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SK하이닉스, 한전 25조 선납안 거부…용인 전력망 '누가 먼저 돈 대나'

삼성 20조·SK하이닉스 5조…5년치 전기료 선납 수용 어렵다 전달
한전 부채 210.7조·2038년까지 송전망 투자 72.8조
용인 전용망은 이미 공공 30%·민간 70%…25조는 투자재원 조달 문제

김지영 기자

jykim.media@gmail.com | 2026-09-14 17:39:26

▲ [한국전력]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한국전력이 제안한 25조원 규모 전기요금 선납안을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입장을 전달했다.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등에 막대한 전력망 투자가 필요한 상황에서 한전은 미래 전기요금을 앞당겨 투자재원으로 쓰려 했지만 반도체업계가 제동을 건 것이다. 쟁점은 전력망 비용을 누가 부담하느냐를 넘어 대규모 투자를 위해 누가 먼저 현금을 내놓느냐로 옮겨가고 있다.

14일 로이터는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소속 이철규 의원실이 확보한 문서를 인용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내부 검토 끝에 한전의 제안을 수용하기 어렵다는 뜻을 전달했다고 보도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로이터의 논평 요청에는 답하지 않았다.

한전이 제안한 규모는 삼성전자 약 20조원, SK하이닉스 약 5조원이다. 지난해 두 회사가 낸 전기요금 약 4조1000억원과 9000억원을 기준으로 각각 5년치를 계산한 금액이다. 한전은 선납금을 용인·호남 반도체 클러스터 등 대규모 전력망 투자에 활용하고 향후 실제 발생하는 전기요금에서 차감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따라서 25조원을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새로 부담해야 할 전력망 공사비로 보는 것은 정확하지 않다. 앞으로 낼 전기요금을 미리 지급해 한전의 투자재원으로 활용하는 금융구조에 가깝다.

반도체업계가 부담을 느끼는 지점도 여기에 있다. 로이터에 따르면 업계에서는 장기간 반도체 수요가 현재 수준으로 유지될지 불확실한 상황에서 수십조원의 현금을 먼저 집행할 필요가 있는지에 대한 의문이 제기됐다.

한전 입장에서는 반대로 현금이 필요하다.

올해 6월 말 한전 부채는 약 210조7000억원이다. 11차 장기 송·변전설비계획에 따라 2038년까지 필요한 송전망 투자액만 72조8000억원에 달한다. 반도체와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확대로 추가 전력망 투자도 예상된다.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만 완성 단계에서 10GW 이상의 전력이 필요하다. 문제는 25조원 선납안이 기존에 정해진 용인 전력망 공사비 분담을 다시 짜는 방안은 아니라는 점이다.

정부와 삼성전자·SK하이닉스·한전은 2024년 11월 이미 용인 클러스터 전력공급 비용분담 원칙을 합의했다. 호남·동해안에서 수도권으로 전기를 끌어오는 공용 송전망은 한전이 부담하고, 공용망에서 클러스터까지 이어지는 송전선로와 산단 내 변전소는 총 2조4000억원 가운데 공공이 약 7000억원, 민간이 약 1조7000억원을 부담하는 구조다.

결국 이번 충돌의 본질은 ‘누가 최종 비용을 내느냐’보다 ‘누가 먼저 자금을 조달하느냐’에 가깝다.

한전이 자체적으로 돈을 마련하면 한전채 발행이나 차입 확대가 불가피하다. 정부가 더 부담하면 재정지원 문제가 생긴다. 반도체 기업의 선납을 확대하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공장·반도체 장비에 투입할 현금을 전력 인프라에 먼저 묶어야 한다.

토요경제는 지난 3일 한전이 두 회사에 “25조원 규모 전기요금 선납을 제안했다”고 보도했다. 당시에는 세부 조건을 협의하는 단계였지만 11일 만에 두 회사가 사실상 수용하기 어렵다는 입장을 내놓으면서 새로운 재원 마련이 필요해졌다.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의 경쟁력은 첨단 공장을 얼마나 빨리 짓느냐만으로 결정되지 않는다. 수GW의 전력을 제때 끌어올 송전망이 함께 완성돼야 한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25조원 선납카드에 선을 그으면서 이제 공은 다시 한전과 정부로 넘어갔다. 반도체 투자 속도를 늦추지 않으면서 70조원이 넘는 전력망 투자재원을 어떤 구조로 조달할지가 다음 쟁점이다.

 

토요경제 / 김지영 기자 jykim.media@gmail.com 

 

[ⓒ 토요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