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 한-일, 무역분쟁 4년만에 종식..."경제협력 파트너십 복원"

日소재 수출규제 풀고 韓 WTO제소 취하...미래지향적 관계 첫발
'화이트리스트' 원상회복 되도록 긴밀히 논의
양국 재계도 통합기금 조성 합의...첨단분야 시너지효과 클듯

이중배 기자

dialee09@naver.com | 2023-03-16 19:21:14

▲ 윤석열 대통령이 16일 오후 일본 도쿄 총리 관저에서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와 한일 정상회담에서 악수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한국과 일본의 4년 묵은 무역분쟁이 마침내 마침표를 찍었다. 

 

2019년 일본의 반도체용 핵심소재 수출규제를 시작으로 본격화됐던 무역갈등과 분쟁이 16일 윤석열 대통령의 방일 계기로 얽힌 실타래가 대거 풀린 것이다.

 

일본은 불화수소, 불화 폴리이미드, 포토레지스트 등 반도체, 디스플레이 핵심 3개에 대한 대 한국수출 규제를 즉시 풀었다. 이에 대해 한국은 WTO 제소를 취하했다.

 

다만 일본의 수출 절차 간소화 혜택을 부여하는 화이트리스트 배제 조치 해제는 합의되지 않았다. 조속한 원상회복이 되도록 긴밀히 논의해 나가기로 했다.

 

이창양 산업부 장관은 도쿄 프레스센터 브리핑에서 "이번 합의는 단순 수출규제 조치 해소에 그치는 게 아니라 한일 간 신뢰 구축의 첫발을 내딛는 계기기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 수출규제 원상회복에 WTO 제소 취하

 

산업통상자원부는 지난 6일 한일 수출규제 현안 원상회복을 위한 양자 협의 방침 발표 이후 지난 14일부터 16일까지 3일동안 일본 경제산업성과 '제9차 한일 수출관리 정책대화'(국장급)를 열어 반도체 소재 수출규제 해소에 합의했다고 밝혔다. 


일본은 이를 바탕으로 '수출 관리를 2019년 7월 이전으로 되돌리는 운용 변경'을 통해 반도체, 디스플레이용 핵심소재 3개 품목과 관련한 수출 규제 조치를 즉각 해제하기로 했다. 우리 정부도 세계무역기구(WTO) 제소를 즉각 취하키로 했다.


다만 이들 소재는 일본의 수출규제 이후 수입선 다변화와 국산대체가 상당히 진척을 이뤄내 대일의존도는 예전처럼 높지 않을 전망이다.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김회재 의원이 산업부에서 제출받은 자료를 분석한 결과 일본산 불화수소의 수입 비중은 규제 이전인 2018년 41.9%에서 지난해 34.2%로 대폭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불화 폴리이미드는 대체 수입선을 마련해 일본 수입이 '0'이며,EUV용 포토레지스트도 대일 의존도가 50% 이하로 낮아진 것으로 파악됐다. 


화이트리스트 배제 조치 해제는 원상회복까진 절차상의 문제로 다소 시일이 소요되겠지만, 최대한 빠르게 진행키로 했다. 일본은 대통령령에 해당하는 정령을 각의에서 의결해야 하고, 우리는 산자부 고시 개정 절차를 밟아야 하기 때문이다.


강감찬 산자부 무역안보정책관은 "경제적 효과를 판단하기는 아직 굉장히 어렵다"면서도 "눈에 보이지 않는 큰 효과가 있지 않을까 기대한다"고 강조했다.


한-일 정부는 또 그간 중단된 양국간 재무·통상·과학기술 등 경제분야 장관급 협력 채널을 조속히 복원하는데도 공감대를 형성했다.


이를 통해 과학기술 분야에서 신기술·신산업을 공동 연구·개발할 최적의 파트너로 거듭난다는 목표다. 이에 따라 반도체, 디스플레이, 배터리, 로봇, 미래차 등 첨단 전략기술과 일본의 강점이 있는 기초 과학의 공동 연구를 통한 시너지효과가 기대된다.

▲ 더불어민주당 김회재 의원이 산업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를 분석한 결과 일본산 불화수소의 수입 비중은 규제 이전인 2018년 41.9%에서 지난해 34.2%로 대폭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불화 폴리이미드는 대체 수입선을 마련해 일본 수입이 '0'이며,EUV용 포토레지스트도 대일 의존도가 50% 이하로 낮아진 것으로 파악됐다. < 이미지 제공=연합뉴스tv> 

계 "시너지효과 클 것" 쌍수로 환영 분위기

 

재계는 이 같은 양국 정부의 대승적 합의에 즉각 환영하는 분위기다. 코로나 팬데믹과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 등으로 글로벌 공급망 위기가 심화한 상황에, 한-일 양국의 전격적인 합의로 안정적인 공급망 확보가 기대된다는 것이다.


재계는 특히 이번 기회에 첨단산업 분야의 공급망 안정과 기후 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한일 민간 차원의 새로운 협력을 모색할 수 있도록 노력한다는 방침이다.

 

대한상의는 "12년 만의 한일 정상회담이 양국 경제협력의 새로운 도약이 계기가 되길 기대한다"며 앞으로 양국 기업 간 교류를 다시 활성화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전경련은 "원천기술이나 노하우 등 일본이 강점을 가지고 있는 소부장(소재, 부품, 장비) 분야에서 양국 간 상호협력, 기술교류 등을 통해 시너지를 기대할만하다"고 평가했다.

 

경총은 "이번 합의가 양국의 경제 발전에 많은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며 "양국 간 신뢰 관계를 회복하고 향후 한일 투자, 무역 등 미래 지향적 협력관계로 나아가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고 강조했다.
 

무역협회도 이날 논평을 내고 "반도체 등 첨단산업에서 상호 투자와 기술 협력이 확대돼 양국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논평했다.
 

중견기업 대표단체인 중견련은 "수출규제 해제는 양국 간 우호적인 선진 관계 회복의 신호탄으로서 큰 의미가 있다"고 평가했다.
 

전경련-경단련, 재계단체도 공동기금 조성키로

 

양국 정부의 이번 합의와는 별도로 양국 재계 대표단체인 전국경제인연합회와 일본경제단체연합회는 16일 한일 미래 파트너십 기금을 창설하고 양국 재계간의 긴밀한 협조체제를 구축하는 성과를 올렸다.


김병준 전경련회장 직무대행과 도쿠라 마사카즈 경단련 회장은 16일 일본 도쿄 경단련회관에서 기자회견을 통해 "앞으로 양 단체가 다양한 공동 사업 추진을 위해 각각 한일·일한 파트너십 기금을 창설키로 했다"고 밝혔다.


이들은 "파트너십 기금을 통해 새로운 국제질서 속에서 한일 양국이 나아가야 할 미래상 및 협력방안에 대한 연구와 양국이 직면한 공통과제의 해결을 위한 사업의 실시, 미래를 담당할 젊은 인재 교류 촉진 등 양국 간 경제관계를 한층 더 확대하고 강화하는데 임해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해당 기금은 전경련이 한일 미래파트너십 기금을, 경단련이 일한 미래파트너십 기금을 각각 조성한다. 두 단체는 운영위원회를 구성하고 양측 수장이 공동회장을 맡으며 위원들도 양 단체 임원들로 구성해 공동사업을 벌이게 된다.


전경련측은 국제 질서 유지·강화, 자원·에너지 무기화에 대한 공동대응, 그린 트랜스포메이션(GX)이나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DX), 저출산·고령화 등 정치·경제·문화 등 분야에서 미래지향적인 분야에 주로 기금이 활용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재계 관계자들은 "국제 환경이 크게 변화하고 동북아의 안보 환경이 더욱 엄중해지고 있는 가운데 자유와 민주주의라는 보편적 가치관을 공유하는 한국과 일본이 연계해 지역의 평화와 번영을 위해 적절히 대응해 나갈 필요성이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고 입을 모은다.


전문가들은 "여전히 강제징용 피해자 배상문제 등 양국 관계의 개선을 가로막는 변수들이 많다는 점에서 넘어야 할 산이 적지않다"고 전제하며 "그러나, 대승적 차원의 파트너십을 복원한 만큼 하나하나 매듭을 풀어간다면, 양국 경제협력의 새로운 장이 열릴 수 있을 것"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토요경제 / 이중배 기자 dialee09@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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