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점포는 닫히는데 책임은 보이지 않는다
김은선 기자
kes@sateconomy.co.kr | 2026-06-08 17:30:31
홈플러스는 기업회생 절차를 밟고 있다. 경영이 어려운 기업이 점포를 줄이고 비용을 낮추려는 선택을 할 수는 있다. 시장경제에서 기업의 실패 자체가 예외적인 일은 아니다. 문제는 실패의 대가가 누구에게 돌아가느냐다.
민주노총은 이번 폐점으로 정규직 노동자 3500명을 포함해 협력업체·외주업체·입점업체 종사자 등 약 2만명의 일자리가 영향을 받을 수 있다고 우려한다. 숫자의 정확성은 따져볼 수 있다. 그러나 이번 결정이 대규모 고용 충격과 지역경제 피해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만큼은 가볍게 넘기기 어렵다.
점포 폐점의 충격은 현장에서 곧바로 현실이 된다. 일하던 사람은 전환 배치나 실직을 걱정해야 한다. 납품업체는 매출 감소를 감수해야 한다. 마트 안에서 장사하던 자영업자는 하루아침에 영업 기반을 잃을 수 있다. 지역 상권도 유동인구 감소라는 후폭풍을 피하기 어렵다.
반면 대주주의 책임은 상대적으로 잘 보이지 않는다. 홈플러스 사태를 두고 대주주인 MBK파트너스가 어떤 책임을 져야 하는지, 회생 과정에서 어떤 부담을 나눠 질 것인지에 대한 설명은 충분하지 않다. 회생의 비용은 아래로 내려가고, 소유와 투자 판단의 책임은 흐릿해지는 구조라면 사회적 납득을 얻기 어렵다.
홈플러스 사태는 대형마트 업황 부진만으로 설명하기 어렵다. 사모펀드가 한국 경제에서 차지하는 위상이 달라졌기 때문이다. 이제 대형 사모펀드는 수만명의 고용과 지역경제에 영향을 미치는 기업의 주인이 된다. 그렇다면 투자 수익만이 아니라 투자 책임도 함께 논의돼야 한다.
그동안 사모펀드는 경영 효율화와 기업가치 제고를 앞세워 성장해 왔다. 그러나 기업이 어려워질 때마다 구조조정의 부담은 노동자와 협력업체, 입점 상인에게 집중되고 투자자의 책임은 제한되는 모습이 반복된다면 시장의 신뢰는 약해질 수밖에 없다. 자본도 신뢰를 먹고 산다.
더욱이 회생계획안 가결 시한을 한 달 앞둔 시점에서 나온 37개 점포 폐점 결정은 여러 질문을 남긴다. 회생을 위해 누가 얼마만큼 희생하고 있는가. 대주주는 어떤 방식으로 책임을 나누고 있는가. 노동자와 협력업체, 지역 상권의 피해를 줄이기 위한 장치는 충분한가.
기업은 망할 수 있다. 구조조정도 피할 수 없는 순간이 있다. 하지만 기업을 소유하고 지배한 주체가 위기의 순간에 보이지 않는다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수익이 날 때는 투자 성과를 말하고, 손실이 날 때는 시장 논리만 앞세우는 방식으로는 사회적 공감대를 얻기 어렵다.
점포는 닫히고 일자리는 줄어든다. 지역 상권은 불안을 떠안는다. 그런데 책임지는 주체는 선명하지 않다. 홈플러스 사태가 남긴 가장 큰 질문은 기업 회생의 성공 여부만이 아니다. 자본은 위기의 비용을 어디까지 함께 부담해야 하는가. 지금 홈플러스 폐점 사태가 한국 사회에 던지는 질문이다.
토요경제 / 김은선 기자 kes@sateconom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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