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J제일제당·빙그레·오리온, 제로슈거 넘어 ‘혈당 전쟁’
당 함량 경쟁서 한 끼·식후관리로 전선 확대
저당시장 3년간 36.9% 성장…일상식까지 확산
기능성 표시와 치료효과는 별개…맛·가격·신뢰가 관건
김은선 기자
kes@sateconomy.co.kr | 2026-10-08 17:21:37
제로슈거로 붙었던 식품업계의 다음 승부처가 ‘혈당’으로 넓어지고 있다. 당을 덜어내는 경쟁에서 한 끼의 구성과 식후까지 고려하는 제품 경쟁으로 전선이 이동하는 모습이다.
8일 식품업계에 따르면 CJ제일제당과 빙그레, 오리온 등 주요 식품업체들은 저당 제품의 범위를 음료와 간식에서 도시락·그래놀라·기능성 표시 음료 등 일상식으로 확대하고 있다.
업체별 접근은 다르다. CJ제일제당은 저당과 영양 구성을 앞세운 식사형 제품으로 영역을 넓히고 있고, 빙그레와 오리온은 기능성 원료를 활용해 식후 관리까지 메시지를 확장하고 있다.
혈당 관리 식품만을 따로 집계한 시장 통계는 아직 제한적이지만 인접 시장인 저당 식품은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와 유로모니터 자료를 인용한 업계 집계에 따르면 국내 저당 식품 시장은 2022년 3010억원에서 지난해 4120억원으로 3년간 36.9% 커졌다.
초기에는 탄산음료와 아이스크림 등 기호식품이 성장을 이끌었지만 최근에는 시리얼과 소스, 장류, 도시락 등 일상식으로 제품군이 넓어지면서 시장 외연도 함께 확대되고 있다.
CJ제일제당(대표 윤석환)은 지난달 ‘밸런스밀 저당 도시락’ 3종을 내놨다. 닭가슴살과 현미·흑미·귀리 등을 활용한 통곡물밥을 구성하고 제품당 단백질을 20g 이상 담았다.
기존 프로틴 바와 쉐이크 중심이던 밸런스밀을 한 끼 식사로 확장한 것이 특징이다. 단순히 당류를 낮추는 데서 그치지 않고 단백질과 곡물 구성을 묶어 식사 자체를 설계하는 방식이다.
빙그레(대표 김광수)는 지난 8월 기능성 표시 식품 ‘식후관리 워터’를 출시했다. 바나바잎 추출물을 넣고 당류를 0g으로 설계했다. 식사 뒤라는 섭취 시점을 특정해 기존 제로 음료와 차별화를 시도했다.
오리온(대표 이승준)은 지난 7월 ‘마켓오네이처 오!그래놀라 저당 카카오’를 선보였다. 난소화성말토덱스트린을 적용하고 1회 섭취량 30g 기준 당류를 1g대로 낮췄다.
빙그레와 오리온 제품은 식후 혈당 상승 억제에 도움을 줄 수 있다고 알려진 기능성 원료를 사용한 기능성 표시 식품이다. CJ제일제당의 저당 도시락과는 제품 성격이 다르다.
식품업계가 제품 설계 범위를 넓히는 배경에는 건강관리에 대한 소비자 관심도 자리 잡고 있다.
질병관리청 국립보건연구원이 건강보험 청구자료를 분석한 결과 30세 미만 2형 당뇨병 유병률은 2008년 인구 10만명당 73.3명에서 2021년 270.4명으로 약 4배 늘었다. 같은 기간 발생률도 27.6명에서 60.5명으로 2.2배 증가했다.
다만 젊은층 당뇨 증가를 특정 저당·기능성 제품의 수요 증가와 직접 연결해서는 안 된다. 산업적으로 주목할 부분은 건강관리 관심이 높아지는 과정에서 업체들이 당류 함량뿐 아니라 단백질과 식이섬유, 식후 섭취 등으로 제품 설계 범위를 넓히고 있다는 점이다.
제로슈거와 혈당 관리 제품의 경쟁 방식도 다르다.
제로슈거 시장에서는 당류 0g처럼 소비자가 바로 이해할 수 있는 숫자가 제품 선택의 중요한 기준이 됐다. 반면 기능성 표시 식품은 어떤 원료를 사용했는지, 어떤 방식으로 섭취하는지까지 함께 설명해야 한다.
규제상 구분도 분명하다. 기능성 표시 식품은 건강기능식품이나 의약품이 아니다. 과학적으로 기능성이 확인된 원료 등을 일정 기준 이상 사용해 관련 정보를 표시할 수 있는 일반식품이다. 질병 예방이나 치료 효과가 있는 것처럼 광고해서도 안 된다.
따라서 ‘저당’과 ‘혈당 관리’를 같은 의미로 받아들이는 것도 경계해야 한다. 식후 혈당에는 당류뿐 아니라 전체 탄수화물의 양과 종류, 식사량과 조리 방식 등 여러 요인이 함께 영향을 준다.
식품업체 입장에서는 시장을 넓힐 기회와 함께 소비자에게 정확하게 설명해야 할 책임도 커지는 셈이다.
이종우 남서울대 유통마케팅학과 교수는 토요경제에 “저당 제품 확대는 일시적인 유행이라기보다 헬시플레저가 일상화하면서 나타난 소비시장 변화로 볼 수 있다”며 “아직 제로슈거처럼 소비자의 관심이 바로 구매로 이어지는 단계는 아니어서 맛을 확보하고 제품을 선택할 이유를 명확하게 전달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당뇨환자만을 대상으로 하면 소비층이 제한될 수 있다”며 “일반인이 음식을 즐기면서 건강을 관리할 수 있다는 방향으로 접근해야 시장을 넓힐 수 있다”고 설명했다.
제로슈거가 ‘무엇을 뺄 것인가’의 경쟁이었다면 다음 시장은 ‘한 끼를 어떻게 설계할 것인가’의 경쟁에 가깝다. 승부는 혈당이라는 단어를 앞세우는 데 있지 않다. 맛과 가격을 유지하면서 기능성에 대한 신뢰를 반복 구매로 연결할 수 있느냐가 시장 확대를 가를 전망이다.
토요경제 / 김은선 기자 kes@sateconom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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