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다양성이라는 새로운 돛 올린 엔씨소프트
최영준 기자
cyj@sateconomy.co.kr | 2024-09-10 18:37:15
[토요경제 = 최영준 기자] 게이머들에게 엔씨소프트라는 게임사를 언급하면 '리니지'를 떠올리는 사람이 압도적으로 많을 것이다. 그만큼 크게 성공했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지금의 엔씨소프트를 있게 해준 명작이 분명하다.
다만 오랜 세월이 지난 지금, 리니지와 엔씨소프트에는 부정적인 이미지가 누적되어 있다. 리니지 시리즈가 유저 간 경쟁을 모토로 하는 P2W(Pay to win) 게임이다 보니 점점 높아지는 과금의 벽에 진절머리가 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엔씨소프트의 리니지 시리즈는 ‘리니지라이크’라는 하나의 장르로 취급될 만큼 큰 성공을 거뒀음에도 불명예를 떠안게 된 것이다. 하다못해 게임 이용자들 사이에서 게임에 과금을 많이 하는 이용자를 일컬어 ‘린저씨’라고 조롱하기에 이르렀다.
그럼에도 많은 게임사에서 아직도 리니지라이크 게임을 줄기차게 출시하고 있다. 누가 뭐래도 '돈'이 되기 때문이다.
이렇듯 여기저기서 봇물 터지듯이 리니지라이크 게임을 출시하고 있지만 정작 엔씨소프트는 변화를 결심했다. 게임 포트폴리오 확장이라는 새로운 돛을 올린 것이다.
엔씨소프트가 이처럼 새로운 곳에 드라이브를 거는 배경은 회사 이름만 들어도 과금부터 걱정해야 한다는 작금의 불명예를 벗어 던지기 위해서다. 또 리니지라이크는 성행하지만 정작 원조 격인 리니지 시리즈의 성과는 점점 소강되고 있는 것도 한 부분을 차지했다.
현 위기 상황을 타파하기 위해 엔씨소프트는 여러 변화를 시도하고 있지만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새로운 장르에 도전하고 있다는 점이다.
엔씨소프트는 유저 간 경쟁이 주 콘텐츠로 작용하는 MMORPG 장르를 중점적으로 출시하고 서비스해 왔다. 엔씨소프트 하면 떠오르는 리니지 시리즈와 ‘블레이드 & 소울’, ‘아이온’ 비교적 최근 서비스를 시작한 ‘쓰론 앤 리버티’까지 모두 같은 장르의 게임이다.
하지만 최근에는 서바이벌 난투형 액션 장르의 ‘배틀크러쉬’와 서브컬처 수집형 RPG인 ‘호연’을 출시하면서 본격적으로 장르를 늘려나가고 있다. 심지어 게임의 성적과는 무관하게 새로 출시한 게임들은 대충 만들었다고는 보기 어려울 정도로 괜찮은 퀄리티를 자랑하고 있다.
더불어 엔씨 게임은 과금 게임이라는 이미지를 탈피하기 위해 최근 출시한 신작들은 과금으로부터 상당히 자유로운 느낌이다. 특히 호연의 경우 대개 많은 과금을 요구하는 수집형 장르의 게임답지 않게 유연한 모습을 보여줬다.
여기서 그치지 않고 최근 유행하고 있는 루트슈터 장르의 신작 ‘프로젝트 LLL’과 방치형 게임으로 알려진 ‘저니 오브 모나크’, RTS(실시간 전략 시뮬레이션) 장르의 ‘택탄: 나이츠 오브 가즈’, 캐주얼 게임 ‘도구리 어드벤쳐’ 등 장르 다각화를 위한 도전적인 신작들을 여럿 개발 중이다.
또 기존 자사에서 출시한 게임을 플레이하기 위한 플랫폼으로 사용해 오던 ‘퍼플’을 타사에서 개발한 게임도 입점시키고 클라우드 저장 시스템, 업적 시스템을 적용해 글로벌 게임 유통 플랫폼인 ‘스팀’이나 ‘에픽게임즈 스토어’처럼 확장했다.
최근 발표한 회사 측 자료에 따르면 퍼플의 첫 PC 게임 배급 파트너는 소니 인터랙티브 엔터테인먼트(SIE)다.
퍼플 이용자들은 SIE의 대표작인 ▲호라이즌 포비든 웨스트 ▲마블스 스파이더맨 리마스터 ▲마블스 스파이더맨 마일즈 모랄레스 ▲라쳇 앤 클랭크: 리프트 어파트 등을 플레이할 수 있게 됐다.
첫 배급 파트너로 SIE라는 거물과 손을 잡았지만, 지속적으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향후 여러 외부 파트너사와 손을 잡고, 얼마나 많은 AAA급 타이틀을 확보해 게임 배급을 이뤄낼 수 있을지가 관건으로 보인다.
이렇듯 지금의 엔씨소프트는 리니지라이크 혹은 과금게임 이라는 오래되고 낡은 돛을 내리고 다양성이라는 돛을 새로 내걸어 변화의 항로를 항해하고 있다. 꽤나 긍정적인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는 만큼 순항을 기원해 본다.
토요경제 / 최영준 기자 cyj@sateconom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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