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무너진 금융권 신뢰, 회복 열쇠는 '행동'

김소연 기자

ksy@sateconomy.co.kr | 2025-03-29 13:14:36

▲경제부 김소연 기자[토요경제 = 김소연 기자] 최근 금융감독원 조사 결과, 수천억원의 부당대출이 금융권 전반에서 이뤄진 사실이 드러났다. 이는 단순한 개인의 일탈이 아니라 금융권 종사자들의 윤리 의식 부재와 내부통제 시스템의 작동 실패를 보여주는 사건이다.

 

특히 일부 기관에서는 사안 인지 이후 은폐와 축소 정황까지 드러나면서 국민의 신뢰는 크게 흔들렸다.

 

국책은행인 IBK기업은행에서는 전·현직 임직원 부부가 공모해 785억원을 부정 대출했고, 전체 적발 규모는 882억원에 달했다. 농협조합에서는 10년 넘게 등기업무를 맡아온 법무사가 1083억원의 부당대출을 실행한 사실이 밝혀졌다. 부당대출은 특정 기관에 국한된 문제가 아니다. 내부 인맥과 허위 계약서, 느슨한 감시 체계를 악용한 사례가 금융권 전반에서 잇따라 드러났다.

 

사태 직후 각 금융사는 대국민 사과와 함께 조직 쇄신안을 내놓았다. 내부통제 강화, 이해상충 방지, 영업과 심사의 분리, 내부고발자 보호 등 제도 개선을 약속하며 신뢰 회복에 나섰다. 빠른 대응은 의미 있지만 그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중요한 것은 그 약속이 실제로 작동하고 지속 가능한 변화로 이어지느냐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골드만삭스도 유사한 신뢰 위기를 겪었다. 100년 넘게 쌓아 온 고객과의 신뢰는 순식간에 무너졌고 조직은 문화와 시스템을 근본부터 되돌아봐야 했다. 이후 ‘고객 이익 최우선’ 원칙을 재정립하고 내부 프로세스와 보상 체계, 직원 평가 기준까지 전면 개편했다.

 

회복은 결코 쉽지 않았다. 외부의 비판과 내부의 저항이 뒤따랐지만 시간이 흐르며 축적된 실천이 신뢰 회복의 토대가 됐다. 선언이 아닌 실천, 일회성이 아닌 조직 문화의 변화가 골드만삭스를 다시 일으켜 세운 것이다.

 

골드만삭스의 전설적인 수석 파트너 존 화이트헤드는 이렇게 말했다. “우리의 자산은 사람, 자본, 명성이다. 이 중에서 가장 회복하기 어려운 것은 명성이다.”

 

지금 국내 금융권도 같은 길목에 서 있다. 제도를 손질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제도가 실제로 작동하고 구성원이 함께 바뀌는 ‘행동의 변화’가 따라야 한다.

 

신뢰는 하루아침에 무너질 수 있지만 다시 쌓기 위해서는 오랜 시간과 진정성 있는 실천이 필요하다. 신뢰와 명성은 가장 얻기 어렵고 가장 쉽게 무너지는 자산이다. 금융권이 진정한 회복을 원한다면 지금이 그 출발점이다. 이제는 말이 아니라 행동으로 보여줘야 할 때다.

 

토요경제 / 김소연 기자 ksy@sateconomy.co.kr

[ⓒ 토요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