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트렌디하고 싶다' 장수브랜드의 고민
이슬기 기자
lsg@sateconomy.co.kr | 2023-11-24 06:00:57
오랜 기간 장수한 식품기업들이 올드해진 이미지를 쇄신할 타개책을 찾기 위해 고심하고 있다.
소싯적 먹었던 첫 맛의 기억은 평생 간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아마도 90년대생 이전 세대들의 인생 첫 카레는 오뚜기 카레가 아닐까 싶다. 하지만 다음 세대에게는 ‘카레=오뚜기’라는 공식이 적용되지 않는다. 그들에게는 오뚜기 이외에도 이미 너무 많은 선택지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식품업체 입장에서 올드해진 이미지를 개선하기 위해 이미 탄탄한 소비자 층을 형성한 스터디셀러 제품의 리브랜드를 결정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다. 이에 관련해 업계 관계자는 “이미 출시한 지 오래된 제품들은 포장지만 보고 구매하는 경우가 많다”며 각인된 브랜드의 힘을 강조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기업들은 이미지 쇄신을 위한 다양한 마케팅을 진행한다. 한 예로 1969년 창립한 오뚜기는 종합식품기업으로 전통 장류와 김치류를 제외한 대부분의 식재료를 판매하고 있지만, 너무나 익숙한 탓에 일반인은 이 같은 사실을 쉽게 인지하지 못하고 있다.
아마도 상당수 소비자들은 ‘오뚜기’라는 단어를 듣게 되면 ‘노란색 패키지’와 함께 빨간색 선으로 그려진 오뚜기 심볼을 가장 먼저 생각해낼 것이다. 오뚜기는 이러한 기업 이미지를 모티브로 MZ세대 소비자들과 소통을 강화하고 친밀함을 높이기 위해 새로운 공식 캐릭터 ‘옐로우즈’를 론칭했다.
90년대 이전 세대에 각인된 오뚜기 캐릭터는 넘어지면 다시 일어서는 단순한 형태의 이미지로 각인돼 있다. 반면 90년대 이후 세대의 잠재적 소비자가 될 고객층에게는 다양하게 활용할 수 있는 애니메이션 주인공 캐릭터 같은 이미지를 심어가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기존 심볼의 강한 인상 때문일까. 옐로우즈는 론칭한 지 1년이 지났지만, 실제 이미지 제고까지는 갈 길이 멀어 보인다.
의도적으로 기업명을 감추고 새로운 브랜드를 출시한 사례도 있다. 대표적으로 샘표의 ‘폰타나’와 ‘티아시아’를 꼽을 수 있다.
‘폰타나’ 브랜드를 처음 접한 소비자들은 아마도 고급스러운 유럽풍 접시에 담긴 진한 향기의 서양식 수프와 잘 구워진 프랑스식 바게트 빵을 떠올렸을 것이다. 하지만 ‘폰타나’ 브랜드를 론칭한 기업이 국내 토종 기업 샘표라는 사실을 알게 된다면 ‘파스타 소스에서 간장 맛이 나는 것 같다’는 선입견이 작용할 것이다.
실제 1946년 창립한 샘표는 ‘간장 만드는 회사’라는 꼬리표를 떼기 위해 의도적으로 회사명을 숨기는 마케팅을 진행했다. 소비자에게 ‘폰타나’ 브랜드를 수입산 제품처럼 보이도록 하기 위해서다.
이처럼 오래된 기업들이 소비자에게 주는 신뢰감은 분명 존재한다. 하지만 때로는 편견을 가지게도 한다. ‘간장 기업’이란 꼬리표를 뗀 ‘폰타나’가 시장에서 안정적인 안착한 상황이 이를 방증한 사례라고 할 수 있다.
다양한 이유로 산업 전반에 투트랙 전략이 확산하는 가운데, 국내 식품 기업들은 올드한 이미지를 의도적으로 숨기고 소비자에게 새로운 이미지를 심어주기 위해 투트랙 전략을 선택한 것이다.
새로운 것은 신선하지만 낯설기 마련이다. 반면 오래된 것은 익숙하지만 식상할 수도 있다. 핸드폰 터치 한 번으로 다양한 제품 구매가 가능해진 젊은 소비자들에게는 더 이상 장수 브랜드의 숨은 힘이 작용하지 않는 듯 싶다. 다음 세대 소비자를 잡기 위해 때로는 정통성을 숨겨야 하는 식품업계의 고민이 깊어지는 이유다.
토요경제 / 이슬기 기자 lsg@sateconom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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