좌석은 넘치고 수익은 줄고… LCC, 9개사 무한경쟁의 늪
이강민 기자
lgm@sateconomy.co.kr | 2025-10-16 17:24:41
[토요경제 = 이강민 기자] 국내 저비용항공사(LCC)들은 여행 수요가 회복된 뒤에도 기대만큼의 성과를 내지 못했다. 성수기임에도 초저가 운임이 시장 곳곳에서 이어지며 매출을 키우기보다 탑승률을 메우는 데 급급한 분위기가 굳어졌다. 항공기 도입과 노선 확대가 본격화되면서 공급은 빠르게 늘었지만, 수요는 그 속도를 따라가지 못했고, 그 결과 운임은 낮아지고 비용은 높아지는 구조적 딜레마가 심화됐다.
9개사 무한경쟁, 규모의 경제 없는 버티기의 한계
신규 항공사가 합류하면서 국내 LCC 시장은 사실상 9개사 체제로 확대됐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선택의 폭이 넓어졌지만, 업계 전반으로는 공급 과잉이 굳어지는 결과를 낳았다. 각 항공사가 별도로 항공기 운용과 인력, 마케팅에 비용을 투입하면서 규모의 경제를 확보하기 어려워졌고, 이로 인해 체력이 약한 회사일수록 가격 경쟁이 길어질수록 손실이 커지는 구조에 놓였다.
이 같은 상황에서 업계 안팎에서는 통합과 인수합병(M&A)에 대한 기대와 불안이 동시에 커지고 있다. 결국 시장이 재편되려면 중복된 노선을 줄이고, 공급 좌석을 조정해 운임이 정상화되는 순서를 밟아야 한다는 공감대가 확산되는 분위기다.
한편 코로나 이후 늘린 항공편도 오히려 독이 됐다. 여행 수요가 늘자 LCC들이 앞다퉈 비행기를 늘리고 노선을 확대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공급이 수요를 초과했다. 일본과 동남아처럼 중복 노선이 많은 구간에서는 항공권 가격을 낮추는 ‘특가 경쟁’이 이어지며 정상 운임 체계가 무너졌다.
여기에 리스료, 금융비용, 정비비, 인건비 등 고정비 부담이 늘어나면서 손익 구조는 더 나빠졌다. 성수기에도 할인 경쟁이 멈추지 않자 수익성은 계속 하락했고, 업계에는 더 싸게 팔수록 손실이 커지는 역설적인 상황이 자리 잡았다.
출혈 멈출 해법은 효율화…속도보다 ‘지속성’이 열쇠
LCC들은 최근 신형기 도입과 직접 보유 확대에 속도를 내고 있다. 연료 효율이 높은 최신 기종을 투입해 단위 비용을 낮추고, 장기적으로는 리스(임대)에 대한 의존도를 줄여 재무구조를 안정화하려는 전략이다.
그러나 초기 투자비와 금융비용이 만만치 않아 자금력이 약한 항공사에는 큰 부담으로 작용한다. 결국 관건은 ‘속도’가 아니라 ‘지속성’이다. 얼마나 빠르게 기단을 교체하느냐보다, 얼마나 안정적으로 현금흐름을 관리하며 추진하느냐가 승패를 가를 전망이다.
가격 경쟁의 한계도 명확해졌다. 소비자들은 정시성, 안전, 서비스 품질에서 체감 차이를 느끼며, 일정 부분은 더 높은 운임을 지불하더라도 대형항공사(FSC)를 선택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LCC가 시장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서는 신형기 투입뿐 아니라 운항 품질 개선, 고객 서비스 표준 재정비 등 전반적인 체질 개선이 요구된다. 저가항공은 저품질 서비스라는 인식을 깨지 못한다면, 가격 인하 외에는 경쟁 수단이 남지 않는다.
업계 관계자는 “LCC들이 경쟁적으로 항공편을 늘렸지만, 시장 규모를 고려하면 지금은 공급이 과도한 상황”이라며 “좌석이 남으니 가격을 내릴 수밖에 없고, 이로 인해 수익성이 떨어지는 악순환이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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