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설탕값 ‘고공행진’…제당업계 “장기화 시 타격 불가피”

이슬기 기자

lsg@sateconomy.co.kr | 2023-09-14 17:28:10

▲ 설탕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세계 최대 설탕 수출국인 인도가 오는 10월부터 설탕 수출을 금지하겠다는 방안을 발표한 직후, 국제 설탕 가격이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다. 원재료를 해외 수입에 전적으로 의존하는 국내 제당업계는 당분간 수급에 문제가 없지만, 현 상황이 장기화하면 타격을 입게 될 것이라 우려하고 있다. 

13일(현지 시각) 런던 국제 금융 선물 거래소의 설탕 선물 가격은 톤당 749.30달러를 기록하는 등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이날 국제 설탕 가격은 악천후 등으로 브라질 사탕수수 생산량이 20%쯤 감소했던 지난 2011년 이후 12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설탕의 원료인 원당 가격도 가파른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이날 미국 뉴욕 선물 거래소에서 원당 선물 가격은 파운드당 26.62를 기록해 전달 대비 10.35% 올랐다.

◆국내 제당업계 “가격인상 계획 없어”

국제적인 설탕 가격 상승에도 14일 국내 제당업계는 가격 인상 계획이 없다고 밝혔다. 수입 국가 다원화로 인도발 설탕 수출금지 여파의 직접적인 타격을 피할 수 있었고, 연말까지 설탕 할당관세를 0%로 낮춘 정부 정책 영향으로 당장 시장에는 큰 변화가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현재 국내 제당기업인 CJ제일제당과 삼양사는 호주와 태국에서 대부분의 원당을 수입하고 있어, 인도의 설탕 수출금지에 별다른 영향을 받지 않을 것으로 전해졌다. 전분 및 당류 제조업체인 대상 역시 인도를 제외한 브라질 등의 국가에서 원재료를 수입 중이라 상황이 다르지 않다. 

제당업계 관계자는 “설탕 가격이 반영되고 생산까지는 시차가 있어 가격 상승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주진 못할 것”이라며 “제당업계의 B2B 사업은 업체별 계약 기간, 가격 조정이 달라 국제 원당 가격이 인상돼도 일괄적으로 가격이 오르지는 않는다”고 설명했다.

이어 “업체마다 전략적으로 설탕을 구매하기 때문에 수매량에 따라 가격이 반영되기까지 통상 수개월이 걸린다”며 “정부가 연말까지 설탕 할당관세를 0%로 인하한 상황에서 가격을 인상하기도 쉽지 않다”이라고 덧붙였다.

 

▲ 한국농촌경제연구원(KREI)에서 발간한 2023년 1분기 식품산업 동향에 따르면 지난 2019년부터 2023년 1분기까지 원당 가격이 상승 곡선을 그리는 것을 볼 수 있다. 국내 제당업체들은 원당의 약 70%를 설탕으로 생산한다.

 

◆사태 장기화 시 “가격인상 불가피”

제당업계의 가격 동결 입장 발표에도 설탕값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전망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국제 원당 가격이 치솟는 이유가 기상변화에 따른 생산량 하락에 원인이 있어서다.

실제 인도의 설탕 수출 금지 조치는 엘니뇨에 따른 기후변화와 강우량 부족 등으로 설탕 생산량이 크게 감소한 것이 주효했다. 세계 2위 설탕 수출국인 태국의 생산량도 최근 지속된 가뭄의 영향으로 예년보다 20%쯤 감소할 것이란 전망이 나오기도 했다.

 

국제 설탕 가격 인상이 결국 국내 생활물가 상승을 가속화할 것이란 우려도 커지고 있다. 국내 제당 3사는 원당 수입량의 약 70%를 설탕으로 생산하는데, 이 중 92%를 식품 업계가 소비하고 있다. 설탕 가격 인상이 국민들의 먹거리 가격 인상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는 구조다.

제당업계 한 관계자는 “여론을 고려하면 가격을 올리기 쉽지 않다”면서도 “국제 가격 상승이 이어지고, 인도의 수출 금지가 장기화하면 가격을 동결하는 부담이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토요경제 / 이슬기 기자 lsg@sateconom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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