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 1만 돌파의 함정…쟁점은 높이가 아니라 방식
두 종목 끌고 787개 밀려
장중 9385→8831→9052 롤러코스터
1만까지 10.5%, 반도체 쏠림·원화·빚투가 관건
임종호 기자
yimjongho1969@gmail.com | 2026-06-19 19:54:25
코스피 1만은 숫자로는 가까워졌지만, 시장의 체력으로는 아직 멀다.
코스피는 19일 장중 9385.59까지 오르며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그러나 오후 들어 8831.72까지 밀린 뒤 전날보다 11.42포인트 내린 9052.42로 마감했다. 하루 변동 폭은 553.87포인트로 역대 다섯 번째로 컸다. 18일 처음 종가 9000선을 돌파한 지 하루 만에 상승과 급락을 모두 경험한 셈이다.
현재 지수에서 1만까지 남은 거리는 947.58포인트, 10.47%다. 19일 코스피 시가총액 7398조9000억원을 단순 비례하면 지수 1만을 위해 약 774조원의 시가총액이 더 필요하다. 그러나 코스피가 2025년 마지막 거래일 4214.17에서 불과 반년 만에 114.8% 오른 점을 감안하면 10.5%는 최근 시장의 속도만 놓고는 넘기 어려운 거리는 아니다.
문제는 지수를 끌어올리는 힘이 지나치게 좁다는 점이다. 19일 삼성전자 시가총액은 2069조6000억원, SK하이닉스는 1969조9000억원이었다. 두 회사가 코스피 전체 시가총액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54.6%다. 삼성그룹과 SK그룹 전체로 범위를 넓히면 코스피 시가총액의 약 67%에 달한다.
시가총액 단순 비례 계산으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각각 20% 오르고 나머지 종목이 제자리에 머물러도 코스피는 약 10.9% 상승할 수 있다. 두 종목만으로도 지수 1만을 만들 수 있다는 뜻이다. 반대로 두 종목이 10%씩 하락하면 다른 종목이 버텨도 지수는 약 5.5% 밀릴 수 있다.
이날 시장은 이 같은 쏠림을 그대로 보여줬다. 코스피가 장중 최고치를 경신했지만 상승 종목은 115개에 그쳤고 하락 종목은 787개였다. 상승·하락 종목 가운데 오른 종목 비중은 12.7%에 불과했다. 코스닥은 3.43% 하락한 966.59로 마감하며 6거래일 만에 1000선을 내줬다. 지수는 9000을 지켰지만 다수 종목의 투자자가 체감한 시장은 약세장이었던 셈이다.
해외 언론도 한국 증시의 속도와 쏠림을 동시에 주목하고 있다. 로이터(Reuters)는 이날 코스피의 이번 주 상승률을 “무려 11%(a whopping 11%)”라고 표현했다. 앞서 로이터는 지난 3일 골드만삭스가 코스피 12개월 목표치를 9000에서 1만2000으로 높였다고 전하면서도, 상승 종목의 범위가 좁고 레버리지 상장지수펀드로 투기적 자금이 늘고 있어 조정 위험도 커졌다고 지적했다.
1만피 전망이 단순한 낙관론만으로 만들어진 것은 아니다. 골드만삭스(Goldman Sachs)는 지난달 21일 한국 기업의 2026년 이익 증가율을 300%로 예상했다. AI 데이터센터 투자와 메모리 공급 부족, 장기 공급계약 확대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이익을 끌어올릴 것이라는 분석이었다. 당시 코스피의 12개월 선행 주가수익비율은 약 7배로 평가됐다.
다만 지난달 21일 골드만삭스의 코스피 목표치는 9000이었다. 지수는 한 달도 지나지 않은 이달 18일 이를 넘어섰다. 이후 골드만삭스가 목표치를 1만2000으로 다시 올렸지만, 주가 상승 속도가 기업이익 전망 상향 속도보다 빨라질 경우 저평가 논리는 약해질 수 있다. 2분기 실적이 현재 주가에 반영된 기대를 실제 숫자로 증명하는지가 다음 관문이다.
상승 속도가 빠른 만큼 하락 속도도 빨라졌다. 코스피는 지난 2일 8801.49까지 올랐지만, 미국 금리 인상 우려가 불거진 지난 8일 하루 만에 8.3% 급락한 7484.41로 마감했다. 당시 서킷브레이커까지 발동됐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각각 10.2%, 7.7% 하락하자 지수 전체가 흔들렸다.
19일에도 변동성지수인 브이코스피(VKOSPI)는 83.49를 기록했다. 코스피·코스닥 합산 신용거래융자 잔액은 지난달 28일 기준 사상 최대인 37조687억원에 달했다. 특히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신용잔고가 빠르게 늘었다. 빚을 낸 투자자금은 상승기에는 지수를 밀어 올리지만 하락기에는 반대매매를 통해 낙폭을 확대할 수 있다.
수급도 1만피의 지속성을 장담하기 어려운 이유다. 19일 개인은 코스피에서 약 1조6500억원을 순매수했지만 외국인은 약 3520억원, 기관은 약 1조2280억원을 순매도했다. 원·달러 환율은 1527.0원으로 마감했다. 높은 환율은 수출기업 실적에는 긍정적일 수 있지만, 외국인에게는 원화 자산의 환차손 위험을 키운다. 외국인 자금이 지속적으로 유입되려면 반도체 이익뿐 아니라 원화 안정도 필요하다.
19일 장중 급반전도 대외 변수에 대한 취약성을 드러냈다. 미국이 이란과의 종전 합의 후속 서명을 앞두고 대표단의 스위스 출국을 보류했다는 소식이 전해진 뒤 투자심리가 빠르게 약해졌다. 기업 실적이 아니라 외교 일정 하나가 지수를 9300대에서 8800대까지 흔든 것이다.
코스피 1만을 위해서는 세 가지 조건이 필요하다. 우선 반도체 이익 전망이 실제 실적으로 확인돼야 한다. 다음으로 상승세가 금융·방산·조선·전력기기·소비재와 코스닥으로 확산돼야 한다. 마지막으로 원화 약세와 신용융자 증가, 미국 금리와 중동 정세가 만드는 변동성을 견뎌야 한다.
코스피 1만은 조만간 장중 숫자로 등장할 수 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두 종목의 비중을 감안하면 기술적으로는 충분히 가능하다. 그러나 두 종목이 만든 1만과 다수 기업의 이익 증가가 만든 1만은 의미가 다르다.
19일 시장이 던진 질문도 여기에 있다. 1만을 넘느냐보다 어떤 1만을 만드느냐가 중요하다. 115개 종목만 오르고 787개가 하락하는 상태에서 도달한 1만은 기록일 수는 있어도 시장 전체의 성장은 아니다.
토요경제 / 임종호 기자 yimjongho1969@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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