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J중공업 협력사 SB선보·대선조선 한 몸 됐다…외주 생산체계 변화 주목
선박 거주구·기관실 유닛 제작업체 결합…생산 협력 확대 가능성
SB선보, 대선조선 지분 97% 확보…영업적자 개선과 추가 수주 관건
김지영 기자
jykim.media@gmail.com | 2026-10-25 19:26:35
HJ중공업의 선박 핵심 구조물을 각각 제작해온 대선조선과 SB선보가 한 기업집단으로 묶이면서 부산 조선업계의 생산 협력체계에 변화 가능성이 열렸다.
25일 한국수출입은행과 조선업계에 따르면 SB선보(김청욱 대표)는 지난 21일 대선조선(권민철 대표)의 최대주주로 올라서며 지분 약 97%를 확보했다. 이에 따라 대선조선은 2023년 10월 시작된 워크아웃을 3년 만에 종료하고 사명을 'SB대선'으로 변경한다.
이번 인수에서 주목할 부분은 두 회사가 이미 HJ중공업과 선박 제작 거래를 맺어왔다는 점이다.
HJ중공업(유상철·송경한 각자대표)은 지난 2월 유럽 선주사로부터 수주한 7900TEU급 친환경 컨테이너선 8척의 거주구(데크하우스) 제작을 대선조선에 위탁했다고 밝혔다.
거주구는 조타실과 항해 장비, 선원 생활공간 등이 들어가는 상부 구조물이다. 대선조선은 지난 1월 첫 번째 선박의 거주구 제작을 마치고 HJ중공업에 납품했다. 나머지 7척의 납품 현황은 공개 자료에서 확인되지 않는다.
SB선보 역시 HJ중공업의 선박 제작에 참여했다. 회사는 지난 3월 7900TEU급 컨테이너선 기관실 유닛 제작 성과를 인정받아 HJ중공업으로부터 감사패를 받았다고 밝혔다.
대선조선은 거주구를, SB선보는 기관실 유닛을 각각 제작한 이력이 있는 셈이다. 다만 두 업체가 동일한 선박에 참여했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HJ중공업이 외부 제작을 확대한 배경에는 영도조선소의 생산공간 부족이 있다. 친환경 상선과 특수선 건조에 미국 해군 함정 유지·보수·정비(MRO) 사업까지 수행하면서 작업공간이 포화 상태에 이르자 일부 구조물 제작을 외부 업체에 맡긴 것이다.
실제 HJ중공업의 조선사업은 수주와 실적이 함께 개선되고 있다.
올해 상반기 조선부문 매출은 6786억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75.5% 증가했고 영업이익은 817억원을 기록했다. 회사 전체 영업이익 894억원의 대부분을 조선부문이 차지했다.
지난 9월에는 1만100TEU급 친환경 컨테이너선 4척을 약 6789억원에 수주했다. 올해 확보한 해당 선형의 건조 물량만 8척에 달한다.
건조 물량이 늘어날수록 조선소 내부의 생산공간 확보와 공정 관리가 중요해진다. 이런 상황에서 기존 협력업체들의 결합은 HJ중공업이 활용할 수 있는 외부 제작 역량을 확대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
SB선보도 대선조선 인수 목적을 생산능력 확대와 원가 경쟁력 강화에 두고 있다.
SB선보는 지난 7월 31일 인수 본계약을 체결하면서 대선조선의 선박 제작·설계 역량과 자사의 친환경 에너지 시스템 기술을 결합하겠다고 밝혔다.
생산 확대의 중심은 부산 사하구 다대조선소다. 대선조선은 워크아웃 과정에서 영도조선소를 매각하고 생산시설을 다대조선소로 일원화했다. SB선보는 이곳을 활용해 선박용 모듈과 블록, 친환경 가스 시스템 제작 역량을 확대할 계획이다.
다만 생산시설 확보가 곧바로 수익성 개선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대선조선의 올해 상반기 매출은 404억원에 그쳤고 영업손실은 66억원을 기록했다. 매출액 대비 영업손실 비율은 약 16.3%다.
워크아웃 기간 채권단으로부터 신규자금 1700억원과 보증 100억원을 지원받고 기존 수주 선박 18척을 모두 인도했지만 영업적자에서는 벗어나지 못했다.
따라서 SB대선의 경영 정상화는 기존 협력관계를 실제 매출과 이익으로 연결할 수 있느냐에 달려 있다.
특히 HJ중공업의 신규 선박 건조 물량 가운데 SB대선이 추가로 확보할 수 있는 제작계약이 있는지 주목된다. 기존 7900TEU급 거주구 제작계약의 이행 상황과 다대조선소 가동률도 주요 변수다.
물론 이번 인수만으로 HJ중공업의 추가 발주나 원가 절감 효과가 확정된 것은 아니다. 외부 제작이 확대되더라도 품질과 납기 관리가 뒷받침되지 않으면 오히려 건조 일정에 부담을 줄 수 있다.
SB선보의 대선조선 인수는 단순한 기업 정상화를 넘어 부산 조선업계의 생산시설과 기술을 결합하는 새로운 시도다.
워크아웃 종료로 재무구조 개선의 발판은 마련됐다. 이제는 HJ중공업 등 기존 거래처의 추가 수주와 생산 효율화, 영업이익 회복을 통해 사업적 시너지를 입증해야 한다.
토요경제 / 김지영 기자 jykim.media@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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