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강업계, 불황 속 1분기 선방… 고부가·해외투자로 돌파구 찾는다

포스코·현대제철 1분기 매출 증가에도 철강 본업 회복 판단은 신중
중국발 공급 과잉·건설 경기 침체·고환율 겹치며 하반기 변수 확대
전기강판·저탄소 강판·해외 현지 생산 확대하며 수익성 방어 전략 강화

전인환 기자

jih@sateconomy.co.kr | 2026-05-14 18:23:47

[토요경제 = 전인환 기자] 국내 철강업계가 1분기 실적 방어에 성공했지만 업황 회복 판단에는 신중한 분위기다. 중국발 공급 과잉과 저가 수입재 유입, 고환율에 따른 원가 부담이 이어지는 가운데 철강사들은 고부가 제품 확대와 해외 현지 생산 체제 구축을 통해 수익성 방어에 나설 방침이다.

 

▲ 평택항에 쌓인 철강 제품들/사진=연합뉴스
13일 업계에 따르면 포스코홀딩스는 올해 연결 기준 매출 17조8760억원, 영업이익 7070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 대비 매출은 2.5% 늘었고, 영업이익은 24.3% 증가했다.

이번 실적 개선은 철강 본업보다 포스코인터내셔널의 가스·에너지 사업 호조와 포스코이앤씨의 흑자 전환, 포스코퓨처엠의 실적 개선 등 인프라·이차전지 소재 자회사의 회복세가 뒷받침한 것으로 분석된다.

현대제철은 올해 1분기 연결 기준 매출 5조7397억원, 영업이익 157억원을 기록했다.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3.2% 증가했고, 영업이익은 지난해 같은 기간 190억원 손실에서 흑자 전환했다.

다만 직전 분기인 지난해 4분기와 비교하면 매출은 4.6% 증가했지만, 영업이익은 63.7% 감소했고 당기순손익은 적자로 돌아섰다.

두 회사 모두 철강 부문 판매량 증가가 매출을 끌어올렸지만, 환율 상승과 원자재 가격 부담으로 수익성 개선은 제한적이었다. 업계에서는 주요 철강사들의 실적 방어를 철강 업황의 본격적인 회복세로 보기는 어렵다는 평가가 나온다.

철강산업은 단순한 수요·공급 논리만으로 설명되기 어려운 국면에 들어섰다. 지정학적 갈등과 보호무역 기조, 친환경 전환, 첨단산업 수요 변화가 맞물리면서 업황 변수도 복잡해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실제 철강업계는 지난해부터 이어진 수요 부진과 저가 수입재 유입에 따른 가격 하락, 원료 가격과 유가, 환율 상승이 겹치며 마진 압박을 받아왔다.

포스코는 지난달 30일 열린 올해 1분기 컨퍼런스콜에서 고객사 부담을 고려해 가격 조정을 최대한 유보해 왔지만, 반덤핑 조치 이후 열연과 후판을 중심으로 가격이 상승하며 일부 가격 정상화가 이뤄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원가 부담은 여전히 남아 있다. 중동 전쟁 장기화에 따른 물류·에너지 가격 변동성, 건설 경기 부진에 따른 철근·형강 수요 약세, 중국산 도금재 반덤핑 조사 등은 하반기 철강 업황을 좌우할 변수로 꼽힌다.

국내 철강사들은 사업구조 재편을 통해 현지 생산 체제를 구축하고, 고부가 제품 중심으로 포트폴리오를 전환해 불황 장기화에 대응할 방침이다. 생산량 확대보다 수익성 중심 전략에 무게를 두는 모습이다.

포스코는 전기차와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전력망 투자 확대에 따라 고급 강재 수요가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자동차강판과 친환경 에너지용 강재 등 고수익 제품 비중 확대에 나서고 있다.

해외 투자도 확대하고 있다. 최근 인도 최대 민간 철강사인 JSW Steel과 인도 동부 오디샤주에 일관제철소를 짓기 위한 합작투자계약(JVA)을 체결했으며, 이를 통해 현지 생산 체제를 구축하고 글로벌 공급 과잉과 통상 규제 강화에 대응한다는 전략이다.

현대제철 역시 전력 인프라와 AI 데이터센터용 철강재 시장 공략에 나서며 신규 수요 확보에 집중하고 있다.

북미 시장을 중심으로 에너지저장장치(ESS)용 고성능 형강 판매를 확대하는 한편, 전기로·고로 복합 프로세스를 활용한 저탄소 강판 양산을 통해 글로벌 완성차 업체의 친환경 수요 공략에도 속도를 낼 방침이다.

업계 관계자는 “철강 수요가 둔화된 지역에서는 경쟁력이 낮아진 설비를 정리하고, 수요 성장이 예상되는 지역에는 투자를 확대하는 흐름이 나타나고 있다”며 “국내 철강사들도 후판·선재 등 일부 설비는 줄이는 대신 전기강판과 전기로 등 성장 분야 투자를 이어가며 사업구조를 재편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철강산업은 이제 단순히 수요와 공급만 보고 판단하기 어려운 시장이 됐다”며 “지정학적 리스크와 기후 변화, 보호무역, 첨단산업 수요 변화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는 만큼 장기 전략의 일관성과 단기 대응의 유연성을 함께 갖춰야 한다”고 말했다.

 

토요경제 / 전인환 기자 jih@sateconom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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