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이란 충돌 장기화 우려…중동 공략 나선 K푸드 식품업계 ‘비상’

호르무즈 해협 봉쇄 우려에 원가 부담 가중
성장동력 삼은 K푸드 중동시장 ‘제동’ 가능성
미·이란 충돌에 ‘중동 리스크’ 확대…식품업계 고유가·물류비 이중 압박 ‘촉각’

김은선 기자

kes@sateconomy.co.kr | 2026-03-03 18:06:32

[토요경제 = 김은선 기자] 미국과 이란의 전쟁에 따른 중동 리스크 확대로 국내 식품업계의 중동 시장 전략에 제동이 걸릴 가능성이 커졌다.

 

▲ 농심 할랄푸드 제품/사진=농심

 

미국·이스라엘과 이란의 무력 충돌 사태에 국제 원유 및 물류 시장은 즉각 반응했다. 국제원유값은 3거래일 연속 상승세를 이어갔다. 호르무즈 해협 봉쇄 가능성이 거론되면서 국제 유가 변동성도 확대되는 분위기다. 전 세계 석유 해상 교역량의 약 27%가 통과하는 이 해협은 국내 원유 수입의 70% 가량이 의존하는 핵심 통로다.


원유 가격 상승은 곧 물류비와 전기·가스 요금 인상으로 이어진다. 원재료 상당 부분을 수입하는 식품업계 특성상 생산 단가 전반에 영향을 줄 수밖에 없다.


업계 관계자는 “글로벌 운임이 오르면 국내 생산비와 수출 채산성 모두 악화될 수 있다”고 말했다.

 

중동은 아직 전체 K푸드 수출의 약 3% 수준이지만 성장세는 가파르다.

 

4일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중동 지역으로의 지난 2025년 수출액은 전년 대비 22.6% 늘어난 4억1000만달러를 기록했다. K푸드에 대한 인지도와 소비 경험이 확대되면서 현지 소비층이 넓어졌고, 매운맛 라면과 소스류, 아이스크림 등 제품이 기후 특성에 부합하는 상품으로 자리 잡으며 두드러진 성장세를 보인 것이다.

성장 잠재력이 높은 중동 지역에서 라면업계의 상승세는 유독 눈에 띈다. 삼양식품은 중동시장 진출을 위해 2018년 아랍에미리트 ESMA 할랄을 취득하고, 2021년 현지 유통업체인 사르야 제너럴 트레이딩과 독점 공급 관련 업무 협약을 체결하며 중동 지역에 본격 진출했다. 

회사는 아랍에미리트를 시작으로 꾸준히 주변국으로 판매망을 확대해 현재 UAE, 사우디아라비아, 쿠웨이트 등 중동 10여개국에 진출했다.다만 이란에는 진출해 있지 않다.
 
지난 2024년 약 500억원 매출을 기록했으며,지난해에는 중동 매출 660억원 수준의 매출이 예상되며 올해 800억원 돌파를 목표로 삼았다.

 

농심도 최근 5년간 연평균 12% 성장했고 올해 50% 이상 확대를 계획했다. 농심 관계자는 “호르무즈 해협 봉쇄와 유가 급등 가능성을 주시하며 상황에 맞게 대응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 전쟁 속 사망한 이란 최고지도자 아야톨라 세예드 알리 하메네이/사진=연합뉴스
이외에도 국내 주요 식품기업들은 중동 시장 확대를 위한 준비를 이어왔다.


CJ제일제당은 할랄 인증을 받은 ‘비비고 김스낵’과 ‘볶음면’을 중동 전략 제품으로 선정하고, 현지 기업 알 카야트 인베스트먼츠(AKI)와 협력해 주요 유통 채널 입점 확대를 추진해왔다. 현지 판매망을 본격적으로 넓히는 과정에서 이번 사태가 발생한 셈이다.

동원F&B는 중동 수출을 지난해 대비 4배 이상 확대할 계획이었으며, 매일유업, 오뚜기, 빙그레도 현지 진출 확대를 추진하며 중동 공략에 속도를 내고 있었다.


동원F&B 관계자는 “현재로서는 중동 정세가 당장 수출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단정하기는 어렵지만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이어 “유류비와 국내외 물류비 상승이 현실화될 경우 생산비까지 연쇄적으로 오르면서 전반적인 원가 부담이 가중될 것으로 예상된다. 물류비 이외의 부분에서 원가를 낮출 수 있는 방안을 고민해볼 것”이라고 말했다.


빙그레는 사우디아라비아·이스라엘 등으로 메로나 수출을 확대해 왔다. 빙그레 관계자는 “최근 중동 정세와 관련해 상황을 면밀히 모니터링하며 여러 시나리오를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식품업계 관계자는 “상황이 장기화될 경우 대비해 유가, 물류비 등 관련해서 내부적으로 예의주시하고 있으며, 수출이나 원자재 수급 관련 이슈는 크게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삼양식품 관계자는 “현재 호르무즈 해협을 통해 수출하고 있으나 봉쇄가 현실화될 경우 오만 우회나 해상·육상 복합 운송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며 “유통기한과 재고 운영에 일정 여유가 있어 단기 충격은 관리 가능하지만 노선 중단 시 선복 감소와 운임 상승 가능성을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전쟁의 단기와 장기 시나리오를 구분해 대응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강경우 한양대 교통물류학과 교수는 “원유와 해상 물류는 식품 원가 구조의 기본”이라며 “한국처럼 원자재를 수입해 가공·수출하는 구조는 근본적으로 취약할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다만 그는 “국가가 90일 이상 대응 가능한 석유를 비축하고 있어 단기 충돌의 영향은 제한적일 수 있다”고 분석했다. 그러나 “사태가 장기화되면 (석유비축분도 충분하지 않을 수 있기 때문에) 공급선 다변화와 국가 차원의 에너지 전략 재편이 불가피하다”고 강조했다.

강 교수는 “공급선을 다변화하려면 비용 부담이 크고 식품·유통업계는 원가 경쟁이 치열한 산업”이라며 “중동 원유 의존 구조를 단기간에 바꾸기는 쉽지 않다”고 덧붙였다.

그는 끝으로 “단기 충돌은 비축 물량으로 대응 가능하겠지만 사태가 장기화될 경우 공급선 다변화와 국가 차원의 에너지 전략 재편이 불가피하다”고 강조했다.

 

토요경제 / 김은선 기자 kes@sateconomy.co.kr

[ⓒ 토요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