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 철강 관세 장벽 높인다… 韓 철강, 고부가·현지 생산 전환 속도

무관세 쿼터 47% 축소… 초과 물량 관세 25%→50%
미국발 풍선효과·중국 공급과잉에 EU 규제 강화
포스코·현대제철 등 사업 재편… K-스틸법 실효성 주목

전인환 기자

jih@sateconomy.co.kr | 2026-05-22 08:45:36

[토요경제 = 전인환 기자] 유럽연합(EU)이 수입 철강제품에 대한 관세 장벽을 높이면서 국내 철강업계의 수출 부담이 커질 전망이다. 미국에 이어 EU까지 보호무역 기조를 강화하면서 국내 철강사들의 사업 전략에도 변화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 포스코 포항제철소 전경/사진=포스코
22일 업계에 따르면 유럽의회는 지난 19일(현지시간) 수입 철강제품에 대한 규제 강화안을 통과시켰다. 일정 물량까지는 무관세로 들여오되, 이를 넘는 물량에는 관세를 부과하는 방식이다.

이에 따라 무관세 수입 할당량(쿼터)은 기존 연간 3500만톤에서 1830만톤으로 약 47% 줄고, 할당량을 초과한 물량에 붙는 관세는 현행 25%에서 50%로 높아진다. 새 제도는 현행 철강 세이프가드(긴급수입제한) 조치가 종료되는 오는 7월부터 적용될 예정이다.

EU의 이번 조치는 미국의 철강 관세 강화에 따른 풍선효과를 막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미국이 수입 철강에 대한 관세 장벽을 높이면서 미국 시장으로 향하던 철강 물량이 유럽으로 집중된 것으로 파악된다.

실제 유럽철강협회에 따르면 미국이 지난해 6월 철강 관세를 50%로 인상한 이후 연말까지 미국향 철강 수출은 전년 동기 대비 30% 감소했다. 반면 EU의 철강 수입은 3분기 10%, 4분기 53%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중국발 공급과잉도 규제 강화의 배경으로 꼽힌다. 저가 철강재 유입과 미국발 풍선효과가 맞물릴 경우 역내 철강 가격 하락과 철강사들의 가동률 저하가 심화될 수 있기 때문이다.

철강업은 고정비 부담이 큰 장치산업인 만큼 공장 가동률이 수익성과 직결된다. 앞서 EU 집행위원회는 지난해 10월 역내 철강산업 보호를 위해 관세 인상안을 제시한 바 있다.

EU는 미국과 함께 한국 철강업계의 주요 수출 시장으로 꼽힌다. 글로벌 철강 공급과잉과 수요 부진이 이어지는 가운데 미국에 이어 EU까지 수입 장벽을 높이면서 국내 철강업계의 수출 여건은 더 어려워질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철강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의 전체 철강 수출량은 약 2835만톤이며, 이 가운데 EU향 수출은 약 381만톤으로 13%가량을 차지했다.

특히 미국의 철강 관세 강화 이후 한국의 EU향 철강 수출도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철강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2분기 한국의 EU향 냉연강판 수출은 17만4482톤으로 전년 동기 대비 80% 증가했다. 같은 기간 아연도금강판 수출도 17만2460톤으로 85% 늘었다.

업계에서는 이번 조치가 시행될 경우 자동차강판과 냉연·도금강판 등 유럽향 주요 수출 품목의 가격 경쟁력에 영향을 줄 것으로 보고 있다. 무관세 수입 물량이 줄어드는 만큼 국내 철강사들도 수출 물량 조정과 수익성 방어 부담이 커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다만 업계에서는 아직 국가별·품목별 쿼터가 확정되지 않은 만큼 실제 영향은 추가 검토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철강업계 관계자는 “본 건은 지난해 EU 집행위원회가 공표한 내용과 유사한 방향”이라며 “국가별·품목별 쿼터는 아직 검토 단계인 만큼 향후 관련 사항을 지속 모니터링하며 정부와 유기적으로 소통해 대응해 나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 현지 생산·고부가 제품으로 대응… K-스틸법 실효성 주목

국내 철강사들은 중동 전쟁에 따른 물류·에너지 가격 변동성, 건설 경기 부진, 중국산 도금재 반덤핑 조사 등 업황 부진 장기화에 대응해 사업 구조 재편을 추진해 왔다.

이번 EU 조치 이후에는 시황에 따른 수익성 부담을 줄일 수 있는 친환경·고부가가치 제품 중심의 사업 포트폴리오 재편과 현지 생산 체제 구축을 통해 돌파구를 모색할 것으로 보인다.

포스코는 전기차와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전력망 투자 확대에 따라 고급 강재 수요가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자동차강판과 친환경 에너지용 강재 등 고수익 제품 비중을 확대하고 있다.

최근에는 인도 최대 민간 철강사인 JSW스틸과 인도 동부 오디샤주에 일관제철소를 건설하기 위한 합작투자계약(JVA)을 체결하며 현지 생산 기반도 넓히고 있다.

현대제철은 미국 루이지애나주 도널드슨빌에 58억달러(약 8조5000억원)를 투자해 연산 270만톤 규모 전기로 제철소 건설을 추진하고 있다. 이를 통해 저탄소 강판 생산을 확대하고 북미 전력 인프라와 AI 데이터센터, 친환경 자동차용 강재 수요에 대응할 방침이다.

동국제강은 친환경 컬러강판과 고부가 제품 중심 전략에 집중하고 있다. 세계 최초 무용제 컬러강판 ‘럭스틸 BM유니글라스’를 개발하는 등 친환경 제품 확대와 프리미엄 강판 경쟁력 강화에 나서고 있다.

업계에서는 글로벌 공급과잉과 보호무역 강화, 탄소 규제 확대에 대응하기 위해 기업들의 체질 개선과 함께 정부 차원의 지원도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

올해 6월 시행 예정인 ‘철강산업 경쟁력 강화 및 탄소중립 전환을 위한 특별법’, 이른바 ‘K-스틸법’도 실질적인 산업 지원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후속 조치가 중요해질 전망이다.

철강업계 관계자는 “한국 철강산업은 조선·자동차·건설 등 주요 제조업의 핵심 소재를 공급하는 국가 전략산업”이라며 “K-스틸법 시행을 계기로 저탄소 철강 기술 전환과 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한 중장기 지원 기반이 마련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토요경제 / 전인환 기자 jih@sateconom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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