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은행 또 '외부인 금융사고'…은행이 피해자인데 왜 금융사고로 잡히나

올해 7월까지 4대은행 사고액 99%가 사기
허위 계약·담보 조작 반복…여신심사·사후관리 중요성 커져

위아람 기자

moon@sateconomy.co.kr | 2026-08-26 17:45:22

▲하나은행 [토요경제]

 

하나은행(이호성 은행장)이 26일 외부인에 의한 사기 유형의 금융사고를 추가 공시했다. 최근 은행권 금융사고는 직원 횡령보다 차주·시행사 등 외부인이 허위 계약이나 담보자료로 대출을 받는 사기 비중이 빠르게 높아지고 있다. 은행도 범죄 피해자지만 같은 유형의 사고가 반복되면서 여신심사와 사후관리 능력이 새로운 내부통제 과제로 떠올랐다.

'외부인에 의한 금융사고'는 은행 밖의 사람이 허위자료나 기망행위로 은행 자산에 손실을 입히는 사고다. 직원의 횡령·배임과는 성격이 다르다.

공시된 사고금액이 은행의 최종 손실액을 뜻하는 것도 아니다. 금융사고 금액은 회수 예상액을 차감하기 전 피해금액이다. 담보 처분 등을 반영한 손실예상금액은 별도로 산정한다.

지난해 하나은행이 공시한 350억원 규모 외부인 사기 사고가 대표적이다. 차주는 부동산 잔금대출 과정에서 계약금·중도금 이체확인증을 허위로 제출했다. 그러나 담보물 매각 등을 반영한 은행의 손실예상금액은 약 1억9500만원이었다.

사고 발생일과 공시일도 다를 수 있다. 하나은행이 올해 3월 공시한 약 40억원 규모 사고는 실제 대출이 2021년 11월 이뤄졌다. 차주가 담보물 소유권 분쟁을 숨긴 사실을 은행이 사후관리 과정에서 뒤늦게 확인했다. 최근 공시 가운데 일부는 과거 거래의 문제가 수사·소송이나 담보관리 과정에서 드러난 사례다.

하지만 외부 사기 자체도 빠르게 늘고 있다.

금융감독원이 국회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2017년부터 올해 7월까지 KB국민·신한·하나·우리은행에서 발생한 금융사고는 281건, 5495억2800만원이었다. 이 가운데 사기가 149건, 3036억700만원으로 사고금액의 55.2%를 차지했다. 하나은행은 같은 기간 사고 건수가 77건으로 4대 은행 가운데 가장 많았다.

올해 들어서는 사기 비중이 더 높아졌다. 1~7월 4대 은행 금융사고 30건 가운데 26건이 사기였다. 전체 사고액 236억8600만원 가운데 사기 금액은 236억1400만원으로 99%를 넘었다.

문제는 사기 수법이 단순 서류 위조를 넘어 정상 거래처럼 꾸며지는 데 있다. 시행사와 명의상 매수인 등이 계약서와 분양자료를 함께 조작하면 서류상으로는 정상 거래처럼 보일 수 있다. 지난 12일 KB국민은행이 공시한 35억7790만원 규모 사고도 부동산 시행사와 명의상 매수인들이 공모한 대출사기였다.

차주가 원리금을 정상적으로 갚고 있으면 발견은 더 늦어질 수 있다. 은행 전산에는 정상여신으로 남아 있다가 수사기관 통보나 소송, 담보 처분 과정에서 허위 거래가 드러나는 경우도 있다.

여러 금융회사가 같은 거래에 대출을 내준 경우에는 한 은행의 심사 문제로 한정하기도 어렵다. 같은 허위 계약과 담보자료가 복수 금융회사의 심사를 통과할 수 있기 때문이다. 최근 여러 은행에서 같은 날 외부인 사기 공시가 잇따른 배경도 이런 구조와 맞닿아 있다.

은행이 처음부터 계획된 사기를 당했다면 은행 역시 피해자다. 다만 비슷한 유형의 허위 계약과 담보 조작이 반복해서 대출심사를 통과한다면 외부인 범죄라는 이유만으로 끝낼 수도 없다.

은행 내부통제의 초점도 달라지고 있다. 과거에는 직원이 돈을 빼돌리지 못하도록 막는 것이 중심이었다면 이제는 계약금·중도금 지급 내역, 담보 소유권, 거래 당사자 관계와 실제 자금 흐름을 교차 검증하는 능력이 중요해졌다.

26일 하나은행의 추가 공시는 최근 은행권 금융사고가 '내부 직원의 일탈'에서 '가짜 거래를 정상 거래와 구별할 수 있느냐'의 문제로 옮겨가고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

 

토요경제 / 위아람 기자 moon@sateconom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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