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뛰는 대한민국] 앵글에 담긴 코로나에 맞선 상인들
토요경제 인터뷰| 교사 출신 김미경 사진작가. “시장 사람에게 배우며 살아요”
김병윤 기자
bykim7161@hanmail.net | 2022-05-04 20:05:35
찰칵찰칵. 귀에 익은 소리가 허공을 가른다. 카메라 셔터 소리다. 셔터 누르는 손길이 바쁘다. 가녀린 손가락에 긴장감이 흐른다. 몇 초나 흘렀을까. 아주 짧은 순간이다. 혼신의 힘을 쏟아서일까. 맥이 풀린다. 주저앉고 싶다. 일각(一刻)이 여삼추(如三秋) 같았다. 산고의 아픔을 겪어서일까. 순백의 얼굴에 홍조가 띤다. 긴장감이 기대로 바뀐다. 이번 작품은 어떻게 나올까. 사진작가 김미경(61) 씨의 일상이다.
김 작가는 교사 출신이다. 8년간 교직에 몸담았다. 전공은 영어다. 건강상 일찍 교단을 떠났다. 아직도 아쉬움을 갖고 있다. 정중동(靜中動)의 성격이다. 차분한 외모와 맞아 떨어진다. 내면에는 용암이 들끓고 있다. 배움에 대한 갈망이다. 김 작가는 어릴 때부터 카메라와 친숙했다. 고교시절 처음 카메라를 만졌다. 오빠의 취미가 사진 찍기였다. 슬쩍슬쩍 셔터를 눌러댔다.
결혼 후에는 사진 찍기가 일상이 됐다. 남편이 카메라를 좋아했다. 카메라를 사줬다. 자녀의 커가는 모습을 사진으로 남겼다. 사진의 묘미에 빠져들었다. 사진공부를 하고 싶었다. 2012년 문화센터에 등록했다. 남편이 적극적으로 후원했다.
시간이 나면 함께 촬영을 나갔다. 초기에는 풍경사진을 찍었다. 과거를 회상하고 싶었다. 옛 흔적이 있는 곳을 찾았다. 서울 서대문구 홍제동 개미마을을 담았다. 허물어지는 집에 애착이 갔다. 거미줄 쳐진 처마에 정감을 느꼈다. 골목에 앉은 할머니 모습에 눈시울이 붉어졌다. 옛 생각에 빠졌다. 지나간 세월이 스쳐 갔다. 풍경사진은 여기까지였다.
5년 전 암에 걸렸다. 멀리 다니기에 힘이 부쳤다. 집과 가까운 곳을 찾아 나섰다. 서울 송파구 잠실 새마을 전통시장에 들어섰다. 삶의 현장이었다. 활기가 넘쳤다. 큰 목소리가 클래식처럼 들렸다.
상인들의 생활력에 힘을 얻었다. 힘들어도 웃는 모습에 감동했다. 삶의 존귀함을 배웠다. 살아야 한다는 의지가 강해졌다. 가슴에 맺힌 응어리가 풀렸다. 암의 고통도 사라졌다. 건강을 되찾았다. 삶의 활력을 얻었다. 생각을 바꿨다. 사람들의 사는 모습을 담기로 했다.
처음에는 힘들었다. 상인들이 거부감을 보였다. 다가가기 어려웠다. 촬영의 의미를 설명하며 다가섰다. 진심으로 마주했다. 사진이 나오면 액자를 만들어 선물했다. 상인들이 마음을 활짝 열었다. 요즘은 자진해서 찍어 달라고 요청한다. 상인 모두가 최고의 모델이다. 김 작가는 시장의 유명인사가 됐다. 고생한다고 간식거리도 챙겨준다. 상인들의 누나고 동생이며 언니가 됐다.
김 작가는 시장에서 코로나의 피해를 못 느꼈다. 그래서 더 안타깝다. 상인도 힘들 텐데. 얼마나 속이 상할까. 얼마나 애를 태울까. 얼마나 괴로울까. 고통을 웃음으로 표현하는 모습에 코끝이 찡해진다. 그런 모습에 사명감을 생겼다. 그들의 모습을 기록으로 남기겠다고.
요즘은 서울 경동시장 이야기도 카메라에 담는다. 사는 모습은 똑같다. 손님 부르는 소리. 흥정하는 열정적 모습. 덤을 건네는 푸근한 인심. 모두가 소중한 기록이다. 혹자들은 말한다. 코로나로 상인들이 우울할 거라고. 잘못된 생각이다. 우울할 시간이 없다. 우울함은 사치일 뿐이다. 코로나와 싸우는 전사의 투혼이다. 상인들은 불황을 겪고 있다. 그래도 개의치 않는다. 언제고 불황은 오는 거라고. 한두 번 당하는 거냐고. 조금만 견디면 된다고. 말은 그렇게 한다. 김 작가는 그래서 가슴이 메인다. 카메라에 담긴 모습은 그렇지 않다. 움푹 파인 주름살. 휘어진 손가락. 굽은 허리. 모두가 코로나와 싸우는 처절한 몸부림이다. 삶의 과정이다.
김 작가는 상인들에게 무한한 감사의 마음을 표시한다. 이들이 있어 자신이 살아났다고. 이들의 존귀함이 자신을 깨우쳐 줬다고. 그래서 마음을 다잡았다. 시장 사람의 모습을 책으로 만들 예정이다. 코로나 시대에 맞선 위대한 모습을 남기고 싶어서다. 코로나와 맞서 싸웠던 강한 모습을 기록에 남기려 한다. 그 길만이 시장 사람에게 보답하는 길이라 생각한다. 어느 정도 준비는 돼 있다. 전시회는 관심이 없다.
김 작가는 말한다. 자신은 끝이 없는 길을 선택했다고. 시장 사람의 모습을 영원한 기록에 남기겠다고. 인문학적 작품을 만들 거라고.
토요경제 / 김병윤 대기자 bykim7161@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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