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놓치지 말아야 할 전시: 박영훈과 방정아의 개인전

마리아김 칼럼니스트

kimjjyy10@gmail.com | 2025-09-22 17:31:05

프리즈와 키아프 2025가 막을 내렸지만, 가을 미술계의 열기는 여전히 식지 않았다. 특히 서울과 부산에서 동시에 개막한 두 개의 개인전은 서로 다른 방식으로 ‘현재의 삶’을 성찰하게 한다.
 

서울 종로구 관훈갤러리 1, 2층에서 열리고 있는 박영훈 개인전 《보이지 않는 소중한 것들 : Invisible Precious Things 2025》은 2014년과 2018년에 이어 세 번째로 관훈 갤러리와 함께 선보이는 자리다.

 

▲ 박영훈 작 [관훈갤러리]

 

박 작가는 자동차 안료를 뿌린 알루미늄 패널 위에 고접착 테이프를 점으로 붙이는 독창적인 기법으로 주목받아 왔다. 이번 전시 역시 빛의 파장과 시각적 반응을 탐구하는 한편, 일상의 사물과 추억을 재배치하는 팝아트적 방식을 적극적으로 도입했다. 그의 작업은 데페이즈망(dépaysement, 전치·전위법)에 뿌리를 두고 있다. 익숙한 사물을 낯선 맥락에 배치함으로써 개인적 기억과 사회적 기억을 동시에 환기한다는 얘기다.


부산 해운대구 맥화랑에서는 방정아 개인전《물불 안 가리는 사람》이 한창이다. 리얼리즘 회화로 현대 사회의 균열과 모순을 날카롭게 지적해온 작가는 이번 전시에서 캔버스 회화뿐 아니라 한복 천, 목화솜 뭉치 위에 그린 작품 등 20여 점을 통해 폭넓은 작업 세계를 선보인다.

 

▲ 방정아 작 [갤러리맥]

 

전시 제목은 작가 노트의 첫 문장에서 비롯됐다. “물도 좋고, 불도 좋다”는 말은 단순한 포용이 아니라 모순된 현실을 정면으로 마주하는 태도를 담고 있다. 작품 속에는 버스 창밖의 표범과 호피무늬 가방을 든 여인, 닥터피쉬와 무표정한 얼굴, 얼룩말 무늬 이불을 덮은 인물 등 이질적 이미지들이 공존하며 일상의 모순과 긴장을 은유한다. 특히 2025 키아프 서울에서 화제를 모은 목화솜 대형 작업 2점을 비롯해 실크 천 작업과 100호 대작 등 회화의 물질성과 경계를 확장하는 시도가 눈길을 끈다.


박영훈의 전시는 잊힌 기억과 보이지 않는 감각을 불러내며 관람객을 성찰의 장으로 이끌고, 방정아의 전시는 상반된 이미지의 병치를 통해 삶의 모순을 드러낸다. 하나는 낯섦을, 다른 하나는 대립을 끌어안으며 각기 다른 방식으로 통찰의 질문을 던지고 있다.


두 전시는 각각 10월 22일(박영훈), 11월 1일(방정아)까지 이어진다.

 

토요경제 / 마리아김 칼럼니스트 kimjjyy10@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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