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큰증권 제도화, 공동인프라 확산…증권사 경쟁 상품·고객 확보로

발행인 직접 계좌관리 허용…자기자본 40억원 등 세부요건 입법예고
KoSTO 9월 기준 13개 증권사 참여…플랫폼 구축보다 실제 수익화가 관건

위아람 기자

moon@sateconomy.co.kr | 2026-10-02 19:39:15

▲ 토큰증권 일러스트 [연합뉴스]

 

토큰증권 시장이 커져도 증권사 수익이 같은 속도로 늘어나는 것은 아니다. 발행인이 직접 계좌를 관리할 수 있고 공동 인프라가 확산되면서 경쟁의 무게중심이 플랫폼 구축에서 기초자산 발굴과 상품 구조화, 실제 거래 창출로 옮겨갈 전망이다.

2일 NICE신용평가의 '토큰증권 제도화, 조각투자를 넘어 자본시장 인프라로' 보고서에 따르면 개정 전자증권법과 자본시장법은 2027년 2월 4일부터 시행된다. 토큰증권은 별도의 새로운 증권이 아니라 기존 자본시장법상 증권의 권리를 분산원장을 활용해 기록·관리하는 발행 방식이다.

금융위원회는 전날 토큰증권 제도 시행을 위한 하위법규 개정안을 입법예고했다. 발행인계좌관리기관 등록요건으로 최저 자기자본 40억원과 계좌관리 전문인력 1명, 내부통제 전문인력 1명, 전산 전문인력 2명 등을 제시했다. 입법예고 기간은 이날부터 다음 달 11일까지다.

발행인계좌관리기관 제도가 시행되면 일정 요건을 충족한 발행자는 자신이 발행한 토큰증권의 고객계좌를 직접 관리할 수 있다. 금융회사에 집중됐던 계좌관리 업무 일부가 발행인에게도 열리는 구조다.

증권사 입장에서는 토큰증권 발행잔액 증가가 계좌관리 수수료 증가로 곧바로 이어지지 않을 수 있다. NICE신용평가는 적격 발행자의 직접 계좌관리와 공동 인프라 확산으로 일부 업무에서 증권사의 역할이 줄거나 경쟁이 심화할 가능성을 제시했다.

인프라 경쟁도 달라지고 있다.

한국투자증권은 'ST프렌즈', 미래에셋증권은 자체 플랫폼과 'NFI', 신한투자증권·SK증권·LS증권은 'PULSE' 등을 통해 토큰증권 사업을 준비하고 있다. 반면 코스콤 공동플랫폼 'KoSTO'를 활용하면 증권사가 분산원장과 계좌관리 인프라를 독자적으로 모두 구축할 필요가 줄어든다. NICE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9월 기준 KoSTO 참여 증권사는 13곳이다.

공동 인프라는 초기 투자비와 운영 부담을 낮추지만 플랫폼 자체의 차별화 가치는 떨어뜨릴 수 있다. 이에 따라 시장이 본격화할수록 경쟁은 시스템 구축보다 발행기업과 투자자 확보, 상품 설계와 거래량 창출에서 갈릴 가능성이 크다.

수익모델도 단순한 발행 규모보다 신규 수요를 얼마나 만들어내느냐가 중요하다.

증권사는 새로운 기초자산을 토큰증권으로 구조화하면서 발행주선·인수·판매 수수료를 받을 수 있다. 거래가 늘면 매매·중개수익이 발생하고 토큰화 채권과 머니마켓펀드(MMF)가 Repo·담보금융에 활용될 경우 금융수익으로도 이어질 수 있다. 계좌관리와 배당·이자·상환 등 권리관리, 외부 플랫폼 제공 역시 수수료원이 될 수 있다.

반대로 기존 증권의 투자자와 거래 규모가 그대로인 채 발행 방식만 토큰증권으로 바뀐다면 신규 수익보다 기존 업무를 대체하는 효과에 그칠 수 있다. 자체 분산원장이나 플랫폼도 이용량이 충분하지 않으면 수익원보다 개발·보안·운영비가 먼저 발생한다.

글로벌 시장의 흐름도 조각투자보다 기존 금융거래의 토큰화에 가깝다.

NICE가 RWA.xyz 자료를 재구성한 결과 2026년 8월 말 글로벌 토큰화 자산 규모는 약 3038억달러였다. 이 가운데 외부 플랫폼 간 이전이 가능한 'Distributed Asset'은 약 389억달러, 기존 거래구조를 유지하면서 분산원장을 기록·거래처리에 활용하는 'Represented Asset'은 약 2649억달러로 전체의 약 87%를 차지했다.

Represented Asset은 Repo와 크레딧에 집중돼 있다. 특히 Repo 비중이 크다. 토큰화 시장 확대가 미술품이나 부동산을 쪼개 판매하는 조각투자보다 기관 간 Repo와 담보관리 등 기존 자본시장 거래에 분산원장을 적용하는 방향으로 진행되고 있다는 의미다.

국내 제도도 비슷한 방향으로 확장될 전망이다.

금융당국은 내년 2월 1단계에서 기관투자자 전용 사모 MMF·사모사채와 비상장주식 신탁방식 토큰화, 공모 조각투자증권을 우선 도입할 계획이다. 비상장주식은 기존 전자증권으로 발행된 주식을 예탁결제원 또는 신탁업자에 신탁한 뒤 이를 기초로 수익증권을 토큰증권 형태로 발행하는 방식이다.

이후 안정성과 시장 수요를 확인해 공모증권으로 범위를 넓히고 장기적으로 스테이블코인 등과 연계한 온체인 결제 인프라 구축도 추진한다. 2·3단계 시행 시점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시장 확대가 증권사에 수익만 가져오는 것은 아니다. 증권사가 인수나 시장조성을 위해 토큰증권을 자기자본으로 보유하면 기초증권의 신용위험과 가격변동위험도 떠안는다. 온체인 결제가 실시간·건별 방식으로 확대돼 거래 간 상계효과가 줄면 거래 때마다 현금과 증권을 확보해야 해 유동성 부담이 커질 수 있다.

NICE신용평가는 현재 토큰증권 사업 규모가 제한적인 만큼 국내 증권사 신용도에 미치는 영향도 크지 않다고 판단했다. 앞으로는 신규 고객과 거래가 실제 수익으로 이어지는지, 플랫폼 투자비를 회수할 수 있는지, 인수·시장조성 과정에서 자기자본 부담이 얼마나 늘어나는지가 증권사별 영향을 가를 전망이다.

토큰증권 제도화 이후 증권사의 경쟁력은 자체 블록체인 플랫폼 보유 여부만으로 갈리지 않는다. 공동 인프라가 진입비용을 낮추고 발행인의 직접 계좌관리도 허용되는 만큼 기초자산을 확보해 상품으로 만들고 발행기업과 투자자, 실제 거래를 끌어오는 능력이 사업 성과를 좌우할 가능성이 크다.

토요경제 / 위아람 기자 moon@sateconom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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