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뛰는 대한민국] “코로나로 늘어난 빚만 3억6천…이젠 희망이 보여”

토요경제 인터뷰| 강정아 사장“올해 목표는 무조건 빚부터 줄이는 것”
"코로나가 또다시 심술을 부리지 않길 바라"

김병윤 기자

bykim7161@hanmail.net | 2022-05-02 18:52:09

 

▲ 강정아 사장이 손님이 떠난 자리를 치우고 있다. [사진 김병윤 기자]

 은행대출 1억3천만 원. 보험회사 약관대출 1억 원. 소상공인 대출 8천만 원. 지인들 차용금 5천만 원. 합계 3억6천만 원. 광화문에서 생맥줏집을 운영하는 강정아(46) 사장의 빚 명세서다. 이 엄청난 빚이 불과 2년 사이에 생긴 것이다. 강 사장의 빚은 더 있다. 자질구레한 빚이 많다.

강 사장은 2019년 6월에 개업했다. 지인의 가게를 인수했다. 개업 초에는 장사가 잘됐다. 속칭 오픈발이 효과를 봤다. 하루 매출이 3백만 원 이상을 찍기도 했다. 단골손님이 부쩍 늘었다. 단체손님도 줄을 이었다. 가을까지 반짝 성업을 이뤘다.

생맥주집의 성수기는 5~7월이다. 3달 장사로 1년을 버틴다고 한다. 휴가철은 한산하다. 날씨가 선선한 가을까지는 그래도 장사가 잘된다. 겨울에 접어들며 매출은 줄었다. 강 사장은 낙담하지 않았다. 현상 유지만 하면 된다는 생각이었다. 업종의 특성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강 사장은 2020년에 기대를 걸었다. 겨울만 지나면 손님이 물밀 듯 찾아오리라 기대했다. 강 사장의 이런 희망은 한순간 물거품이 됐다. 2020년 1월에 코로나가 창궐했다. 한국에서 첫 사망자가 발생했다. 사회 분위기가 얼어붙었다. 정부가 잇단 방역조치를 내렸다. 그래도 희망은 있었다. 여름이 오기 전에 코로나가 진정되리라 생각했다.

예상은 빗나갔다. 코로나 감염은 들불처럼 퍼져 나갔다. 방역조치는 더욱 강화됐다. 사람들 집합이 금지됐다. 영업시간도 단축됐다. 어찌할 방법이 없었다. 하늘이 무너지는 심정이었다. 상황은 더욱 악화했다. 회사원들은 재택근무에 들어갔다. 손님이 없었다. 하루 매출이 10만 원도 안 됐다. 아예 매출이 없던 날도 있었다.

가게 문을 열기가 두려웠다. 3명의 종업원이 모두 떠났다. 혼자 텅 빈 가게를 지켰다. 임대료와 운영비를 낼 방법이 없었다. 고정비용은 계속 들어갔다. 한 달에 천만 원씩 나갔다. 은행 문을 두들겼다. 1억 원을 대출받았다. 급한 빚부터 갚았다. 대출금이 곧 바닥을 보였다. 또다시 대출을 내야 했다. 빚을 갚기 위해 돈을 빌리는 악순환이 반복됐다. 이렇게 쌓인 빚이 3억6천만 원에 이르렀다. 한 달 이자만 250만 원에 이른다.

각종 세금도 몇 배 올랐다. 폐업하려 해도 할 수가 없게 됐다. 어쩔 수 없이 문을 열어야 했다. 강 사장의 한숨은 깊어만 갔다. 실의에 빠진 강 사장에게 희망의 빛이 조금씩 비추기 시작했다. 거리두기 해제라는 반가운 소식이 들려왔다. 2년 이상 발목을 잡았던 족쇄가 풀렸다.

2022년 4월18일 월요일. 정부가 거리두기 완전해제를 발표했다. 분위기가 확 바뀌었다. 효과는 그날로 나타났다. 단체손님 예약이 들어왔다.

20명의 손님이 한 팀을 이뤘다. 다른 자리도 손님으로 가득 찼다. 35개의 테이블이 만석을 이뤘다. 200만 원대 매출을 찍었다. 2년6개월 만에 다시 맛본 매출이었다. 다시 개업초기로 돌아간 기분이었다. 눈물이 났다. 기쁨의 눈물이었다. 강 사장은 기쁘면서도 걱정이 앞선다. 또다시 코로나가 기승을 부릴까 봐.

강 사장의 걱정은 또 있다. 재룟값 상승이다. 닭값이 2배로 올랐다. 닭값만이 아니다. 모든 재료가 천정부지로 뛰었다. 그렇다고 안줏값을 올리지도 못한다. 인건비 부담도 어깨를 짓누른다. 최저임금 상승에 허리가 휜다. 시간 당 만 원을 지급한다. 4월18일부터 3명의 아르바이트생을 고용했다. 손님이 는 만큼 일손이 부족해서다. 최저임금 상승에 업주는 죽는 현실이라고 말한다.

강 사장은 영업을 밤 12시 전에 끝내려 한다. 코로나 영향으로 손님들의 생활이 바뀌어서다. 요즘은 손님들이 12시 전에 일어난다. 시간제한에 익숙해져서다. 또 다른 이유가 있다. 아르바이트생의 임금이 비싸서다. 밤 12시 이후에는 매출보다 임금지출이 훨씬 많다.

강 사장은 그래도 오랜만에 활짝 웃는다. “손님이 많으면 모든 문제가 해결된다. 이자와 운영비는 벌어서 갚으면 된다”며 “계절의 여왕 5월에 희망의 싹이 움틀 것이다”며 기대를 숨기지 않았다.

강 사장은 담담한 목소리로 2022년의 목표를 말한다. “올해는 버는 대로 빚을 갚을 계획이다. 얼마가 될 줄 모르겠지만. 목표액은 없다. 이자가 너무 무섭다. 현재처럼 장사가 되면 조금은 갚을 수 있을 것 같다. 코로나가 또다시 심술을 부리지 않았으면 좋겠다.”

토요경제 / 김병윤 대기자 bykim7161@hanmail.net 

▲ 거리두기가 해제되자 강정아 사장의 가게에는 예전처럼 회사원 단골고객이 몰려왔다. [사진 김병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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