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UG 전세보증 회수의 질…‘얼마나’보다 ‘언제 내준 돈인가’
1~4월 4701억원 회수…같은 기간 대위변제보다 1640억원 많아
7월 말 상위 20명 누적 대위변제 1.3조원…회수 비율은 40.1%
당기 유출입과 과거 채권 혼용하면 착시…발생연도별 회수율 필요
김지영 기자
jykim.media@gmail.com | 2026-09-23 08:11:08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전세보증 실적이 개선됐는지를 판단하려면 회수액의 규모보다 ‘언제 대위변제한 돈을 회수했는지’를 먼저 따져야 한다. 올해 1~4월 회수액은 같은 기간 대위변제액을 1640억원 웃돌았지만, 다주택 채무자 상위 20명에게 지급한 누적 대위변제액은 60% 가까이 미회수 상태로 남았다.
당기 회수액과 당기 대위변제액을 비교하면 자금 흐름은 개선됐다. 그러나 올해 회수한 돈에는 과거 발생한 대위변제 채권이 포함된다. 이를 올해 발생한 보증사고를 곧바로 회수한 성과로 해석하면 HUG가 안고 있는 장기 미회수 채권의 규모를 놓칠 수 있다.
22일 HUG가 공개한 실적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유상범 의원실이 HUG로부터 제출받은 자료를 종합하면, 올해 1~4월 전세보증금반환보증 사고액은 2693억원이었다. 지난해 같은 기간 5743억원보다 53.1% 감소했다. 사고 건수도 2994건에서 1450건으로 51.6% 줄었다.
대위변제액은 지난해 1~4월 9520억원에서 올해 같은 기간 3061억원으로 67.8% 감소했다. 같은 기간 HUG가 회수한 금액은 4701억원이었다. 회수액에서 대위변제액을 뺀 차액은 1640억원이다.
신규 사고와 대위변제가 동시에 감소하고 회수액이 지급액을 넘어선 것은 재무 부담이 정점을 지나고 있다는 신호다. 다만 이 수치만으로 과거 부실까지 해소됐다고 판단하기는 어렵다. 보증사고 발생과 임차인에 대한 대위변제, 경매·공매를 통한 채권 회수는 각각 다른 시점에 이뤄지기 때문이다.
과거부터 쌓인 채권을 보면 다른 숫자가 나타난다. 올해 7월 말 기준 HUG의 전세보증금반환보증 누적 대위변제액은 12조414억원, 5만7032건이었다.
이 가운데 2건 이상 보증사고를 낸 다주택 채무자 관련 대위변제액은 6조7993억원, 3만4152건이다. 전체 누적 대위변제액의 56.5%, 건수의 59.9%가 다주택 채무자에게 집중됐다.
집중도는 상위 채무자에게서 더 높았다. 다주택 채무자 5528명 가운데 대위변제액 상위 20명에게 HUG가 지급한 금액은 1조3077억원이었다. 전체 다주택 채무자의 0.36%가 관련 대위변제액의 19.2%를 차지했다.
HUG가 상위 20명에게서 회수한 금액은 5250억원, 미회수 잔액은 7825억원이었다. 공개된 금액을 기준으로 계산한 회수 비율은 40.1%, 미회수 비율은 59.8%다.
미회수 잔액을 확정 손실로 단정할 수는 없다. HUG가 경매와 공매, 재산 추적 등을 통해 추가로 회수할 수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공개된 지표만으로 채권의 회수 속도와 최종 손실 가능성을 구분하기 어렵다는 데 있다.
7월 말 기준 다주택 채무자 관련 경매 신청은 2만1368건이며 이 가운데 1만3675건이 낙찰됐다. 낙찰금액은 2조1221억원이다. 그러나 낙찰금액은 선순위 채권과 배당 순위 등을 반영하기 전 금액이어서 HUG가 실제로 회수한 구상채권액과 같지 않다.
따라서 경매 낙찰금액만으로 채권 회수 성과를 평가해서도 안 된다. HUG가 얼마에 낙찰했는지가 아니라 낙찰대금에서 실제로 얼마를 회수했고, 회수 비용을 제외한 순회수액이 얼마인지를 확인해야 한다.
앞으로 HUG가 함께 공개해야 할 핵심 지표는 대위변제 발생연도별 회수율이다. 예를 들어 2023년과 2024년에 지급한 대위변제액 가운데 올해까지 각각 얼마를 회수했는지, 미회수 기간이 1년·2년·3년을 넘은 채권이 얼마나 되는지를 구분해야 한다.
올해 1~4월 회수액이 대위변제액을 넘어선 것은 분명한 개선이다. 하지만 당기 유출입 개선은 과거 부실의 청산과 같은 의미가 아니다. HUG의 재무 회복이 일시적인 숫자 반등인지 체질 개선인지는 회수액의 총량보다 묵은 채권을 얼마나 빠르게 현금화하는지에서 판가름 날 전망이다.
토요경제 / 김지영 기자 jykim.media@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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