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 김동철號 한전, ‘요금 인상’보다 ‘조직 쇄신’이 먼저다

김남규

ngkim@sateconomy.co.kr | 2023-09-21 17:19:09

▲김남규 토요경제 편집부국장

새로 취임한 김동철 한국전력 사장이 임계치를 넘어버린 재무위기 극복을 위해 전기요금 정상화가 시급하다고 강조했지만 이를 보는 국민들의 시선은 냉랭하기만 하다. 포부로 가득 찬 취임 이틀 만의 첫 공개행보 데뷔 발언조차도 신뢰할 수 없는 이유는 그동안 한전이 보여온 제식구 챙기기식의 방만 경영 행태가 쉽게 바뀌지 않을 것이란 선입견에서다.

 

김 사장은 최근 전남 나주 한전 본사에서 열린 취임식에서 “전기요금 정상화가 무엇보다 시급하다”며 “201조원의 한전 부채는 국가 연간 예산의 30% 수준이고, 국가 GDP의 10%나 되는 막대한 금액이다. 한전의 연 매출 전체를 3년 내리 쏟아 부어도 다 갚지 못할 지경“이라고 현상황을 진단했다.

 

이어 그는 “전무후무한 위기 앞에서 모든 원인을 외부 탓으로만 돌려서는 안 된다”며 “한전 스스로의 냉철한 반성은 없이 위기 모면에만 급급한다면, 위기는 계속되고 한전의 미래는 없을 것이다”라고도 강조했다.

 

그의 발언처럼 한전의 재무상황이 되돌릴 수 없을 만큼 악화한 것이 사실이다. 또한 하루가 다르게 치솟고 있는 에너지 원자재 가격 영향으로 전력 생산 비용을 감당하기 어려워진 것도 현실적으로 극복하기 어려운 외부요인 중 하나가 맞다. 한전이 자의적으로 전기료를 인상할 수도 없는 구조여서 사실상 지금의 상황을 극복할 묘안이 없어 보이기까지 한다.

 

김 사장 역시 채권을 발행하기도 어려워진 현 상황을 지적하면서도 KT와 포스코처럼 변신에 성공해 위기를 극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에너지 신산업과 신기술 생태계 주도, 신재생에너지 사업 추진, 원전 수출, 본사 조직 축소 등을 통해 새로운 기업이 돼야 한다고도 했다.

 

문제는 현시점에서도 한전은 변화할 준비가 전혀 안 됐다는 데 있다. 최근 권명호 국민의힘 의원이 발표한 산업통상자원부 산하 기관의 주택자금 사내대출 현황을 보면, 한전은 올해 상반기 252명의 직원에게 219억원의 주택자금을 대출해줬다. 한전의 올해 사내대출 금리는 2.5%로, 한국은행의 기준금리인 3.5%보다 낮다. 5%대의 시중은행 금리와 비하면 절반에도 미치지 못한다. 한전 직원만이 누릴 수 있는 명백한 ‘특혜’가 아닐 수 없다.

 

당사자 중 일부는 고작 219억원에 호들갑을 떤다고 변론할 것이고, 빚이 200조원이나 200조219억원이나 무슨 차이가 있냐는 궤변으로 합리화할 수도 있다.

 

하지만 지난 수년간 고금리 대출이자에 시달려 온 국민들도 이와 같은 생각을 할지는 굳이 확인해볼 필요도 없을 듯싶다. 이러한 국민 앞에서 지금 김 사장은 인상된 전기료 부담을 고금리에 시달려온 국민들이 감당해 달라고 호소하고 있는 것이다.

 

김 사장은 취임식에서 “저에게는 한전 사장이 마지막 공직이 될 것이다. 어떠한 수고와 노력도 마다하지 않겠다. 맨 앞에 서서, 길고 힘든 여정에 여러분과 고통을 함께 하겠다”고 말했다. 

 

한전의 정상화를 위한 전기료 인상은 불가피해 보인다. 하지만 요금 인상이라는 땜질식 해법보다는 선민의식에 찌들어 있는 조직 내 DNA 수술이 더 시급해 보이는 이유다. 전기료를 한 푼이라도 아끼가 위해 무더운 여름에도 에어컨을 꺼야 했던 국민들이 김 사장의 마지막 공직 행보를 지켜보고 있다는 점을 명심하길 바란다. 

 

토요경제 / 김남규 기자 ngkim@sateconom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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