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 대기업 과징금 8개월 만에 1.8조…건당 제재액 10배

100건에 1조8195억…지난해 194건보다 건수 적고 금액 5.3배
건당 17.5억→181.9억…대형 담합사건 고액 제재 집중
삼양사 4354억·CJ제일제당 3740억…반복 담합 제재 강화

김은선 기자

kes@sateconomy.co.kr | 2026-09-29 17:13:06

▲ 공정거래위원회 [연합뉴스]

 

올해 공시대상기업집단 계열사에 부과된 과징금이 8개월 만에 1조8000억원을 넘어섰다. 지난해보다 제재 건수는 크게 줄었지만 건당 과징금은 10배 이상으로 뛰었다. 설탕·밀가루·전분당 등 대형 담합사건에 고액 제재가 집중된 결과다.

29일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민병덕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공정거래위원회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올해 1~8월 공시대상기업집단 계열사에 부과된 과징금은 100건, 1조8194억8000만원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연간 과징금 3401억7000만원의 약 5.3배다. 지난해에는 194건의 과징금이 부과됐다.

건당 금액의 차이는 더 크다. 지난해 건당 평균 과징금은 약 17억5000만원이었지만 올해 8월까지는 약 181억9000만원으로 10배 이상 늘었다. 제재 건수보다 개별 사건의 규모가 전체 과징금을 끌어올린 셈이다.

다만 올해 과징금 증가를 올해 새로 발생한 불공정행위가 급증한 것으로 해석해서는 안 된다. 공정위 조사와 심의에는 상당한 시간이 걸리는 만큼 올해 수치는 과거에 발생한 행위 가운데 올해 제재가 확정된 사건을 포함한다.

최근 6년간 공시대상기업집단 계열사에 부과된 과징금은 총 4조8046억6000만원이다. 이 가운데 공정거래법 위반 과징금이 4조5968억9000만원으로 95.7%를 차지했다. 올해만 보면 전체 과징금의 99.1%가 공정거래법 위반에서 나왔다.

올해 과징금이 급증한 데는 식품 원재료 담합 제재의 영향이 컸다.

공정위는 지난 7월 전분·전분당 가격을 7년5개월간 담합한 대상·삼양사·사조CPK·CJ제일제당에 총 7475억7800만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전분·전분당 담합 사건으로는 역대 최대 규모다. 삼양사에는 2103억4000만원, CJ제일제당에는 1029억6500만원이 각각 부과됐다.

앞서 설탕과 밀가루 담합 제재까지 더해지면서 기업별 누적 과징금도 커졌다. 2017년 이후 삼양사에 부과된 누적 과징금은 4353억7800만원으로 가장 많았고 CJ제일제당이 3740억2800만원으로 뒤를 이었다. 현대제철은 2424억2700만원, 사조CPK는 2001억3200만원, 사조동아원은 1830억9700만원이었다.

삼양사의 경우 올해 설탕 1302억5100만원, 밀가루 947억8700만원, 전분·전분당 2103억4000만원 등 소재식품 관련 제재가 집중됐다.

CJ제일제당과 삼양사는 다음달 국정감사에서도 관련 질의를 받는다.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는 조영식 CJ제일제당 부사장과 이운익 삼양사 대표를 다음달 7일 농림축산식품부 국정감사 증인으로 채택했다. 공식 신문 요지는 ‘담합 등 부당거래행위 관련 질의’다.

정부와 여당도 반복 담합에 대한 제재 수위를 높이고 있다. 당정은 지난 28일 안전·에너지·환경·운송 등 17개 업종에서 5년 이내 두 차례 이상 담합한 사업자에 대해 등록취소나 영업정지가 가능하도록 관련 법 개정을 추진하기로 했다. 담합 처분시효도 최대 12년에서 15년으로 연장할 계획이다.

식품업은 이번 17개 업종에는 포함되지 않았다. 반복 담합을 이유로 영업정지나 등록취소를 할 개별법상 근거가 없기 때문이다. 공정위는 대신 담합이나 시장지배적 지위 남용이 반복될 경우 지분매각이나 영업양도 등 구조적 조치를 명령할 수 있는 근거를 공정거래법에 마련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대규모 과징금보다 눈여겨볼 숫자는 건당 제재액이 10배로 뛰었다는 점이다. 대형 담합에 대한 제재가 과징금을 넘어 영업정지와 구조적 조치 논의로 확대되면서 기업에도 사후 벌금보다 반복 위반을 막는 내부통제가 더 중요한 비용 변수가 되고 있다.

 

토요경제 / 김은선 기자 kes@sateconom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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