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직연금 ETF 100조원 육박…'투자한도 100%'에 가려진 원금손실 위험

2023년 말 대비 11배 증가…실적배당형 적립금의 절반 차지
금감원, 내년 1월부터 매매화면에 위험등급 병기…투자한도와 안전성 구분

위아람 기자

moon@sateconomy.co.kr | 2026-10-27 17:43:50

▲ 금감원 [연합뉴스]

 

퇴직연금 상장지수펀드(ETF) 투자 규모가 100조원에 육박하면서 금융당국이 투자위험 안내를 강화한다. 퇴직연금 계좌에서 100% 투자할 수 있는 상품이라도 원금손실 위험이 있는 만큼 투자 가능 한도와 상품 안전성을 명확히 구분하겠다는 취지다.

27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전체 퇴직연금 적립금 558조3000억원 가운데 실적배당형 상품은 198조원으로 집계됐다. 이 중 ETF 투자액은 99조8000억원으로 50.4%를 차지했다.

ETF 적립금은 2023년 말 9조원에서 약 11.1배로 증가했다. 같은 기간 실적배당형 적립금도 49조1000억원에서 198조원으로 4배 수준으로 늘었다.

퇴직연금 운용이 예금 등 원리금보장형 상품에서 ETF를 비롯한 실적배당형 상품으로 확대되면서 가입자의 투자위험 관리 중요성도 커지고 있다.

문제는 ETF 투자 규모가 급증한 것과 달리 일부 퇴직연금 사업자의 상품 안내 방식은 투자위험을 충분히 드러내지 못한다는 점이다.

금감원이 퇴직연금 사업자의 모바일·인터넷 매매화면을 점검한 결과 일부 사업자는 상품 위험등급을 표시하지 않고 투자한도만 안내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원금손실 가능성이 있는 상품에 '투자한도 100%'라는 문구만 표시하면 가입자가 이를 원리금보장형 상품으로 오인할 가능성이 있다.

퇴직연금에서 투자한도 100%는 해당 상품에 계좌 적립금 전액을 투자할 수 있다는 의미다. 상품의 원금을 보장하거나 손실 가능성이 없다는 뜻은 아니다.

일반적인 주식형 ETF는 확정기여형(DC) 퇴직연금과 개인형퇴직연금(IRP)에서 위험자산 투자한도 70%를 적용받는다. 반면 일정 요건을 충족한 채권혼합형 ETF나 적격 타깃데이트펀드(TDF) ETF 등은 계좌 적립금의 100%까지 투자할 수 있다.

그러나 투자한도 규제를 달리 적용받는다고 해서 상품의 가격 변동 위험까지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주식과 채권을 함께 편입한 ETF는 주가 하락에 따른 손실이 발생할 수 있다. 채권 역시 금리 변동에 따라 평가손실이 발생할 수 있어 투자한도와 실제 위험 수준을 구분해야 한다.

금감원은 이러한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 내년 1월부터 퇴직연금 사업자의 매매화면에 상품별 투자한도와 위험등급을 함께 표시하도록 할 계획이다.

사업자가 가입자에게 제공하는 상품 제안서에도 위험등급을 명시한다. 가입자가 보유한 상품의 수익과 위험등급을 함께 확인할 수 있도록 적립금운용현황보고서 양식도 개정할 방침이다.

이번 조치는 투자할 수 있는 상품의 범위를 제한하기보다 가입자가 투자 결정을 내리는 과정에서 필요한 위험 정보를 보강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특히 ETF를 직접 매매하는 가입자는 상품명이나 투자 가능 한도뿐 아니라 위험등급까지 비교할 수 있게 된다.

다만 위험등급 표기가 강화되더라도 가입자가 부담하는 투자손실 자체가 줄어드는 것은 아니다. 동일한 위험등급의 상품도 편입자산과 운용전략, 시장 상황에 따라 수익률과 손실 규모가 달라질 수 있다.

상품 제안서의 배열 방식도 투자 판단에 영향을 줄 수 있다. 퇴직연금 사업자는 원리금보장형 상품을 고금리 순으로, 실적배당형 상품은 자체적으로 판단한 우수상품 순으로 제시한다.

따라서 제안서 상단에 배치된 상품이 반드시 투자위험이 가장 낮거나 모든 가입자에게 적합한 상품이라는 의미는 아니다.

금감원은 가입자가 상품의 투자한도와 위험등급을 함께 확인하고 투자 목적과 위험 감수 능력을 고려해 운용상품을 선택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다음 달에는 생애주기별 퇴직연금 운용 정보를 담은 '퇴직연금 가이드북'도 발간할 예정이다.

퇴직연금 시장에서 ETF가 차지하는 비중이 커진 만큼 이번 개선안의 실효성은 가입자가 실제 매매 과정에서 위험 정보를 얼마나 쉽게 확인하고 비교할 수 있는지에 달려 있다.

특히 투자한도 100% 상품이 원리금보장형 상품으로 오인되지 않도록 매매화면과 상품 제안서의 안내 체계를 일관되게 개선하는 것이 주요 과제로 남았다.

 

토요경제 / 위아람 기자 moon@sateconom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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