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즈·키아프, 9월 서울을 다시 미술의 도시로 부른다

글로벌 갤러리 125곳·키아프 175곳 참여
한국작가·신진 갤러리 약진이 관전 포인트

마리아김

문화전문기자 kimjjyy10@gmail.com | 2026-07-04 18:18:05

프리즈 서울과 키아프 서울이 오는 9월 서울을 다시 국제 미술시장의 중심으로 세운다. 프리즈 서울은 오는 9월2일부터 5일까지, 키아프 서울은 오는 9월2일부터 6일까지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나란히 열린다. 두 행사는 단순한 아트페어가 아니다. 프리즈는 세계 미술시장의 시선을 서울로 끌어오고, 키아프는 한국 미술시장의 저변과 체력을 보여준다. 올해 서울의 가을 미술시장은 두 행사가 어떤 갤러리와 작가를 앞세우느냐에 따라 분위기가 갈릴 전망이다.
 

▲ 프리즈 서울 2025 풍경. [프리즈 누리집 캡쳐]

 

프리즈 서울은 올해 다섯 번째 행사다. 프리즈는 지난달 9일 올해 행사 세부 내용을 공개하며 “세계 미술계와 아시아를 다시 연결한다(connects the global art world to that of Asia)”고 밝혔다. 올해 행사에는 30개국 125개 이상의 갤러리가 참여한다. 참가 갤러리의 약 70%는 아시아·태평양 지역에 기반을 둔다. 서울이 더 이상 국제 아트페어의 임시 개최지가 아니라, 아시아 미술시장의 실제 접점으로 자리 잡고 있다는 의미다.

참가 갤러리 면면도 화려하다. 프리즈 서울에는 하우저앤워스, 페이스갤러리, 화이트큐브, 데이비드즈워너, 글래드스톤, 리슨, 리만머핀, 알민레쉬, 타데우스 로팍, 에스터 쉬퍼, 스프뤼트 마거스 등 글로벌 주요 갤러리가 이름을 올렸다. 국내에서는 국제갤러리, 갤러리현대, 가나아트, 학고재, 아라리오갤러리, PKM갤러리, 조현화랑, 우손갤러리, 갤러리바톤, BB&M, P21, 파운드리서울, 디스위켄드룸 등이 참여한다. 해외 블루칩과 한국 주요 화랑이 같은 장 안에서 경쟁하고 협력하는 구조다.

올해 프리즈에서 특히 눈에 띄는 것은 기획 섹션이다. 현대미술과 공예·디자인의 경계를 다루는 ‘머티리얼 프랙티스’에는 아트스페이스3, 아르움지기재단, 갤러리 스클로, 솔루나파인아트 등이 참여한다. 전통 재료와 공예적 감각이 동시대 미술 안에서 어떻게 다시 읽히는지를 보여주는 자리다. 저평가된 20세기 작가를 조명하는 ‘스포트라이트’도 처음 도입된다. 이 섹션에는 곽훈, 한영수, 황규태, 손상기, 이숙자 등 한국 작가와 노부오 세키네, 포포, 에츠코 나카쓰지, 칼 오토 괴츠, 조르제 이바츠코비치 등이 포함됐다. 유행의 최전선만 좇는 페어가 아니라, 미술사의 빈칸을 다시 꺼내는 장치다.

신진 작가들의 움직임도 주목된다. 프리즈의 포커스 섹션에서는 김민희, 조오묘, 차승언, 릴리존, 베크바타르 엔크투르, 아일라 타바레스, 가브리엘 마산, 보톤드 케레스테시 등이 소개된다. 김민희는 사이버펑크와 디지털 신체 이미지를 회화로 다루고, 조오묘는 생물학적 상상력과 조각을 결합한다. 차승언은 직조와 디지털 코드의 관계를 통해 이미지의 물질성을 되묻는다. 올해 프리즈가 신체, 기술, 의례, 물질이라는 동시대적 화두를 전면에 세운 셈이다.

한국 작가를 향한 국제적 시선도 이어진다. 올해 프리즈 서울 아티스트 어워드는 서울 기반 작가 컬렉티브 야광이 받았다. 프리즈는 지난달 9일 야광이 현장 커미션을 선보인다고 밝혔다. 야광은 테리 김과 전인으로 구성된 팀이다. 조각, 영상, 설치, 퍼포먼스를 넘나들며 젠더, 몸, 노동, 인권, 정체성의 문제를 다뤄왔다. 올해 선보일 ‘파사드 존(Facade Zone)’은 아트페어 부스의 벽을 해체하고 다시 세우는 설치 작업이다. 작품을 거는 벽 자체를 작품의 일부로 삼는 방식이다. 미술시장의 가장 상업적인 공간 안에서 그 공간의 구조를 다시 묻는 시도다.

▲ 키아프 2025 [키아프]

 

키아프 서울은 올해 25주년을 맞는다. 2002년 시작된 키아프는 한국 최초의 국제 아트페어다. 올해는 18개국 175개 갤러리가 참여한다. 국내에서는 가나아트, 갤러리현대, 국제갤러리, 선화랑, 표갤러리, 조현화랑, 우손갤러리, 학고재, 아라리오갤러리 등이 참여한다. 해외에서는 홍콩 화이트스톤갤러리, 미국 휴스턴의 아트오브더월드갤러리, 독일 베를린의 콘펠트갤러리, 라트비아 리가의 레이지마이크 등이 이름을 올렸다. 프리즈가 국제 고급 미술시장의 밀도를 보여준다면, 키아프는 한국 미술시장의 넓이를 보여준다.
신규 참가 갤러리도 적지 않다. 키아프에는 뉴욕의 니노 미어 갤러리, 로스앤젤레스의 제이콥 아서 갤러리, 상트페테르부르크의 안나 노바 갤러리, 런던의 JD 말랏 등이 처음 참가한다. 국내에서는 갤러리 헤세드, 헤드비갤러리, 카린, 호리아트스페이스, CDA 등이 새로 합류한다. 젊은 갤러리와 신진 작가를 다루는 키아프 플러스에는 아줄레주갤러리, 갤러리 그라프, PBG, 갤러리 휴 등 국내 갤러리와 조이맨갤러리, 히데갤러리, 사라크라운, 시스템갤러리, YOD 도쿄, 아르마갤러리 등이 참여한다.

작가 지원 프로그램도 강화된다. 키아프 하이라이트는 참가 갤러리가 추천한 작가 가운데 10명을 선정해 별도 전시 공간에서 조명한다. 올해는 환경, 물질성, 동양철학 등을 다루는 작가들이 주요 흐름을 이룰 전망이다. KB금융그룹은 리드 파트너로 참여해 단색화 이후 세대 작가로 꼽히는 김택상과 협업 전시를 선보인다. 키아프가 단순한 판매 장터를 넘어 작가 발굴과 후원 구조를 확대하려는 흐름으로 읽힌다.

올해 키아프의 또 다른 변화는 정구호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체제다. 키아프가 외부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를 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정 디렉터는 공간 구성과 브랜딩, 특별전 기획을 맡는다. 작품을 많이 보여주는 페어에서, 작품을 어떻게 만나게 할 것인지까지 설계하는 페어로 옮겨가겠다는 뜻이다. 관람객에게는 부스의 밀도보다 동선과 호흡이 중요하다. 컬렉터에게는 작품의 가격뿐 아니라 전시 맥락과 작가의 서사가 중요하다.

올해 두 행사는 미술시장 회복 여부를 가늠하는 자리이기도 하다. 세계 미술시장은 지난해 반등했다. 아트바젤·UBS 글로벌 아트마켓 리포트 2026은 “2025년 세계 미술시장 매출이 4% 증가한 596억달러를 기록했다(global art market sales rise 4% to $59.6 billion in 2025)”고 밝혔다. 그러나 회복은 고르지 않다. 이름값이 확실한 작가와 검증된 작품에는 돈이 몰리지만, 젊은 작가와 중소 갤러리에는 아직 시장의 온기가 충분하지 않다.

그래서 올해 프리즈와 키아프의 관전 포인트는 관람객 수만이 아니다. 하우저앤워스와 데이비드즈워너 같은 글로벌 갤러리가 어떤 가격대 작품을 들고 오는지, 국제갤러리와 갤러리현대 같은 국내 주요 화랑이 한국 작가를 어떻게 배치하는지, 키아프의 젊은 갤러리들이 실제 거래로 이어지는지가 중요하다. 서울이 국제 미술시장의 달력에 이름을 올린 것은 이미 성과다. 이제 필요한 것은 지속성이다.

▲ 프리즈 서울 2024 하이라이트 공개 [연합뉴스]

 

프리즈와 키아프가 동시에 열리는 9월의 서울은 하나의 거대한 전시장에 가깝다. 코엑스 안에서는 세계 미술시장의 흐름이 압축되고, 한남·청담·삼청의 갤러리 거리에서는 한국 미술의 층위가 펼쳐진다. 올해 행사의 성패는 화려한 개막보다 그 이후에 남는 것에 달려 있다. 해외 갤러리의 참여가 한국 작가의 해외 진출로 이어지는지, 대형 페어의 열기가 중소 갤러리와 신진 작가에게도 번지는지, 관람객 증가가 실제 거래 회복으로 연결되는지가 중요하다. 서울이 일주일짜리 미술 축제를 넘어 아시아 미술시장의 지속 가능한 거점으로 자리 잡을 수 있는지가 이번 프리즈와 키아프의 진짜 질문이다.

 

토요경제 / 마리아김 문화전문기자 kimjjyy10@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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