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을테면 막아봐"...美 양자기술 견제에 中-러 '공동보조'
홍콩 SCMP, 푸틴 제안으로 양자 기술협력 강화 움직임
김태관
8timemin@hanmail.net | 2023-07-23 17:18:51
양자 기술은 전세계 기술 강국들이 사활을 걸고 연구 개발중인 미래 기술로 이를 응용한 양자컴퓨터는 꿈의 영역으로 불린다. 양자의 물리적 특성을 활용, 기존 기술의 한계를 뛰어넘는다.
양자컴퓨터 프로세서는 데이터를 동시다발로 처리할 수 있어 현존 컴퓨터로는 결코 해결할 수 없는 문제를 간단히 풀 수 있다.
통신에 적용되면 물리적으로 해킹이 불가능해 유선·무선·위성에 초(超) 신뢰도 암호통신을 실현하고 양자 네트워크를 구축할 수 있다.
이에 따라 양자 컴퓨터의 상용화 기술을 누가 먼저 개발하느냐에 따라 글로벌 기술패권 전쟁의 판도가 한 순간에 달라질 것이라는 게 중론이다.
그만큼 양자 기술은 첨단기술 패권다툼의 이른바 '비대칭 무기에 비유될 정도로 임팩트가 크다. 미국이 중국과 러시아의 양자 기술 개발에 대한 집중적인 견제와 제재에 나선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미국이 최근 경제안보의 최대 동맹인 일본과 양자 기술 분야에서 끈끈한 밀월 관계를 구축하고 있는 것도 같은 맥락에서 이해된다.
미국이 주도하는 대 러시아, 대 중 양자 기술 견제에 대응해 러시아의 과학자들이 중국과의 협력을 부쩍 강화하고 있다고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가 23일 보도했다.
SCMP 보도에 따르면 이달 모스크바에서 열린 '미래 기술 포럼'에는 양자 연구 성과를 공유하려는 수 백명의 과학자가 참석했다.
특히 13일 열린 패널 토론에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직접 참석, 눈길을 끌었다. 우크라이나와 전쟁의 장기화로 내부 사정이 복잡한 가운데서도 푸틴이 양자포럼에 직접 얼굴을 비춘 것은 그만큼 양자기술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있다는 방증이다.
중국을 필두로 인도, 호주, 프랑스, 독일 과학자들이 대거 참석한 이 포럼에서 푸틴은 차세대 양자 기술을 토대로 2030년까지 러시아를 데이터가 이끄는 경제로 탈바꿈 시키겠다는 야심찬 계획을 발표했다.
푸틴은 "양자 기반 컴퓨터, 통신망, 센서, 위성이 러시아의 디지털 인프라에서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되는 것"이라며 "우리는 일부 국가의 당국과 권력층이 러시아에 대해 선언한 실질적 봉쇄 속에서 국제 과학과 기술 협력을 발전시키고 있다"고 말했다.
미국, 일본 주도의 양자 기술 견제를 빗대어 꼬집은 말이다. 푸틴은 "우리는 (양자)기술에 대한 러시아의 접근을 제한하려는 압력과 시도에 직면해 있다"며 "이는 우리가 주권과 역사적 길에 대한 선택권을 포기하게 하려고 설계됐다"고 주장했다.
푸틴은 이어 "우리는 다른 나라들과 상호 호혜적인 기술적, 과학적 동맹을 확장하고자 한다"면서 브릭스(BRICS, 브라질·러시아·인도·중국·남아공 등 신흥경제 5개국) 내 양자 기술 개발을 위한 공동 노력을 제안했다.
SCMP는 포럼에 참석한 한 중국 양자 과학자의 말을 인용, "국제 양자 회의에 국가수반이 참석한 것은 푸틴이 처음"이라며 "사람들이 푸틴을 직접 보려고 해당 포럼장 입구에 길게 줄을 섰다"고 말했다.
SCMP는 미국 주도의 양자 기술 제재로 러시아와 중국 과학자 간 새로운 연대가 구축됐다고 분석했다. 이미 러시아 양자 과학자들이 중국 시장 진출과 중국에서 일부 핵심 부품 조달을 추진하고 있다고 SCMP는 전했다.
양자 과학자들은 실험을 위해 여러 첨단 장비를 필요로 하는데, 어떠한 실험실도 모든 장비를 독자적으로 구비하고 있지 않은데다 중국 과학자들이 미국의 제재에 직면해 있어 중-러 양국 과학자 간 협력 강화를 유도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SCMP는 다만 중국과 러시아 과학자 간 협력 강화에도 여러 도전이 따를 것이라고 내다봤다. 특히 러시아와 협력할 경우 미국 정부의 제재 대상, 즉 블랙리스트에 오를 수 있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양국 과학자 간의 협력은 비밀리에 진행될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또 브릭스 내 양자 기술 협력에도 회원국 간 기술 격차와 연구 관련 제도의 차이, 중국과 인도 간 영토 분쟁 문제 등 장애물이 많다고 SCMP는 지적했다.
토요경제 / 김태관 기자 8timemin@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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