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료 올렸는데도 적자…침수철 앞둔 車보험의 세 가지 구멍
손해율 84.7%로 손익분기선 웃돌아…정비공임·8주룰 지연·장마철 침수가 하반기 변수
김연수 기자
kys@sateconomy.co.kr | 2026-06-24 17:41:17
자동차보험 수익성이 좀처럼 회복되지 않고 있다. 손해보험사들이 올해 초 자동차보험료를 인상했지만 손해율은 여전히 손익분기선을 웃돌고 있다. 원가 상승과 제도 개선 지연, 기후 변화에 따른 자연재해 위험이 겹치면서 자동차보험 적자 구조가 굳어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24일 손해보험협회에 따르면 삼성화재·현대해상·DB손해보험·KB손해보험 등 대형 4개사의 올해 1~5월 자동차보험 누적 손해율 평균은 84.7%로 집계됐다. 전년 동기 대비 1.8%포인트 상승한 수치다.
회사별로는 DB손해보험이 84.9%로 가장 높았고 KB손해보험 84.8%, 삼성화재 84.7%, 현대해상 84.2% 순이었다. 전년 동기 대비 상승폭은 DB손해보험이 2.8%포인트로 가장 컸고 KB손해보험 2.3%포인트, 삼성화재 1.6%포인트, 현대해상 0.5%포인트 순으로 나타났다.
자동차보험의 실질적인 손익분기점 손해율은 통상 80% 안팎으로 평가된다. 손해보험협회는 합산비율, 즉 손해율과 사업비율을 더한 비율이 100%일 때 손익분기점이며, 사업비율이 통상 16.2% 수준인 점을 고려하면 업계에서는 손해율 80% 안팎을 손익분기선으로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자동차보험 사업은 이미 적자 국면에 들어선 상태다.
금융감독원의 ‘2025년 자동차보험 사업실적’에 따르면 지난해 자동차보험 보험손익은 7080억원 적자를 기록했다. 손해율은 87.5%로 전년 83.8%보다 3.7%포인트 상승했고, 합산비율은 103.7%를 기록하며 손익분기점인 100%를 넘어섰다. 사업비율은 16.2%로 전년과 비슷한 수준을 유지했다.
특히 올해 1월에는 현대해상이 94.0%를 기록한 데 이어 삼성화재 89.6%, KB손해보험 88.4%, DB손해보험 85.6%도 모두 85%를 넘겼다. 연초부터 손해율이 높은 수준에서 형성되면서 올해 수익성 부담이 예년보다 커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에 따라 주요 손보사는 올해 2월부터 개인용 자동차보험료를 1%대 인상했다. 삼성화재와 현대해상이 1.4%, DB손해보험과 KB손해보험이 1.3%를 반영했다. 메리츠화재 1.3%, 한화손해보험 1.2%, 롯데손해보험 1.4%도 뒤따랐다. 2021년 이후 이어진 인하 기조가 사실상 종료된 셈이다.
그러나 비용 증가 속도가 보험료 인상 폭을 앞지르고 있다는 게 업계의 시각이다. 최근 4년간 누적 인하폭은 6~8% 수준인 반면 올해 인상 폭은 1% 초중반에 그쳤다. 업계는 손익분기 회복을 위해 최소 2.5~3% 수준의 조정이 필요했다고 보고 있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5년 만에 보험료를 조정했지만 폭이 크지 않았고, 지난 4년간 이어진 보험료 인하 영향도 여전히 남아 있다”며 “경상환자 과잉진료와 일부 정비업체의 과잉수리 문제까지 겹치면서 손해율 전망을 부정적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첫 번째 원인은 정비 원가 상승이다. 자동차보험 시간당 정비공임 인상률은 2022년 4.5%, 2023년 2.4%, 2024년 3.5%, 2025년 2.7%에 이어 올해 적용분도 2.7%로 결정됐다. 자동차보험정비협의회가 매년 공임 인상률을 정하면서 정비 원가는 꾸준히 오르고 있다.
금감원은 자동차보험 발생손해액 증가 요인으로 한방 진료비 6.2%, 양방 진료비 3.2%, 자동차 부품비 6.0% 상승 등을 제시했다. 전기차와 하이브리드 차량 증가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센서와 카메라, 배터리 등 고가 부품을 탑재한 차량이 늘면서 경미한 접촉사고에도 보험금 지급 규모가 커지는 구조다.
두 번째 원인은 ‘8주룰’ 도입 지연이다. 8주룰은 자동차보험 경상환자가 8주를 초과해 치료를 받을 경우 추가 진단서와 치료 필요성 자료를 제출하도록 하는 제도다. 보험업계는 장기 치료에 따른 보험금 누수를 줄일 수 있는 장치로 기대해 왔다. 하지만 올해 초 시행 예정이던 제도는 하반기로 미뤄졌다. 자동차손해배상진흥원은 관련 심사 인력 채용을 잠정 연기했고, 보험개발원이 추진하던 분쟁조정 시스템 구축 작업도 늦어지고 있다.
시행이 늦어진 배경에는 한의계 반발도 영향을 미쳤다. 한의계는 환자의 치료권 침해를 우려하고 있는 반면 보험업계는 과잉진료와 장기 치료에 따른 보험금 증가 문제를 지적하고 있다.
대형 손보사 4곳 기준 8주 초과 장기 치료 경상환자 가운데 한방 또는 양·한방 협진 이용자는 90.3%에 달한다. 보험개발원은 8주룰 시행 시 자동차보험료가 약 3% 낮아지는 효과가 있을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보험료를 조정했음에도 손해율이 쉽게 낮아지지 않는 이유는 원가 상승뿐 아니라 보험금 누수 요인이 여전히 해소되지 않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세 번째 변수는 장마와 태풍에 따른 침수 위험이다. 실제 수도권 집중호우와 태풍 힌남노가 발생한 2022년에는 침수 차량 2만1732대, 추정 손해액 2147억원이 발생했다. 2020년에도 태풍 마이삭·하이선·바비 등의 영향으로 2만1194대가 침수돼 1157억원의 손해가 발생했다.
보험개발원에 따르면 최근 5년간 자동차보험으로 처리된 차량 침수사고는 총 3만5011건이다. 이 가운데 3만3490건, 95.7%가 7~10월에 집중됐다. 특정 집중호우 기간에는 침수사고가 단기간에 몰리기도 했다. 집중호우 한 차례가 자동차보험 손해율을 크게 흔들 수 있다는 의미다.
2024년 여름 장마 기간에도 손보사에 접수된 침수 피해는 3496건, 추정 손해액 318억원에 달했다. 전년 동기보다 80% 가까이 늘어난 규모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장마철에는 침수차와 낙하물 피해, 빗길 교통사고가 늘어나면서 사고 건수뿐 아니라 사고당 손해액도 함께 커지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보험개발원은 손보사, 지자체, 경찰과 함께 침수 위험 차량 긴급대피 알림서비스를 운영하고 있다. 지난해 침수 위험 차량 2802대에 알림이 발송됐으며 실제 침수 피해를 입은 차량은 9대에 불과했다.
이처럼 정비 원가 상승과 8주룰 지연, 기후 리스크가 동시에 작용하면서 올해 초 단행된 1%대 보험료 인상 효과는 상당 부분 상쇄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업계는 당장 추가 조정을 논의할 단계는 아니라고 선을 긋고 있다. 다만 원가 상승과 제도 지연, 자연재해 위험이 이어질 경우 자동차보험료 조정 압박이 다시 커질 수 있다고 보고 있다.
결국 자동차보험 적자가 장기화될 경우 그 부담이 향후 보험료에 반영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보험료를 올렸는데도 손해율이 잡히지 않는 이유는 단순한 사고 증가가 아니라 원가 상승, 보험금 누수, 기후 리스크가 동시에 작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세 변수를 얼마나 줄이느냐가 자동차보험 시장의 핵심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토요경제 / 김연수 기자 kys@sateconom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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