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설]'미다스의 손' 손정의 소뱅 회장 기술주 급락에 휘청

2분기 연결 36조 손실, 상반기 누적 500억달러 손실...보유주식 대거 매각 대응

양지욱 기자

yjw@sateconomy.co.kr | 2022-08-10 19:58:34

▲ 손정의 소뱅그룹 회장이 투자주식 폭락으로 휘청거리고 있다.<사진=소프트뱅크그룹 제공>

 

투자업계에서 '미다스의 손'으로 불리우는 손정의 소프트뱅크그룹 회장. 한국계 3세로 유명한 손회장은 세계적인 빅테크기업들에 거금을 투자, 막대한 부를 창조하며 투자의 귀재로 불리운다.


승승장구하던 손 회장이 글로벌 경기침체와 공급망 재편에 따른 주요 기술주의 급락 여파로 휘청거리고 있다.


손 회장은 중국이 자랑하는 세계 최대 인터넷쇼핑업체 알라바바에 투자(2대주주)해 잭팟을 터트리는등 글로벌 신기술기업에 대한 공격적 투자로 막대한 자본을 손에 쥐었다.


손 회장은 이를 토대로 비젼펀드라는 세계 최대 규모의 벤처캐피털을 만들어 한국, 미국, 일본 등 주요 신기술업체에 과감하게 배팅해왔다. 비전펀드는 소프트뱅크와 사우디아라비아 국부펀드가 조성한 세계 최대의 기술 펀드다.


그러나,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촉발된 글로벌 경기침체와 공급망 재편, 그리고 대대적인 금리인상과 초긴축으로 인한 주가 폭락에 결국 발목이 잡힌 모양새다.


10일 로이터통신 등 주요 외신에 따르면 손 회장은 그가 비젼펀드를 통해 투자한 대형 기술주들이 글로벌 주가 폭락 영향으로 비젼펀드의 손실 규모가 눈덩이처럼 불어난 것으로 전해졌다.


한 때 알리바바의 최대주주중 하나로서 빌게이츠도 안 부럽다던 손 회장이 이끄는 일본 소프트뱅크그룹은 2분기 연결 기준 3조1627억엔의 순손실을 봤다. 한화로 무려 약 36조8천억원에 달하는 천문학적인 손실의 쓴맛을 본 것이다.


지난 1분기에도 2조1006억엔(약 20조3천억원) 순손실을 낸 소프트뱅크로선 2분기에 오히려 적자폭이 더 커지며 17년만에 2분기 연속 적자라는 달갑지 않은 기록을 썼다.


투자기업의 주가에 따라 희비가 크게 엇갈리는 특성상, 손 회장은 결국 보유 자산(투자주식)의 대량 매각에 가속도를 붙이고 있다. 추락하는 투자기업 주가에 사실상 '백기'를 든 것으로 보인다.


손 회장은 지난 8일 최대 주주였던 우버 지분을 전량 매각하는 강수를 들고나왔다. 2018년 우버에 투자한데 이어 2019년 추가 투자로 최대 주주가 된 우버에서 3년만에 발을 뺀 것이다. '투자회수'가 아닌 사실상 '탈출구'를 찾은 엑시트(exit)다.


평소 우버의 성장가능성에 확신을 가졌던 손 회장이 끝내 우버를 매각한 것은 비전펀드가 투자했던 테크기업 주가가 폭락, 비전펀드가 2분기에 무려 2조9300억엔(216억8000만달러)의 천문학적 손실을 봤기 때문이다.


상반기 누적 손실은 눈덩이처럼 불어나 500억달러(약 65조5천억원)에 달한다. 소뱅을 세계 최고, 최대의 신기술 펀드로 올려놓은 비전펀드가 되레어 소뱅의 큰 짐이 되어 되돌아온 셈이다.


손 회장은 한번 결단을 내리면 무섭게 추진하는 성격의 소유자다. 그답게 최근 미국 이동통신업체 T모바일US의 지분 처분을 통해 24억달러(약 3조1천억원)를 확보했는가 하면 자산운용사 포트리스의 매각 논의를 진행중이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손회장의 비젼펀드는 차량 공유서비스 우버, 부동산 플랫폼 오픈도어, 부동산 중개업체 KE홀딩스 지분 등을 정리해 2분기에만 56억달러(약 7조3천억원)를 현금한 것으로 추정된다.


그런가하면 보유 중인 알리바바 주식 매각을 전제로 주담대를 받는 파생상품 '선불선도계약'(prepaid forward contracts) 매도를 통해 최근 수개월 사이에 173억달러(약 22조6천억원)를 확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게 끝이 아니다. 손 회장의 투자주식 매각이 언제까지 이어질 지 알 수 없을 정도로 적극적이다. 이미 업계에선 전자상거래 업체 쿠팡과 음식배달업체 도어대시 등이 잠재적 매각 후보군에 올라있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쿠팡에서 2조9천억원, 도어대시에서 2조1천억원의 손실을 봤다는게 그 근거이다.


투자은행 제프리스의 애널리스트 어툴 고얄은 "소뱅그룹은 어떤 자산이든 합리적 가격에 현금화하려 할 의사가 있다"면서 "이는 소뱅 주주들에겐 좋은소식이지만, 투자를 받은 기업에는 안좋은 징조"라고 분석했다.


한편 소뱅그룹은 실적 악화 속에 기존의 1조엔(약 9조7천억원) 규모 자사주 매입 프로그램에 더해 4천억 엔(약 3조8천억원) 규모 자사주를 추가로 사들이는등 주가 방어에도 적극적이다.


이를 두고 몇년전부터 꾸준히 나돌고 있는 소뱅그룹의 비상장사 전환을 위해 자사주를 계속 사들이고 있다는 소문이 다시 수면 위로 떠올랐다고 블룸버그통신이 전했다.


일본의 애널리스트들도 "소뱅그룹이 상장사로 남아있을 이유가 없다. 조만간 경영자에 의한 자사주 매수(MBO) 등을 통한 회사 형태에 큰 변화가 있을 가능성이 크다"고 진단했다.

 

토요경제 / 양지욱 기자 yjw@sateconom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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