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씨·크래프톤 AI 전면전 치룬다...파운데이션 모델 프로젝트서 격돌

AI 패권 전쟁, 게임사도 참전…정부 대형 프로젝트 진입
엔씨 ‘VARCO’ 앞세워 독자 모델 개발…산업용 솔루션 확장
크래프톤, ‘인조이’서 검증한 CPC로 멀티모달 AI 정조준

최영준 기자

cyj@sateconomy.co.kr | 2025-07-29 05:04:49

[토요경제 = 최영준 기자] 국내 대표 게임사 엔씨소프트와 크래프톤이 정부가 추진하는 ‘국가 AI 파운데이션 모델’ 개발 사업에 각각 컨소시엄 주관사와 참여사로 합류하며 기술 주도권을 둘러싼 경쟁에 본격 참전했다. 

 

산업 특성상 AI 활용이 빠르게 이뤄졌던 게임업계의 두 거물은 10년 이상 쌓아온 AI 연구 기반과 실제 게임 서비스 경험을 무기로 내세우고 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지난 25일 1차 서면 평가를 통해 총 15개 지원팀 중 10개 컨소시엄을 추렸다. 해당 평가에서 NC AI와 크래프톤이 포함된 팀은 모두 관문을 통과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발표 평가를 거쳐 최종 5개 정예팀이 선정될 예정이다.

NC AI는 자율 주행·바이오 등 수요 기업들과 손잡은 자체 컨소시엄의 주관사로 참여했으며 크래프톤은 SK텔레콤이 이끄는 ‘에이닷엑스’ 중심 컨소시엄에 멀티모달 기술 담당사로 이름을 올렸다.

 

▲ AI 모델 벤치마크 <자료=NC AI>


◆ ‘AI는 제2의 성장축’…엔씨, 게임 넘은 산업 솔루션 시동

엔씨소프트는 국내 게임사 중 가장 이른 2011년부터 AI 전담 조직을 운영하며 꾸준히 기술력을 쌓아왔다.

게임 내 몬스터의 행동을 제어하는 기본적인 AI부터 시작해 자연어 처리와 음성 합성, 이미지 생성 등 다양한 분야로 확장한 결과, 2024년에는 독자 LLM(거대언어모델) ‘바르코(VARCO)’의 구조를 완성했다.

자회사 NC AI를 통해 독립 연구체제를 구축한 이후에는 연구개발(R&D)에 그치지 않고 실제 산업 솔루션으로의 확장을 본격화했다. 바르코 기반 기술은 텍스트 기반 명령을 입력하면 캐릭터 동작을 자동 구현하는 ‘바르코 애니메이션’, 대사에 맞춰 입 모양과 표정을 생성하는 ‘바르코 싱크페이스’ 등으로 실현돼 이미 게임 개발 현장에서 사용되고 있다.

뿐만 아니라 NC AI는 패션 AI 솔루션, 미디어 콘텐츠 요약 및 인터랙션 도구 등으로 버티컬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최근에는 한국어 특화 LLM의 구조 설계와 멀티모달 적용 가능성에 주력하고 있으며 이번 프로젝트를 통해 범용성과 산업 적합성을 모두 갖춘 차세대 모델로 발전시키겠다는 전략이다.

NC AI는 생성형 AI의 기초를 이루는 어휘 집합(tokenizer), 학습 인프라(클러스터), 사전학습 데이터셋 수집·정제 능력 등을 내재화하고 있어 원천 기술 확보 측면에서도 경쟁력이 높다는 평가를 받는다.

 

▲ 크래프톤은 올해 CES 2025 에서 엔비디아와 함께 AI 기술 ‘CPC’ 발표했다. <사진=크래프톤>
◆ 크래프톤, 실전 중심 게임 AI…멀티모달 영역 선점

크래프톤은 원천 모델보다는 현장 적용에 특화된 AI 기술을 개발해왔다. 딥러닝 기반 캐릭터 동작, NPC 행동 예측, 보이스 합성 등 게임과 직결되는 응용 AI 영역에서 글로벌 수준의 역량을 갖추고 있으며, 최근에는 생성형 AI의 상호작용 기술까지 내재화했다.

대표적인 사례가 2025년 상반기 출시된 인생 시뮬레이션 게임 ‘인조이’다.

크래프톤은 엔비디아와 협력해 ‘CPC(Character Personality Core)’라는 자율형 AI 캐릭터를 구현했다. CPC는 고정된 스크립트 없이 상황에 따라 추론하고 감정을 표현하며 이용자와 실시간 대화까지 가능하다. 이 기능에는 크래프톤이 자체 개발한 대화 생성 AI, 감정 인식 모델, 상황 대응 시나리오 엔진 등이 복합적으로 작동한다.

크래프톤은 현재 SKT의 언어모델 ‘에이닷엑스(A.Dot X)’ 기반 컨소시엄에서 멀티모달 부문을 전담하면서 게임·영상 콘텐츠 생성에서 축적한 경험을 바탕으로 이미지·음성·영상 데이터를 종합 처리할 수 있는 기술 개발에 주력 중이다.

게임 플레이 중 발생하는 실시간 음성, 배경 시각 요소, 캐릭터 상호작용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AI 학습 구조는 타 산업 대비 월등히 방대해 학습 효율성과 응용력 모두 확보할 수 있는 환경으로 평가된다.


◆ ‘게임사 AI’가 주목받는 이유…100명 넘는 전문 인력과 실전 적용 경험


두 회사는 모두 AI를 단순 연구개발이 아닌 핵심 사업으로 보고 각각 100명 이상 규모의 AI 전문 인력을 조직 내에 두고 있다. 특히 게임은 매일 수십에서 수백만 이용자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확보할 수 있는 산업이라는 점에서 AI 연구에 최적화된 조건을 갖췄다.

실제 게임사는 음성 합성, 캐릭터 디자인, 배경 이미지 생성, NPC 대화 시나리오 구성 등 다양한 생성형 AI의 테스트베드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이러한 현장 적용 경험은 학습 데이터 검증과 사용자 반응 분석 측면에서 타 산업 대비 빠른 피드백 루프를 제공한다.

정부의 이번 프로젝트는 단순한 모델 개발을 넘어 산업별 특화 모델을 내재화하고 AI 주권 확보를 위한 인프라를 정비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그 과정에서 게임사는 데이터 확보력과 실전 적용 경험이라는 측면에서 전략적 자산으로 부상하고 있다.

 

토요경제 / 최영준 기자 cyj@sateconom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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