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그' 게임신화 크래프톤의 주가 폭락...대체 그들에게 무슨 일이?
3개월만에 시총 무려 9조원 빠져...실적부진 등 악재 겹쳐
지난 3년간 성장세 둔화 두드러져, 배그 받쳐줄 대안 없어
이중배 기자
dialee09@naver.com | 2022-03-25 20:17:18
'배틀그라운드'(일명 배그)라는 슈팅게임 하나로 세계를 제패한 크래프톤. 여세를 몰아 증시에 화려하게 입성한 크래프톤이 흔들리고 있다. IPO(기업공개)와 동시에 넥슨, 엔씨소프트, 넷마블 등 게임업계 빅3업체의 이니셜로 붙여진 `3N'을 모조리 제치고 게임 대장주를 예약하며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던 크래프톤이 증시에서 혹독한 시련기를 맞보고 있다.
크래프톤 주가는 올들어 3개월도 채 지나기 전에 연초대비 40%가까이 폭락했다. 지난 25일 크래프톤 주가는 전날보다 0.71% 빠진 27만8500원에 거래를 마쳤다. 공모가(49만8000원) 대비 44.1% 하락한 수치다. 시가총액도 약 9조원 가까이 증발하는 처참한 성적표다.
▲장병규 크래프톤 이사회의장이 작년 7월26일 크래프톤 IPO 온라인 기자간담회에서 포부를 밝히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글로벌 빅히트게임 '배그'의 위상과 추가 잠재력을 믿고 크래프톤에 투자한 소액주주들은 실망감을 넘어 연일 크래프톤 경영진을 맹렬히 성토하고 있다. 어느새 크래프톤은 '개미들의 무덤'이란 달갑지 않은 꼬리표를 달았다. 주가가 폭락하니 회사 분위기가 좋을리 만무하다. 우리사주에 투자한 직원들은 무너져 내리는 주가에 허탈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한국거래소 등에 따르면 크래프톤은 지난1월 코스피 주가하락률 1위종목에 올랐다. 40.33%나 폭락했다. 광주 신축 건물 대형 붕괴사고로 위기에 빠진 현대산업개발이 36.9% 빠진 것을 보면, 크래프톤이 얼마나 추락했는지 실감난다. 크래프톤 측은 이에 따라 장병규 최대주주 등 주요 임원들까지 나서 자사주를 잇달아 매입하는 등 자구책에 나섰으나 별 효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
대체 그토록 잘나가던 크래프톤에 무슨일이 생긴걸까. 게임업계를 대표하는 대장주라던 크래프톤이 코스피에서 가장 주가가 많이 빠진 종목이란 불명예까지 쓰게 된 이유는 무엇일까.
지난 3년간 성장세 둔화 두드러져
증시 전문가들은 크래프톤의 업종 특성에 주목한다. 총체적인 글로벌 증시 침체기 속에서 대한민국 증시를 이끌어가는 대부분의 대형주들은 올 들어 주가가 급락했다. 글로벌 대표 IT기업으로 발돋움한 삼성전자도 예외가 아닐 정도다. 그러나 상대적으로 더 주가가 내려간 데는 게임업체라는 특수성 때문이라는 의견도 나온다.
크래프톤과 같은 게임종목은 대표적인 성장주이자 기술주에 속한다. 그런데 미국은 물론 한국 증시에서도 성장주가 상대적으로 더 하락폭이 크다. 네이버와 카카오도 마찬가지다. 글로벌 경기침체와 공급망 재편, 우크라이나 전쟁과 같은 복합위기가 몰려오면서 대형 기관투자자들이 성장주부터 발을 빼기 시작하고 있다.
결국 크래프톤과 같은 업종 대표주에 먼저 타격이 가해졌기에 크래프톤이 상대적으로 더 부진한 행보를 보여줄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일각에선 그동안 주가 폭등기에 성장주와 기술주에 과도한 밸류에이션 평가가 이뤄지면서 신 이제야 버블현상이 꺼진 것이란 해석도 내놓은다.
크래프톤 내부 문제도 주가 폭락을 불러왔다는 분석이 나온다. 우선 실적을 보면, 암울하다. 크래프톤의 지난해 4분기 영업이익은 430억원으로 기존 시장 컨센서스(2158억원)를 80% 이상 밑도는 어닝쇼크다.
한번 성공 궤도에 진입한 게임은 쉽게 매출이 꺾이지 않고 쉽게 이익률이 낮아지지도 않는 다는 게 업계의 정설로 통한다는 점에서 크래프톤의 실적이 빠르게 둔화하는 것은 걱정되는 대목이다.
성장세의 둔화가 눈에 띄는 것도 주목할 대목이다. 크래프톤의 매출 증가율은 2019년 420%로 정점을 찍은 뒤 2020년 146%로 줄어들더니 급기야 2021년에는 6%로 쪼그라들었다. 정체기에 빠진 느낌이다.
코로나19 펜데믹에 따른 대표적인 비대면 시대의 수혜주가 게임업종인 점을 감안하면, 지난 3년 간의 크래프톤의 급격한 성장세 둔화는 시사하는 바가 크다. 배그가 수 천만 명의 사용자를 거느린 글로벌 메가 빅히트작이란 점까지 고려하면, 매우 이례적인 현상으로 해석된다.
배그 받쳐줄 신작 개발이 필요충분조건
설상가상 크래프톤이 배그 신화를 이어가겠다는 모토로 작년 11월 내놓은 신작 ‘배틀그라운드: 뉴스데이트’가 현재까진 기대 이하의 성적을 내면서 성장동력을 잃고 말았다는 냉정한 평가가 뒤따르고 있는 것도 주가 부진의 한 요인이다.
다른 각도에서 보면 배그 게임 내부의 성장을 이끌만한 강력한 동력을 잃었다는 분석도 가능하다. 지속적인 콘텐츠 업데이트로 유저를 끌어모으고 수익을 높이는데 실패했다는 얘기이다.
크래프톤은 1분기 이후에도 뚜렷한 실적 개선을 기대할만한 호재가 부족한 실정이다. 그동안 크래프톤 성장을 견인해온 배그 모바일의 매출액이 점차 감소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비용은 계속 늘어나고 있으니 실적이 개선될 여지가 없다는 것이다.
방법은 실적 개선을 위한 피나는 노력 뿐이다. 희망적인 지표도 있다. 배그가 부분 유료화로 과금 정책을 전환한 이후 '월간활성화이용자', 즉 MAU가 작년 1분기 800만명에서 2000만명대로 급증했다. 부분 유료화로 전환한 탓에 '가입자당평균매출(ARPU)' 하락이 불가피하지만, 유저풀이 확대된 것은 그만큼 성장 잠재력이 크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업계 관계자들은 "수익모델을 정액제에서 부분 유료로 무료화한 것은 대단히 큰 변화"라고 전제하며, "크래프톤이 이를 계기로 부분 유료 전환에 맞는 최적의 업데이트를 하고 수익모델을 다변화 한다면, 얼마든지 국면을 전환할만한 임팩트를 갖고 있다"고 입을 모은다.
하지만, 크래프톤이 폭락한 주가를 만회하며 진정한 게임대장주로 자리매김하기 위해서는 배그 IP와 어깨를 나란히 하며 새로운 캐시카우 역할을 할 수 있는 히트작 개발이 필요충분조건이란 분석이 지배적이다. 배그의 뒤를 받쳐줄 또다른 히트작 개발이 절실하다는 뜻이다. 이는 크래프톤은 물론 모든 상장 게임업체들의 숙명과도 같은 숙제다.
배그신화의 주역 크래프톤이 증시에서 현재의 고난을 딛고 화려하게 부활할 지, 아니면 부진의 늪에서 헤어나지 못할 지, 크래프톤의 행보에 귀추가 주목된다.
토요경제 / 이중배 기자 dialee09@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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