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크아웃’ 기로에선 태영건설… 건설업계 PF위기 재발 우려↑

PF부실채무 급증… 연말연시 만기도래 대출금 해결이 분수령
태영 “리스크해소 위해 계열사·주식매각 등 총력 대응 체제”
업계 전반 위기 확산 걱정 분위기… 정부도 대책 마련 고심

이중배 기자

dialee09@naver.com | 2023-12-27 18:18:07

▲대형 건설사인 태영건설이 PF부실이 가중되며 워크아웃 추진설이 강하게 제기되고 있다.  사진은 태영 여의도 사옥. <사진=태영건설>

 

유동성 위기를 겪고 있는 태영건설이 워크아웃 신청 가능성이 커지는 분위기다.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 리스크를 해소할 ‘총알’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사태가 악화되자 태영은 지주사인 TY홀딩스까지 나서 계열사의 지원사격, 우량 주식 및 계열사 매각 등 총력 대응 태세에 돌입했다. 하지만, PF 부실 규모가 워낙 커서 워크아웃 외에 뾰족한 해결책을 내놓기 어려울 것이라는 게 대체적인 시각이다.


여기에 이달말에서 다음달 초까지 차입금 만기가 줄줄이 도래하며 태영을 더욱 압박하는 모양새다. 업계 일각에서는 태영의 워크아웃 결단이 예상보다 빨라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시공능력평가(시평) 기준 16위의 준메이저 건설사인 태영의 일촉즉발의 위기에 관련 업계는 물론 금융권과 정부까지 긴장하는 분위기다. 태영발(發) PF위기가 자칫 걷잡을 수 없는 대란으로 이어질 개연성을 걱정하고 있는 것이다.

◆줄줄이 대출만기 도래… 업계 “태영 결단의 시간 임박”


태영건설은 업계와 증시에 워크아웃 추진설이 불거지자 27일 개장 전 공시를 통해 “현재 경영 정상화를 위한 다양한 방안을 검토 중이나 구체적으로 확정된 바는 없다”고 밝혔다.


시장은 이를 액면대로 받아들이지 않았다. 워크아웃 추진설이 빠르게 퍼지면서 태영건설 주가는 27일 전일대비 19.57% 폭락한 2405원으로 장을 마쳤다. 장중엔 낙폭이 20%를 돌파하며 52주 신저가를 찍었다.


업계와 증권가에선 태영이 이미 워크아웃 절차 등을 확인하는 등 사실상 워크아웃 신청 수순에 들어간 것이 아니냐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워크아웃설을 강하게 부인했던 태영이 결국 워크아웃 최종 확정 전에 사전 준비작업에 돌입했다는 얘기다.

 

▲태영건설 깃발이 27일 서울 영등포구 태영빌딩 앞에서 바람에 휘날리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태영의 현 채무상황은 심각하다. 한국투자증권이 지난 19일 낸 보고서에 따르면 태영이 보증한 PF 대출 잔액은 지난 3분기 말 기준 4조4100억원이다. 이중 민자 SOC(사회간접자본) 사업을 위한 PF보증액을 제외한 순수 개발 PF 잔액이 3조2000억원대에 달한다.


태영의 현 재무상태를 고려하면 이미 임계점을 넘어섰다는 평가가 나온다. 당장 워크아웃을 신청해도 전혀 이상할 게 없을 정도다. 이중 상환 재원을 확보하지 못해 미착공 상태로 남아 있는 현장의 비중이 과반에 달한다는 분석이다.


태영의 3분기 말 기준 순차입금은 1조9300억원, 부채비율은 478.7%이다. 시평 35위 내 주요 대형·중견 건설사를 통털어 부채 비율이 가장 높다.


설상가상으로 태영건설은 28일을 시작으로 내년초까지 PF 대출 만기를 줄줄이 앞두고 있어 결단의 시간이 임박했다는 관측이다. 금융권에서는 태영의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 대출금의 1차 만기가 도래하는 28일과 29일이 태영의 운명을 가릴 1차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는 분위기다.

◆건설업계 바싹 긴장… 금융권도 불통튈까 ‘전전긍긍’


태영의 워크아웃 우려감이 고조되면서 건설업계 전반에 긴장감이 흐르고 있다. 특히 태영 도급사들은 전전긍긍하고 있다. 업계에선 PF우발채무 리스크가 커 제2, 제3의 태영으로 거론되는 리스트까지 돌고 있다. PF부실 문제가 비단 태영에만 국한된 문제가 아니라는 얘기다.


작년 2분기 이후 부동산 시장의 냉각, 건축비 등 원가 상승, 레고랜드 사태 후유증에 의한 PF 위축 등으로 시공과 분양시장이 얼어붙으면서 건설사 PF부실 문제가 업계의 강력한 뇌관으로 떠올랐다.


일부 대그룹 계열 메이저 건설사를 제외하고 상당수 대형 및 중견 건설사들이 정도의 차이는 있으나 잠재적인 PF부실로 큰 어려움에 봉착해있다는 게 업계의 전언이다.

 

▲부동산PF 부실이 날로 심각성을 더하고 있다. 재건축 현장 인근 빨간 신호등이 현재의 상황을 함축적으로 설명한다. <사진=연합뉴스>

 

시공사와 밀접하게 연결된 금융기관들이 바싹 긴장하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그도 그럴 것이 시공사의 부실이 곪아터질 경우 그 불똥은 부동산 신탁사, 은행 등 금융권 전반으로 옮겨붙을 수 밖에 없는 구조다.


정부도 사태의 심각성을 고려, 대응태세에 돌입했다. 부동산 시장 침체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PF부실이 자칫 건설업계 대위기와 주택공급 부족으로 악화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 최상목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후보자와 김주현 금융위원장, 이복현 금융감독원장,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 등 이른바 ‘F(Finance)4’는 지난 26일 회동을 갖고 부동산 PF현안과 태영건설의 워크아웃 가능성, 향후 대책 등을 집중 논의했다.


한편 나이스신용평가는 이날 보고서를 내고 태영건설의 장기 신용등급을 ‘A-’로 유지하되 등급전망을 ‘안정적’에서 ‘하향검토 감시대상’으로 내렸다. PF우발채무 부담이 과중한 가운데 부정적인 자금조달 여건으로 차환의 불확실성이 크게 확대된 점을 고려했다는게 나이스측의 설명이다.

 

토요경제 / 이중배 기자 dialee09@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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