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관세협상 장기화…한국 기업 투자수익 배분이 최대 쟁점
대미 투자 ‘방패’냐 ‘부담’이냐…자동차·반도체·배터리 업계 촉각
이덕형 기자
ceo119@naver.com | 2025-09-14 17:40:16
[토요경제 = 이덕형 기자] 한미 간 관세 협상이 난항을 겪으며 한국 기업들의 대미 투자 수익 배분 문제가 최대 변수로 떠올랐다. 대통령실은 14일 “국익을 지키는 방어적 협상”이라는 입장을 재확인했지만, 미국 측이 최종 서명을 압박할 경우 산업 전반에 미칠 파장은 적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대통령실 강유정 대변인은 이날 “양국이 조건을 주고받으며 영점을 맞추는 과정”이라며 “투자이익 배분도 9대1부터 5대5까지 다양한 시나리오가 거론된다”고 설명했다. 이는 사실상 한미 간 최대 쟁점이 한국 기업이 미국 내 생산을 통해 얻는 이익을 어느 정도까지 미국 측에 귀속시킬 것인가에 달려 있음을 보여준다.
업계는 이번 협상이 자동차·반도체·배터리 3대 산업에 직격탄이 될 수 있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현대차그룹과 LG에너지솔루션이 미국 조지아주에 건설 중인 배터리 합작 공장,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반도체 투자, 현대·기아차의 전기차 생산 라인이 모두 직접적인 영향을 받을 수 있다. 만약 투자수익 배분 비율이 불리하게 결정되면 기업들은 투자 회수 기간이 길어지고, 배당 가능 이익도 줄어들 수밖에 없다.
전문가들은 이번 협상을 단순히 ‘관세 문제’가 아닌 ‘투자 이익 구조 재편’으로 보고 있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 관계자는 “관세율 자체보다도 투자 수익 배분 구조가 장기적으로 기업의 현금흐름과 재무 안정성에 더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특히 대규모 현지 투자를 단행한 배터리·반도체 업계의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시장도 긴장감을 드러내고 있다. 국내 증권가는 최근 자동차·2차전지 관련주의 변동성이 커진 배경에 ‘한미 관세 협상 지연’이 있다고 분석한다. 한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미국 정부가 요구하는 수익 환수 비율이 높아질 경우 기업들의 중장기 실적 전망이 하향 조정될 가능성이 있다”며 “단기적으로는 투자 심리 위축이 불가피하다”고 평가했다.
다만 일부에서는 미국 내 고용 창출 효과와 공급망 안정성을 고려할 때 협상이 극단적으로 흘러가지는 않을 것이라는 관측도 제기된다. 양국 모두 글로벌 경기 둔화 속에 제조업 기반을 지키는 것이 최우선 과제이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오는 23일 전후로 예정된 이재명 대통령의 유엔총회 참석이 ‘경제외교 무대’가 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 힘을 얻고 있다.
결국 이번 협상은 단순한 관세율 조정이 아니라 한국 기업들의 대미 투자 수익이 어디까지 보장될 수 있는가라는 문제로 귀결되고 있다. 국익 방어를 앞세운 정부의 협상 전략이 국내 산업과 자본시장 안정으로 이어질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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