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압박에 밀가루값은 내렸지만”… 라면·과자·빵 업계는 ‘난색’

이슬기 기자

lsg@sateconomy.co.kr | 2024-03-20 17:03:25

▲ 사진=연합뉴스

 

정부가 전청부지로 치솟는 밥상 물가를 잡기 위해 식품업계를 압박하고 나서자, CJ제일제당이 가장 먼저 소비자 판매용 밀가루 제품 가격을 내리며 정부 정책에 동참하고 나섰다. CJ제일제당의 가격인하 행보가 전 식품업계로 확산할 것이란 예상이 나오는 있지만, 정작 밀가루를 주 원료로 사용하는 라면·과자·빵 업계는 난색을 표하고 있다. B2B 시장과 B2C 시장의 특성이 다르다는 이유에서다.

20일 업계에 따르면 CJ제일제당은 오는 4월 1일부터 중력 밀가루 1㎏, 2.5㎏ 제품과 부침용 밀가루 3㎏ 등 3종의 일반 소비자 판매용 밀가루 가격을 인하한다. 대형마트 정상가격 기준 인하율은 제품별로 3.2%~10% 수준이며, 평균 인하율은 6.6%다. 이에 삼양사와 대한제분 등 제분업계가 밀가루 인하 폭과 시기 등을 조율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농림축산식품부는 지난 13일 CJ제일제당과 오뚜기, 롯데웰푸드 등 19개 식품업체 대표들과 간담회를 열고 물가안정 노력에 협조할 것을 주문했다.

이날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2022년 고점 대비 절반가량 하락했으나, 밀가루, 식용유 등 식품가격에 제대로 반영되지 않아 고물가를 유발한다는 지적이 있다”며 “원료 가격 상승을 이유로 가격을 인상했다면 하락 시에는 제때, 그리고 하락분 만큼 제대로 내려야 국민이 납득할 수 있는 합리적인 경영활동이라 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밀가루를 원재료로 하는 라면이나 빵, 과자 등의 식료품 가격 인하로 이어질지는 불확실한 상황이다.

라면업계 한 관계자는 “이미 지난해 한 차례 가격을 인하한 상황이라 추가적인 가격 인하를 검토하고 있지 않다”며 “CJ제일제당이 인하한 제품은 B2C 제품으로 생산가격에 영향을 주지 못한다”며 곤란함을 비쳤다.

제과 업계도 난처한 상황이다. 제과 업계 한 관계자는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지만 인하계획은 전무한 상태”라며 “밀가루 가격이 내린 건 맞지만, 가격방어 시간도 필요하다. 또 밀가루만 쓰는 기업도 아니고 유지나 카카오 원두 값 등 다른 부자재 가격은 내린 게 없다”고 밝혔다.

업계 특성상 밀가루 가격 인하가 곧바로 식료품 가격 인하로 이어지기에는 어려울 것이라는 견해도 있다.

CJ제일제당 측은 “국제 밀 가격 인하가 B2B에 납품되는 가격으로 바로 반영되기 어렵다”며 “기업마다 계약, 조정 시점이 달라서 상시로 조정되며 B2C처럼 일괄적으로 인하하긴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앞서 지난해 6월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라면 업계를 언급하며 물가 안정 기조에 참여해 달란 뜻을 밝혔고, 이에 농심과 삼양라면, 오뚜기, 팔도 등 라면 4사가 줄줄이 가격을 인하한 바 있다.

한편 지난 18일 윤석열 대통령은 서울 서초구 농협하나로마트 양재점을 찾아 물가를 점검하고 “과도한 가격 인상, 담합 같은 시장 교란 행위와 불공정 행위로 폭리를 취하면 엄정하게 대응하겠다”고 경고했다. 이에 공정거래 위원회는 지난 19일 설탕 제조사인 CJ제일제당, 삼양사, 대한제당 본사에 조사원들을 파견해 담합 여부를 조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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