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전자, ‘가전 명가’ 넘어 B2B·로봇 기업 될 수 있을까
2024년 실적 기준 H&A 비중 37.9%…전장·로봇·B2B 신사업은 아직 ‘과도기’
최영준 기자
cyj@sateconomy.co.kr | 2025-05-21 19:19:04
[토요경제 = 최영준 기자] LG전자가 생활가전을 넘어선 새로운 사업 정체성을 모색하고 있다. B2B 중심의 상업용 디스플레이, 자동차 전장, 로봇 등 비가전 신사업을 차세대 성장동력으로 삼고, 사업 포트폴리오 전환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현실은 과도기다. 지난 1월 23일 발표된 2024년 연간 실적에 따르면, LG전자의 연결 기준 전체 매출은 87조7282억원. 이 중 생활가전 부문을 담당하는 H&A(Home Appliance & Air Solution) 사업본부의 매출은 33조2033억원으로, 전체의 약 37.9%를 차지했다. 수치상으로는 비중이 과거보다 다소 줄었지만 여전히 ‘가전’이 LG전자의 핵심 매출원이라는 사실엔 변함이 없다.
프리미엄 브랜드 전략인 ‘LG 시그니처’나 ‘오브제컬렉션’이 일정 부분 성공을 거뒀지만, 가전 시장은 전 세계적으로 공급 과잉과 가격 경쟁이 심화되며 수익성이 점차 둔화되고 있다. LG전자가 ‘탈(脫) 가전’을 외치며 사업 체질을 바꾸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전장사업본부(VS)는 그 변화의 선두에 있다. 2023년 흑자 전환에 성공한 전장 부문은 글로벌 완성차 브랜드와의 공급 계약을 기반으로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으며, LG전자는 2027년까지 해당 부문의 연 매출을 20조원 이상으로 확대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특히 전장 분야는 LG이노텍·LG에너지솔루션 등 그룹 계열사와의 협력 시너지를 창출할 수 있는 구조라는 점에서도 주목받고 있다.
로봇 사업도 LG전자가 심혈을 기울이는 영역이다. LG전자는 서빙로봇, 보안로봇, 물류로봇 등 상업용 로봇을 중심으로 호텔·병원·물류센터 등에 공급하고 있으며, 자율주행·AI·센서 기술을 집약한 미래형 서비스 로봇도 개발 중이다.
특히 청소로봇, 안내로봇 등은 자사 인프라와 연계한 맞춤형 솔루션 형태로 확장하고 있으나, 시장 자체의 초기성·비용구조상 한계 등으로 인해 아직까지는 R&D 중심의 사업에 머물고 있다.
또 다른 축은 상업용 디스플레이·공조·에너지 솔루션 등 B2B 사업이다. LG전자는 상업용 사이니지 및 시스템에어컨 시장에서 기술력을 앞세워 안정적인 수익 기반을 확보하고 있다.
특히 오피스빌딩·공공기관·호텔 등 대형 수주 프로젝트를 중심으로 디지털 인프라 사업을 강화 중이며, 탄소중립 흐름에 맞춰 에너지 관리 시스템(Energy Management System, EMS)까지 확대하고 있다.
하지만 이들 신사업 모두 아직까지는 '기대 영역'에 머물러 있다는 지적도 있다. 한 산업분석가는 “VS 사업이 흑자 전환에는 성공했지만, 아직 H&A의 수익성을 대체할 수준은 아니다”라며 “전장과 로봇, B2B 모두 수익성·글로벌 진입 속도·기술 내재화 등 넘어야 할 허들이 많다”고 지적했다.
특히 로봇은 삼성전자·현대차·중국계 기업 등과의 경쟁이 격화되고 있는 분야로, 단순 기술력이 아닌 사업화 역량과 인프라 구축 속도가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LG전자는 올해도 신사업 분야의 투자를 확대할 계획이다. 전장과 로봇에 대한 R&D 비용을 작년 대비 두 자릿수 이상 증액하고, B2B 부문에서는 글로벌 수주와 인프라 고도화를 병행한다는 전략이다. 내부적으로는 조직을 ‘시장 중심’ 구조로 재편하며, 가전 부문은 수익성 위주 전략을, 비가전 부문은 매출 성장을 우선하는 이원화 전략을 추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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