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급진단]타이어업계, 美'인플레법'에 속타는 현대車그룹 손절?

국내 타이어업계, 현지업체 공략 위해 설비증설 박차
정부, "미국 내 한국 배려한 인플레법 개정 어려울 듯"

양지욱 기자

yjw@sateconomy.co.kr | 2022-09-07 19:21:48

▲한국타이어 미국 테네시공장. 한국타이어는 이 공장의 설비를 대폭 늘리는 작업체 착수했다. <사진=연합뉴스제공>

 

'이가 없으면 잇몸으로 산다?' 타이어업계가 미국 바이든 정부의 '인플레이션금지법'(IRA, 이하 인플레법) 여파로 협력사인 현대차그룹의 전기차 판매가 급감할 것에 대응, 미국 내 현지업체에 대한 적극적인 공략에 나서고 있다.


미국 업체와 달리 보조금을 받지 못하게 된 현대차, 기아 등 현대차그룹의 전기차가 그간 주무기였던 가격 경쟁력을 순식간에 상실, 판매가 급감할 것이 확실시되자 현대차그룹에 대해 일종의 손절에 나선 것이다.


특히 타이어업계는 전기차 대중화 시대가 도래하면서 내연 기관차 타이어 대신 전기차에 특화된 전용 타이어를 개발하는 등 전동화 전환에 박차를 가해온 터라 현대차그룹의 눈치만 볼 상황이 못 된다.


업계에 따르면 업계 1위인 한국타이어의 경우 수주 계약을 체결하고 개발 중인 신차용 타이어(OET)의 절반 가량이 전기차 전용 타이어이다. 금호타이어나 넥센타이어 등도 상황은 크게 다르지 않다.


사실 타이어업계는 바이든 정부의 인플레금지법과 직접적인 연관이 없다. 그러나, 현대차그룹의 미국 시장 진출에 보조를 맞춰 대규모 투자를 단행한 타이어업체들로선 현대차와 기아의 시장 지배력이 약화되면 덩달아 피해를 볼 수 밖에 없다.


현재 타이어업계의 미국 법인 매출 비중은 상당히 높다. 업체별로 30% 안팎에 달할 정도로 전체 매출에서 미국이 차지하는 비중이 막대하다. 게다가 미국법인 매출의 상당 부분은 현대차그룹 관련 매출이다.


업계에 따르면 한국타이어의 올 상반기 미국법인 매출은 1조208억원으로 전체 매출의 26% 가량을 차지하고 있다. 금호타이어는 32%로 한국타이어 보다 더 많은 비중을 차지한다. 넥센타이어도 30%에 육박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타이어업계가 인플레법 시행으로 궁지에 몰린 현대차그룹 때문에 간접적인 피해가 적지 않을 것으로 우려하는 이유다.


실제 한국타이어는 현대차 '아이오닉6'에 신차용 타이어(OE)를, 금호타이어와 넥센타이어도 기아 'EV6'에 OE를 공급하는 등 전기차 시장 확대에 적극 대응해왔으나 인플레법 시행으로 난감한 상황에 처해있다.


업계는 그러나 '위기'를 '기회'로 만든다는 전략 아래 수비 대신 공격을 택했다. 인플레법 시행을 정면 돌파하기 위해 대대적인 설비 증설과 함께 아예 현지 업체를 대상으로 한 마케팅에 고삐를 당기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어차피 현대차그룹이 미국 내 전기차 공장을 조기 가동하든 기존 공장을 전기차용으로 전환하든 상당한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고 전제하며 "현대차그룹의 대안으로 미국 완성차업체를 대상으로 영업을 확대하기 위해 공격적 설비투자에 나설 계획"이라고 말했다.


한국타이어는 최근 이사회를 열어 2026년 상반기까지 총 2조1천억원을 들여 미국 테네시에 공장을 증설하는 안건을 의결했다.


지난 2017년 8번째 글로벌 생산기지인 테네시 공장을 준공한 한국타이어는 현재 1단계 공사를 완료, 승용차 및 경트럭용 타이어를 연간 550만개를 생산할 수 있게 됐다. 추가 증설이 끝나면 생산 규모는 연간 승용차 및 경트럭용 타이어 1100만개, 트럭 및 버스용 타이어 100만개 등 총 1200만개로 생산량을 늘릴 수 있다.


금호타이어도 지난해 미국 조지아 공장 증설에 나서면서 생산량을 기존 400만개에서 450만개로 늘리는 등 미국 현지 공장의 생상 능력 확대에 적극 나설 방침이다.


타이어업계가 이처럼 예상과 달리 미국 내 투자를 늘리는 이유는 현대차그룹 외에도 글로벌 완성차업체를 대상으로 한 전기차용 타이어 시장에서 지배력을 강화하기 위해서다. 마땅히 설비 확장이 필요하다는 논리다.


인플레법 시행으로 현대차그룹은 고전이 예상되지만, 미국 등 북미유럽의 전기차 시장이 폭발적으로 늘어나고 있어 현지 공장의 공급 능력도 늘릴 필요성이 제기됐다.

 

전문가들은 "인플레법과 경기 침체에 상관없이 미국의 전기차시장은 견고한 성장세를 계속할 것으로 보인다"며 "국내 타이어업체들이 미국 전기차 시장의 격변기에 전혀 위축되지 않고 적극적인 대응으로 승부수를 던진 것 같다"고 해석하고 있다.


한편 정부가 미국의 인플레법 시행의 완화를 위해 민관합동으로 적극 대응하고 있으나, 현실적으로 바이든 정부가 우리의 입장을 얼마나 받아들일지는 알 수 없다.


7일 외교부 고위 당국자는 한 외신 기자들과의 질의응답 과정에서 "IRA통과 이후 국내 기업의 피해를 줄이기 위해 다양한 노력을 하고 있지만, 미 의회에서 법안으로 통과된 사안이라 행정부가 단기적으로 법안의 내용을 바꾸는 것은 쉽지 않을 것 같다"는 견해를 피력했다.

 

토요경제 / 양지욱 기자 yjw@sateconom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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