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서식품, 내수용 ‘국민커피’로 머무나…해외 진출 한계, 10년 실적 정체
10년간 매출 2800억원 증가, 영업이익은 오히려 줄어
네슬레도 넘지 못한 한국 인스턴트 커피 시장의 벽
김은선 기자
kes@sateconomy.co.kr | 2025-12-18 09:55:02
[토요경제 = 김은선 기자] K-문화 확산의 열풍 아래 라면 및 과자 등 K-식품이 해외 수출로 몸집을 키우는 동안 동서식품의 맥심은 국내 시장에 머문 채 치열한 경쟁을 버텨내고 있다.
한국 인스턴트 커피 시장을 만든 동서식품의 입지는 여전히 견고하지만 실적과 사업 구조는 10년 전과 크게 달라지지 않은 채 성장 한계에 직면해 있다.
◆ 시장이 없던 곳에 시장을 만든 커피 대명사 ‘맥심’
인스턴트 커피는 편의의 산물이 아니라 생존의 산물이다. 1930년대 대공황과 2차 세계대전을 거치며 대량 보급된 인스턴트 커피는 미군을 통해 한국에 들어왔다. 초기에는 미군 PX와 다방을 중심으로 소비됐지만 동서식품은 이 틈에서 대중 시장을 만들었다.
동서식품은 1968년 글로벌 식품기업 몬델리즈(구 크래프트)와 50대50 합작으로 출범했으며, 이 구조로 인해 맥심·맥스웰·카누 등 핵심 브랜드의 해외 상표권과 판권은 몬델리즈가 보유하고 있다.
1970년대 동서식품은 맥스웰하우스 라이센스 생산을 본격적으로 시작하며 커피와 함께 프림·차류 등을 동시에 공급했다. 커피 시장이 작았던 시절 소비 자체를 키우는 전략이었다. 등장하자마자 국내 커피 시장의 50% 시장을 장악하며 성공적으로 안착했다.
그후 설탕·프림을 한 번에 섞은 ‘맥심 커피믹스’를 내놓으며 커피를 특정 공간의 음료에서 일상 음료로 바꿔 놓았다.
◆ 동서식품의 위기… 글로벌기업 ‘네슬레’ 국내 진출, 스타벅스 등 커피전문점 확산
글로벌 식품 기업 네슬레는 한국 인스턴트 커피 시장에서 기대만큼 힘을 쓰지 못했다. 이미 동서식품이 수십 년간 구축한 유통망과 소비자 취향이 견고했기 때문이다. 가격 정책과 맛의 방향성에서도 현지화 속도가 늦었다는 평가가 뒤따랐다.
결과적으로 한국 인스턴트 커피 시장은 글로벌 표준보다 ‘한국형 구조’가 먼저 자리 잡았고 맥심은 그 중심에 섰다.
1990년대 후반 스타벅스를 필두로 한 커피전문점 확산은 인스턴트 커피 시장을 정체 국면으로 몰아넣었다. 소비는 원두와 매장 경험 중심으로 이동했고 인스턴트 커피는 한동안 성장 동력을 잃었다.
이에 동서식품은 카누를 통해 반격에 나섰다. 종이컵 기준이던 기존 믹스커피에서 벗어나 사무실용 아메리카노 수요를 겨냥했다. 이는 프리미엄과 일상 사이의 틈새를 파고든 전략이었고 시장의 수요를 이끌어냈다.
아울러 회사 관계자는 “스타벅스 캔커피도 동서식품이 제조를 하고 있다. 스타벅스의 원두와 동서식품의 기술력으로 끊임없이 앞으로 나아갈 것이다”고 언급했다.
◆ 그러나 10년 전과 대동소이… 실적이 말하는 ‘10년 정체의 구조’
그러나 이러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동서식품의 실적은 약 10년 전과 비교해 거의 성장하지 못했다.
동서식품의 2024년 연결 매출액은 1조7908억원으로 전년보다 소폭 늘었고, 영업이익도 약 1776억원으로 개선됐다. 2023년 매출은 1조7554억원, 영업이익은 1671억원이었다.
겉으로 보면 완만한 성장이다. 그러나 시계를 10년 전으로 돌리면 다른 해석이 나온다. 2015년 동서식품의 매출액은 약 1조5106억원, 영업이익은 2013억원이었다. 매출은 늘었지만 영업이익은 오히려 줄었다.
매출 증가 폭은 10년간 약 2800억원에 그쳤고 영업이익은 오히려 줄어들었다. 매출 소폭 증가가 인플레이션과 원가 상승을 감안하면 실질 성장으로 보기는 어렵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는 국내 소비층이 뚜렷하다는 방증인 동시에 성장 한계가 가시화되고 있다는 신호이기도 하다.
이는 동서식품의 사업 구조와 맞닿아 있다. 주력 브랜드 맥심을 중심으로 한 내수 중심 구조가 안정성을 제공하는 대신 외형 확장에는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는 분석이다. 해외 진출이 제한된 구조 속에서 실적은 방어되지만 도약하지는 못하는 흐름이 반복되고 있다.
업계에서는 동서식품이 지난 10년간 ‘잘 버텨온 기업’인 동시에 ‘크게 달라지지 않은 기업’이라는 상반된 평가를 받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고 본다. 안정과 성장 사이에서 어느 쪽을 택할 것인지가 향후 과제로 꼽힌다.
일각에서는 동서식품이 합작 구조상 매년 수백억원 규모의 브랜드 사용료를 지급하고 있고, 배당 역시 합작사로 상당 부분 흘러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합작의 전제가 된 수출 제한을 어떻게 해소할 것인지에 대한 문제 제기도 이어지고 있다.
이에 대해 회사 관계자는 “계약상 조건에 따라 해외 수출이나 추가적인 구조 변경은 사실상 어렵고, 현 시점에서 관련 계획은 없다”고 말했다.
이어 “맥심 브랜드를 활용한 카페나 서비스 영역으로의 사업 확장 역시 검토하고 있지 않다”고 덧붙였다.
토요경제 / 김은선 기자 kes@sateconom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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