, 일정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상장 시점은 관측이 엇갈린다. 국내 투자은행 업계에서는 7월 말 2분기 실적 발표 전후를 거론한다. 반면 로이터는 지난 12일 SK하이닉스의 나스닥 상장이 이르면 8월 이뤄질 수 있다고 보도했다. SEC 승인도 오는 22일이 포함된 주간에 나올 수 있다는 관측이 있다. 다만 회사는 구체적인 일정을 확인하지 않았다. 현재 거론되는 7월 말 상장은 가능성 중 하나일 뿐 확정 일정은 아니다.

ADR은 미국 예탁은행이 해외 기업의 주식을 맡아두고 이를 근거로 발행하는 증서다. 미국 투자자는 이 증서를 달러로 사고판다. 그렇다고 SK하이닉스의 코스피 상장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국내 투자자가 보유한 SK하이닉스 주식이 ADR 상장과 동시에 미국 주식으로 바뀌는 것도 아니다. 기존 주식은 코스피 원주로 남고, 미국에서는 이를 기초로 한 ADR이 별도로 거래된다. ADR 전환 가능 여부, 원주와 ADR의 교환비율, 수수료, 예탁은행은 최종 증권신고서와 예탁계약을 통해 확인해야 이유다.

그렇다면 SK하이닉스는 왜 미국 시장을 택했을까. 표면적으로는 대규모 자금 조달이다. AI 반도체와 고대역폭메모리(HBM) 생산능력을 키우려면 막대한 투자금이 필요하다. 그러나 더 큰 목적은 기업가치 재평가다. 한국 시장에서 SK하이닉스는 경기 변동성이 큰 메모리 반도체주로 평가받는다. 나스닥에서는 엔비디아에 HBM을 공급하는 AI 인프라 핵심 기업으로 마이크론과 직접 비교될 수 있다. 비교 대상이 바뀌면 몸값을 매기는 방식도 달라질 수 있다.

곽노정 SK하이닉스 대표도 지난 3월 주주총회에서 글로벌 반도체 기업들이 상장된 미국 시장에서 회사 가치를 재평가받기 위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로이터는 일부 미국 기관투자자가 내부 규정상 미국 상장 종목에만 투자할 수 있어 ADR 상장이 투자자 기반을 넓힐 수 있다고 보도했다. SK하이닉스가 해외 투자자 설명 과정에서 “매우 긍정적인(tremendously positive)” 반응을 얻었다는 보도도 이어졌다.

재평가 기대는 PER 격차에서 출발한다. PER은 주가를 연간 예상 주당순이익으로 나눈 값이다. 같은 이익을 내는 회사라도 PER이 낮으면 시장이 그 회사 이익에 낮은 가격을 매기고 있다는 뜻이다. 시장에서는 마이크론의 PER이 SK하이닉스보다 높게 평가된다는 점에 주목한다. 마켓워치는 지난 19일 마이크론의 선행 PER을 약 9배,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약 6.5배로 제시했다. 로이터 브레이킹뷰스는 지난 2월 SK하이닉스가 2027년 예상이익 기준 약 4배에서 거래된다고 분석했다. 기준일과 추정치에 따라 차이는 있지만, SK하이닉스가 미국 경쟁사보다 제 값을 못받고 있는 건 사실이다.

단순 계산으로 SK하이닉스의 PER이 6.5배에서 마이크론 수준인 9배로 높아지면, 이익 전망이 같다는 전제에서 이론상 기업가치는 약 40% 가까이 높아질 수 있다. 그러나 이는 주가 전망이 아니다. 신주 발행 규모, 향후 이익 변화, 메모리 업황, 환율을 제외한 산술적 비교다.

실적은 재평가 논리를 뒷받침한다. SK하이닉스는 올해 1분기 매출 52조5763억원, 영업이익 37조6103억원을 기록했다. 영업이익률은 72%였다. AI 서버용 HBM, 고용량 서버 D램, 기업용 SSD 판매 증가가 실적을 끌어올렸다. 로이터 브레이킹뷰스는 SK하이닉스의 HBM 시장점유율을 57%로 제시하며 올해 영업이익률이 경쟁사보다 높은 수준에 이를 것으로 봤다.

다만 미국 상장이 모든 할인을 없애는 것은 아니다. 메모리 반도체는 호황과 불황을 반복하는 업종이다. 현재의 높은 이익이 오래 지속될 수 있는지에 대한 의구심도 남아 있다. 마켓워치도 메모리 기업의 낮은 PER 배경으로 높은 이익의 지속 가능성에 대한 투자자 우려를 지목했다. 미국 시장의 문을 두드리는 것과 미국 시장이 더 높은 가격을 계속 매겨주는 것은 다른 문제다.

그래서 국내 소액주주가 먼저 확인해야 할 것은 ADR 발행 방식이다. 기존 주식 일부를 ADR로 전환하는 방식인지, 새 주식을 발행하는 방식인지에 따라 영향이 다르다. 로이터는 지난 3월 SK하이닉스가 전체 발행주식의 2~3%에 해당하는 신주를 미국에 상장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당시 시가총액 기준 조달 가능 금액은 96억~144억달러로 추산됐다. 회사는 발행 규모와 구조가 확정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신주가 2~3% 늘어나면 회사 전체 이익이 그대로라는 전제에서 기존 주주의 주당순이익은 약 2~3% 낮아진다. 이것이 희석이다. 기존 주주가 회사에서 차지하는 몫이 줄어드는 것이다. 다만 조달 자금이 HBM 생산능력 확대와 기술 경쟁력 강화로 이어지고, 이익이 희석 폭보다 더 빠르게 늘어난다면 장기적으로는 기존 주주에게도 도움이 될 수 있다.

SK하이닉스는 지난 2월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1기 공장에 21조6000억원을 추가 투자하기로 했다. 미국 인디애나 생산시설과 연구개발 투자도 예정돼 있다. ADR로 조달한 자금이 이런 투자에 쓰인다면 미국 상장은 단순한 증시 이벤트가 아니라 AI 반도체 생산능력 확대 전략의 일부가 된다.

투자자들이 기대하는 또 다른 효과는 패시브 자금 유입이다. 패시브 자금은 특정 지수를 그대로 따라 투자하는 자금이다. 나스닥의 필라델피아 반도체지수(SOX)는 미국에 상장된 반도체 기업과 ADR을 편입할 수 있다. SK하이닉스가 나스닥에 상장하면 편입 후보가 될 수 있다. 다만 상장과 동시에 편입되는 것은 아니다. 최소 거래 기간과 거래량 요건을 충족해야 한다. 따라서 “나스닥 상장 즉시 SOX 추종자금이 들어온다”는 설명은 과장일 수 있다. 순서는 미국 기관투자자의 직접 매수, 애널리스트 커버리지 확대, 거래량 확보, 지수 편입 가능성 확대에 가깝다.

국내 투자자가 ADR 상장의 수혜를 받기 위해 꼭 미국 ADR로 갈아탈 필요는 없다. ADR과 한국 원주는 같은 기업의 가치를 반영한다. 미국 시장에서 SK하이닉스에 더 높은 평가를 부여하면 차익거래를 통해 국내 원주에도 가격 상승 압력이 전달될 수 있다.

다만 국내 주주가 봐야 할 변수는 늘어난다. 나스닥에서 밤사이 ADR이 크게 움직이면 다음 날 코스피 SK하이닉스도 영향을 받을 수 있다. 엔비디아, 마이크론 주가와 원·달러 환율도 더 중요해진다. SK하이닉스 주가가 한국 증시의 수급뿐 아니라 미국 AI 반도체주의 흐름과 더 밀접하게 움직일 수 있다는 뜻이다.

세금도 다르다. 코스피에서 SK하이닉스 원주를 거래하는 일반 소액주주는 현재 주식 매매차익에 양도소득세를 내지 않는다. 반면 미국 시장에서 ADR을 매매하면 해외주식으로 분류된다. 해외주식은 한 해 손익을 합산한 뒤 기본공제 250만원을 빼고 양도소득세 20%를 적용한다. 여기에 지방소득세가 붙어 실질 세율은 통상 22%다. 또 ADR에는 예탁은행의 보관·관리 수수료가 붙을 수도 있다.

결국 기존 국내 주주라면 ADR 상장만을 이유로 원주를 팔고 ADR로 옮길 필요는 크지 않다. 달러 자산을 보유하고 싶거나 미국 거래시간에 매매하려는 투자자라면 ADR을 검토할 수 있다. 반대로 원화 자산으로 장기 보유하려는 투자자는 국내 원주만으로도 재평가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가장 좋은 시나리오는 미국 투자자가 SK하이닉스를 마이크론보다 높은 HBM 경쟁력과 수익성을 가진 AI 메모리 기업으로 평가하는 경우다. 이 경우 미국 ADR 재평가가 국내 원주에도 전달될 수 있다. 조달 자금이 생산능력 확대로 이어지면 신주 희석 부담도 장기 이익 증가로 상쇄할 수 있다.

반대로 상장 기대가 이미 주가에 반영됐고, 신주 발행 부담이 부각되면 단기 조정이 나올 수 있다. 공모 물량이 예상보다 크거나 할인율이 높을 경우에도 기존 주주에게 부담이다. 상장 시점에 미국 기술주나 메모리 업황이 꺾이면 ADR과 국내 원주가 함께 흔들릴 수 있다.

국내 투자자가 확인해야 할 것은 상장일이나 티커에 대한 소문이 아니다. 최종 증권신고서에 담길 신주 수, 공모가격, ADR과 원주의 교환비율, 조달자금 사용처, 예탁수수료, 전환 조건이다.

SK하이닉스의 나스닥행은 분명 기업가치 재평가의 기회다. 그러나 국내 개미에게 중요한 질문은 하나다. 미국 시장이 새로 매겨줄 몸값이 신주 희석과 세금, 환율 부담을 넘어설 수 있느냐다.

토요경제 / 임종호 기자 yimjongho1969@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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