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품·생필품업계 꼼수 가격인상...소비자 불신·단속 부메랑 불러
업체들 가격 동결 대신 용량 감소·질 하락시켜 신뢰 훼손 자초
물가 억제 전력 기울이는 정부, 꼼수 인상에 실태 조사 나서
업계 스스로 원가 절감 노력 후 소비자 이해 구하는 게 도리
이승섭 기자
sslee7@sateconomy.co.kr | 2023-11-18 17:50:02
정부가 식품과 생필품 중심으로 꼼수 가격 인상이 잇따르자 전면 실태조사에 나섰다. 고물가 우려가 여전한 가운데 제품 용량을 줄이거나 질을 떨어뜨려 편법 인상이라는 논란이 일면서 주요 생필품 가격과 용량에 대한 실태조사를 벌이기로 한 것이다.
식품·생필품 업계 등은 정부가 물가 단속에 본격 나선 이후 원재룟값과 인건비 등 원가 상승에도 불구하고 가격을 인상하는 것이 사실상 어f렵게 됐다 그러다 보니 제품 가격은 그대로 두되 내용물의 양을 줄이거나 질을 낮추는 방식으로 원가 상승분을 보전해 왔다.
하지만 이 같은 꼼수는 소비자를 기만하고, 기업과 제품 브랜드 신뢰를 훼손해 해당 제품 구매를 줄이게 돼 결국 기업에 부메랑이 돼 돌아가기 마련이다. 이에 더해 정부의 실태단속과 신고센터 운영 등 강경 대응에 나서는 결과를 가져왔다.
◇생필품업계 등이 꼼수 가격 인상에 나선 데는
기업들이 제품 가격은 그대로 두는 대신 용량을 줄이는 슈링크플레이션(shrinkflation)이나 제품·서비스 질을 떨어뜨리는 스킴플레이션(skomplation)에 나선 것은 일종의 고육지책으로 볼 수 있다.
작년부터 원재룟값과 인건비 등 원가는 상승하는 반면, 이를 제품 가격에 반영하기가 여의치않게 됐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지달달 물가상승률이 3개월 연속 3%대를 기록하는 등 물가 오름세가 좀체 잡히지 않자 정부가 물가 단속에 적극 나선 것과 무관하지 않다. 특히 정부가 생산·유통단계에서 물가 점검에 나서자 업계로서는 궁여지책으로 이 같은 꼼수 인상 전략을 택했다고 볼 수 있다.
문제는 사실상 가격을 인상한 것이나 마찬가지인데도 이를 소비자들에게 제대로 알리지 않아 반발을 샀다. 나아가 정부의 실태조사까지 받게 된 것은 더 큰 손실을 안게 된 셈이다.
◇실태조사·신고센터 운영 등 단속 나선 정부
고물가 우려가 커진 가운데 식품과 생필품 등의 꼼수 가격 인상이 이뤄지자 정부가 이에 대한 실태조사에 나서기로 했다. 김병환 기획재정부 1차관은 어제 ‘비상경제차관회의 겸 물가관계차관회의’를 주재하고 이 같은 계획을 발표했다. 이달 말까지 한국소비자원을 중심으로 주요 생필품 실태조사와 함께 신고센터를 신설해 관련 사례에 대한 제보를 받을 계획이다.
앞서 라면·빵 등 가공식품과 외식메뉴 가격을 하루 단위로 점검하고, 물가 관리 전담부서를 지정키로 했다. 이어 지난 7일 정부 부처 국·실장급 간부가 특정 품목의 물가를 전담해 집중 관리하겠다고 밝히는 등 압박 수위를 높인 것도 같은 배경이다.
정부가 전방위 물가 단속에 나선 것은 고물가 불안이 가시지 않고 있는 데 따른 것이다. 물가 상승 압박이 가중되면서 최근 1년 새 먹거리 외에 생활용품 가격도 크게 상승했다.
한국소비자원의 가격정보 종합포털 ‘참가격’에 의하면 이달 기준 생활용품 27개 품목 80개 제품 가운데 절반 이상인 41개 제품 판매가가 작년 동기보다 18% 상승한 것으로 조사됐다.
더욱이 물가 상승률 전망치도 높아져 불안하게 한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어제 한국의 올해 물가 상승률 전망치를 3.6%로 예상했다. 지난달 제시한 3.4%보다 0.2%포인트 올렸다. 내년 물가 상승률 전망치도 종전 2.3%에서 2.4%로 0.1%포인트 상승했다. 정부의 연간 물가 목표치인 2%는 내년 말이나 돼야 안착할 것으로 전망했다. 당분간 고물가가 불가피하다는 진단이다.
특히나 그동안 높은 물가상승률로 장기간 통화긴축 조치를 취하고 있는 미국도 지난달 물가상승률이 3.2%로 우리의 3.8%보다 오히려 낮아졌다. 물가가 잡히지 않으면 현행 고금리 기조를 완화하기가 여의치 않게 된다. 정책금리가 낮아져야 소비와 투자가 늘어나 경제 활력을 키울 수 있다. 정부가 물가 단속에 총력을 기울일 수밖에 없는 이유다.
◇소비자 신뢰 훼손 등의 부메랑 ...원가 절감이 우선
믈론 기업들의 이런 변칙적인 가격 인상을 이해 못 할 일은 아니다. 그렇다고 해서 소비자들의 이목을 속이는 행위는 온당치 못하다.설사 그럴 수밖에 없다고 하더라도 사전에 소비자들에게 충분히 설명하고 이해를 구하는 것이 도리다.
물가가 오르면 기업들 스스로 최대한 원가 절감 노력을 기울이는 것이 우선이다. 그래도 안 될 경우 가격을 올리는 것이 합리적이다. 반대로 원재룟값 등 원가가 낮아졌을 때는 제품 가격 인하에 궁색한 것과 비교하면 그렇다.
지금 경기침체에다 고물가와 장기간 고금리로 기업들의 부담도 상대적으로 커졌지만 서민들이 받는 충격에는 비할 바 못 된다.
경제가 어려울 때는 정부와 기업, 가계 등 경제주체들이 부담을 조금씩 나눠 가져야 한다. 정부는 건전재정에 안간힘을 쓰고 있다. 가계는 역대 최대 부채와 고금리에 허덕이고 있고, 금융권 연체율도 사상 최고를 기록할 만큼 어려운 처지에 놓였다.
이럴수록 기업의 역할이 중요하다. 앞에선 물가 안정에 기여하는 것처럼 하면서, 뒤로는 실속 차리기에 바쁜 모습은 눈총을 받기 십상이다. 기업도 허리띠를 졸라 매고 물가 안정에 동참해야 한다.
물가 당국도 기업들에 가격 인상을 무조건 누르기 보다는 시장 원리에 맞기고,기업들 스스로 물가 안정책에 동참하도록 유도할 필요가 있다. 기업들의 이번 꼼수 가격 인상도 풍선효과인 셈이다. 당장은 단속에 따른 효과가 있겠지만 시간이 지나면 다시 가격이 오르는 현상이 반복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정부의 물가 안정 노력에 덧대 원재료 등에 대한 관셰 인하 조치 연장 등을 통해 기업들이 자연스럽게 가격 인상을 억제할 수 있도록 하는 것도 방안이 될 수 있을 것이다.
토요경제/ 이승섭 대기자 sslee7@sateconom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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