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문화가 미래다] 농구로 따뜻한 세상을 만드는 다문화 어린이 농구단

서울지역 3개팀 다문화 어린이 농구단장, 천수길 소장
글로벌프랜즈·컬러풀·파스텔프랜즈 모두 무료 운영
한국인 혼혈 모델 한현민-글로벌프랜즈 출신, 프로농구 출신 진태풍도 열정 응원

김병윤 기자

bykim7161@hanmail.net | 2022-07-06 20:19:56

▲ 스트레칭으로 마무리 운동을 하고 있는 글로벌프렌즈 농구단. <사진=김병윤 기자>

 

"굿 애프터눈. 곤니찌와. 니하오. 즈드라스부이쩨." 여러 나라 인사말이 자연스레 나온다. 어른 목소리가 아니다. 어린이들의 맑은 목소리다. 어학원 강의실이 아니다. 농구코트 풍경이다. 일반인에게는 생소한 모습이다. 다문화 자녀들의 놀이터다. 정식 선수가 아니다. 농구를 재미로 한다. 그냥 즐기기 위해 웃고 떠든다. 감독 코치에게 스스럼없이 장난을 친다. 다문화농구팀 글로벌프랜즈의 훈련장 분위기다.

글로벌프랜즈 농구팀은 2012년 창단 됐다. 초등학교 4~5학년이 주축이다. 농구발전연구소 천수길(62) 소장이 만들었다. 천 소장은 농구선수 출신이다. 대학 때까지 코트를 누볐다. 현재 3개의 다문화 농구팀을 이끌고 있다. 글로벌프랜즈, 컬러풀 다문화어린이 농구단. 파스텔세상 다문화 어린이 농구단 3팀이다.

천 소장은 우연한 기회에 다문화 자녀들에게 관심을 갖게 됐다. 2008년에 서울 용산구 이태원동 보광초등학교를 방문했다. 다문화 자녀들이 많은 학교였다. 수업이 끝났는데 다문화 자녀들이 모여 있었다. 흙장난을 하고 있었다. 집에 가지를 않았다. 이유를 물었다. 집에 엄마 아빠가 없어 가기 싫다고 했다. 충격을 받았다. 교장선생님을 만났다. 아이들에게 방과 후에 농구를 가르치고 싶다고 했다. 교장선생님이 흔쾌히 허락했다. 학교에서도 적극 후원했다. 맨땅에서 가르쳤다. 흙먼지가 날렸다. 비바람을 맞으며 훈련했다. 그래도 아이들이 즐거워했다. 한국 가정 아이들도 합류했다. 신청자가 늘어났다. 아이들의 벽이 무너졌다. 혼혈 프로농구 선수 전태풍이 방문해 용기를 북돋아 줬다. 천 소장도 신이 났다. 보람을 느꼈다. 2011년 까지 열성으로 아이들을 가르쳤다.

천 소장의 헌신이 알려졌다. 대형여행사가 후원사로 나섰다. 2012년 글로벌프랜즈팀이 창단됐다. 훈련여건이 좋아졌다. 유니폼을 맞춰 입었다. 간식도 풍부하게 지급됐다. 대회출전도 했다. 출전경비 걱정도 안 했다. 선수도 늘어났다. 40~50명 선수로 구성됐다. 출신국가도 다양해 졌다. 나이지리아 캄보디아 러시아 중국 일본 등 10여개 국가출신이 모였다.

천 소장은 내친김에 팀을 늘리기로 했다. 2021년 5월 컬러풀 농구단을 창단했다. 정원이 20명이다. 현재 21명이 농구를 하고 있다. 정원초과다. 더 많은 지원자가 몰리고 있다. 팀 사정상 더 뽑지 못해 안타까워한다. 영등포구에서 운영하고 있다. 영등포구에는 다문화 가정이 많다. 대부분이 어렵게 산다. 자녀들도 힘겹게 살고 있다. 이들을 위해 놀이터를 제공했다.

2022년 1월 또 하나의 다문화 농구팀을 만들었다. 유치부와 초등학교 저학년을 대상으로 했다. 팀 명칭은 파스텔프랜즈다. 중소기업의 후원으로 발족시켰다. 매주 토요일 어린이에게 꿈을 심어 주고 있다. 2시간 씩 친선의 장을 제공하고 있다.

천 소장은 다문화 농구팀 운영에 어려움이 있다고 호소한다. 선수들을 무료로 가르치다 보니 자금난에 시달리고 있다. 간식제공을 제대로 못 해 마음이 아프다고 한다. 다문화 자녀에게는 영양공급이 필수요건이라며 아쉬워한다. 공공기관이나 기업의 후원을 애타게 바라고 있다.

체육관 확보도 큰 어려움이다. 학교체육관은 빌리기가 까다롭다. 여러 절차를 거쳐야 한다. 천 소장은 현재 용산구민체육센터에서 교육하고 있다. 다문화 자녀들의 훈련 최적시간은 오후 5~7시다. 방과 후 모이기에 좋은 시간이다. 하지만 이 시간을 확보하기가 힘들다. 다른 종목과 경쟁을 해야 한다. 동호인 클럽이 많아서다. 결국 추첨으로 시간 배정을 받는다. 공익성을 우선해 체육관 배정이 되기를 바라고 있다.

천 소장은 이런 어려움에도 웃음을 잃지 않는다. 제자들이 올바르게 자라는 모습에 마냥 기쁘다. 지금은 유명모델로 성장한 한현민이 글로벌 프랜즈 출신이다. 제자 중에 명문인 서울 용산고등학교 학생회장에 오른 학생도 있다. 윌 프레드라는 학생이다. 나이지리아 아버지와 한국 어머니를 부모로 두었다. 초등학교 4학년 때 농구팀에 들어 왔다. 어린 시절의 소외감을 다문화 농구단에서 극복했다. 친구들과 우정을 키웠다. 그리고는 용산고등학교 학생회장이 됐다. 이런 제자들을 볼 때 보람을 느끼고 있다.

천 소장은 진지한 모습으로 한마디를 던진다. “이제 다문화 가정에 큰 관심을 가져야 할 때입니다. 다문화 인식개선과 미래인재 양성에 힘써야 합니다. 다문화 가정 중에 혁신적 인물이 나올 겁니다. 오바마 대통령 같은 인물이 나올 수도 있습니다. 한국은 저출산 고령화에 대비해야 합니다. 인구감소로 국력이 약해질 수 있습니다. 다문화 가정은 이방인이 아닙니다. 우리와 함께 가야할 대한국민입니다”

천 소장의 말에는 큰 울림이 있다. 농구코트의 아이들 웃음소리가 대한민국 발전의 메아리처럼 들려온다.

 

토요경제 / 김병윤 대기자 bykim7161@hanmail.net 

[ⓒ 토요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