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삼정KPMG 김호균 "감독기준이 보험사 실적 좌우"…KB손보 곽동협 "설명 책임" 강조

보험연구원 산학세미나서 계리적 가정 이원화 제언
보험사 자체 추정 확대에 공시·검증 강화 필요성 제기

김정연 기자

kjy@sateconomy.co.kr | 2026-10-29 20:39:01

보험사의 실적이 실제 영업 성과뿐 아니라 감독당국의 계리적 가정 변경에도 크게 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감독 목적의 기준과 재무회계상 추정을 구분하되 보험사의 자율적 판단에 따른 검증 책임도 강화해야 한다는 제언이다.

보험연구원(원장 김헌수)은 29일 서울 여의도에서 'IFRS 공시 신뢰성과 계리적 가정의 질적 특성 제고'를 주제로 제74회 산학세미나를 개최했다.
 

▲ 김호균 삼정KPMG 박사가 'IFRS 공시 신뢰성과 계리적 가정의 질적 특성 제고'를 주제로 발표하고 있다 [토요경제]

 

이날 주제발표에 나선 김호균 삼정KPMG 박사는 금융감독당국의 보수적인 계리적 가정이 일반회계에서도 사실상 표준으로 작용하면서 보험사의 실제 경영 성과와 재무정보 사이에 괴리가 발생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김 박사는 "금융감독당국이 제시한 계리적 가정 가이드라인이 일반회계에서도 사실상 표준 규정으로 작용해 온 것이 지난 3년간의 현실"이라며 "감독당국이 계리적 가정을 변경하면 일반회계도 이를 따라 변경하면서 실적 변동이 외부 요인에 좌우되는 구조가 됐다"고 말했다.

계리적 가정은 보험사가 미래 보험금 지급액과 해지율, 사업비 등을 추정하는 기준이다. 2023년 새 국제회계기준(IFRS17)이 도입되면서 보험부채를 평가할 때 적용하는 가정이 보험사의 재무상태와 손익에 미치는 영향도 커졌다.

문제는 일반회계와 감독회계의 목적이 다르다는 점이다.

일반회계는 기업의 경제적 실질과 미래 수익성을 투자자에게 전달하는 데 목적이 있다. 반면 감독회계는 보험계약자 보호와 지급여력 확보를 위해 건전성 관리에 초점을 맞춘다.

김 박사는 감독 목적의 보수적인 가정을 일반회계에도 그대로 적용하면 보험사의 자체 추정 능력을 평가하기 어려워지고 미래 손익과 배당에 대한 예측 가능성도 떨어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보험 가격이 자율화된 시장에서 가정은 다를 수 있다"며 회사별 경험 통계에 기반한 중립적인 최선추정 가정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일반회계와 감독회계의 계리적 가정을 분리하고 보험사가 자체적으로 설정한 가정과 감독 가이드라인의 차이, 가정 변경에 따른 재무적 영향을 공시하도록 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한국보험계리사회와 외부감사인의 검증 기능을 강화해 보험사의 자의적인 이익 조정을 차단해야 한다는 주장도 내놨다.

보험연구원은 지난 6월 발간한 'IFRS17 공시 사례 분석과 보험산업 경영과제' 보고서에서도 일반회계와 감독회계의 공시체계가 이미 구분돼 있지만 일반회계 공시만으로는 계리적 가정과 보험부채 변동을 충분히 파악하기 어렵다고 지적한 바 있다.

이번 논의는 기존 공시체계의 구분을 넘어 보험부채 평가에 사용하는 가정까지 회계 목적에 맞게 운용하자는 데 초점이 맞춰졌다.

다만 보험사에 자율적인 추정 권한을 확대하는 것이 곧 재무정보의 신뢰성 향상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라는 지적도 나왔다.

▲ 보험개발원이 제74회 산학세미나를 개최했다 [토요경제]

 

토론에 참석한 곽동협 KB손해보험(대표 구본욱) 계리결산파트장은 보험사별 손해율 가정에 상당한 차이가 나타나고 있지만 그 차이를 설명할 수 있는 검증체계는 충분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특히 경험 통계가 부족하거나 회사별 판단이 크게 엇갈리는 영역에서는 감독당국의 가이드라인이 여전히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곽 파트장은 "진정한 원칙 중심 회계는 각자 다르게 계산할 자유가 아니라 왜 그렇게 계산했는지 설명할 책임 위에서 작동한다"고 강조했다.

보험사별 자율성을 인정하더라도 가정에 사용한 통계와 변경 사유, 재무적 영향을 구체적으로 공개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제도 전환에 따른 비용 부담도 과제로 제시됐다.

최우석 보험연구원 연구위원은 일반회계와 감독회계에 서로 다른 가정을 적용하면 별도 결산과 공시, 검증에 따른 초기 비용과 업무 부담이 커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감독당국과 보험업계, 회계·계리 전문가들이 공동으로 제도 개선과 검증체계를 마련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김문갑 보험개발원 팀장도 단계적인 이행 로드맵을 마련하고 보험사가 독자적으로 설정한 계리적 가정의 산출 근거와 변경 사유, 재무적 영향을 상세하게 공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결국 이날 논의의 핵심은 보험사에 얼마나 많은 추정 권한을 허용할 것인지뿐 아니라 그 판단의 적정성을 시장이 어떻게 검증할 수 있도록 할 것인지에 모아졌다.

이날 세미나에는 주제발표를 맡은 김호균 삼정KPMG 박사를 비롯해 사회를 맡은 이경희 상명대학교 교수, 최우석 보험연구원 연구위원, 김문갑 보험개발원 팀장, 곽동협 KB손해보험 계리결산파트장 등이 참석했다.

토요경제 / 김정연 기자 kjy@sateconom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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