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포커스]'3천만원 문턱'서 '실버게이트 파산' 암초 만난 비트코인

가상화폐은행 실버게이트 파산발표 후 급락세...'2만달러벽' 붕괴 위협
업비트 등 국내 거래소도 7%대 폭락 흐름...이더리움도 동반추락 약세
채굴용 전기에 과세 등 악재 겹쳐 전망 불투명...장기침체 가능성 낮아

이중배 기자

dialee09@naver.com | 2023-03-10 16:51:07

▲가상화폐 거래은행 실버게이트의 파산결정에 비트코인과 이더리움 가격이 급락세를 보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제공>

 

대형 가상화폐 거래소 FTX파산으로 큰 홍역을 치른 후 견고한 흐름을 보이던 가상화폐(암호화폐) 시장이 실버게이트 사태로 다시 요동을 치고 있다.


미국의 주요 가상화폐 거래은행인 실버게이트가 FTX파산 후폭풍의 파고를 넘지 못한 채 뱅크런(대규모 인출 사태) 우려를 견디지 못하고 스스로 청산을 결정을 내린 탓이다.

 

실버게이트 파산 결정 전까지만해도 금방이라도 3천만원을 다시 돌파할 것이란 기대감이 팽배했으나, '3천만원 문턱'에서 암초를 만난 꼴이다.


실버게이트은행은 시그너처 은행과 함께 가상화폐 기반의 금융을 취급하는 주요 은행으로 꼽혀 왔다. 가상화폐 회사 간 자금의 이체를 실시간 제공하는 결제 네트워크를 제공해왔다.

▶ 실버게이트 파산 결정 후 비트-이더, 동반 7% 이상 급락

실버게이트는 가상화폐를 활용한 예금, 환전, 대출 같은 금융 상품을 출시하며 초고속 성장을 계속해왔다. 그러나 FTX파산 불똥이 옮겨붙으면서 유동성 위기가 찾아왔고, 주요 거래업체들이 발을 빼면서 끝내 청산의 길로 접어든 것이다.


미국의 가상화폐 전문가들은 "실버게이트는 암호화폐 산업을 위한 주요 달러 뱅킹 제공업체 중 하나였다"며 "실버게이트의 파산은 당분간 이 시장에 적지않은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관측했다.


실버게이트의 파산 결정에 가상화폐 시장은 즉각 반응했다. 모회사인 실버게이트캐피털이 8일(현지시간) 은행 부문의 영업을 중단하고 청산하기로 공식 발표한 이후 전세계 비트코인, 이더리움 등 주요 가상화폐 가격이 급락세를 보이고 있다.


9일(미 동부시간) 오후 7시 기준 가상화폐 대표주자인 비트코인 1개 가격은 24시간 전보다 6.35% 급락한 2만350달러(2696만원)에 거래됐다. 한 때 2만50달러(2656만원)까지 떨어지며 2만달러선이 위협받기도 했다. 올해 최고점이었던 2만5270달러(3335만6천원)에 비해 약 20%가 하락한 것이다. 두 달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이다.


가상화폐 시장의 기축 코인 역할을 하는 비트코인의 급락은 다른 코인, 즉 알트코인의 시세에도 그대로 영향을 미쳐 이더리움 가격과 거의 비트코인과 같은 낙폭을 보여줬다. 1700달러(224만4천원)를 돌파했던 이더리움은 6.25% 하락하며 1436달러(190만원)로 주저앉았다.


국내 시장에서도 비트코인을 비롯한 주로 가상화폐 가격은 줄줄이 하락세를 나타냈다. 10일 오후 2시 20분 현재 주요 거래소인 업비트 기준 1비트 가격은 2692만5천원으로 24시간 전(2천908만9천원)에 비해 7.44% 폭락했다.

▶ 연준 금리인상 가능성 등에 당분간 '약세장' 예상

같은 시각 빗썸에서도 7.46% 떨어진 2686만7천원에 거래 중이다. 이더리움도 상황은 비슷했다. 업비트 기준 국내 이더리움 가격은 24시간 전에 비해 7.05% 내린 191만2천원에 거래되고 있다.


가상화폐 가격의 급락은 실버게이트 청산 결정이 직접적인 원인이지만, 최근 가상화폐 시장을 둘러싼 악재들과 맞물리며 낙폭을 키웠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우선 미 바이든 행정부가 가상화폐 채굴에 사용되는 전기요금의 30%에 대해 소비세를 부과하려는 움직임이 알려진 점이 비트코인 등 채굴형(POW) 가상화폐 가격 하락을 부채질 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비트코인과 같은 이른바 'POW'(작업증명)형 코인은 채굴에 필요한 컴퓨터나 전용단말기를 구동하기 위해선 막대한 전기를 사용한다. 여기에 과세를 한다면 투자가 위축될게 뻔하고, 결국 불확실성이 높아지는 우려감이 수요 위축을 부추긴다는 것이다.


특히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의 매파적(통화긴축 선호) 발언이 이어져 불안전 자산 기피현상이 가속화될 것이란 전망도 가상화폐 시장 전반의 투자 분위기를 위축시킨 것으로 풀이된다.


연준은 이달 22일로 예정된 FOMC정례회의서 기준금리를 또다시 0.5% 인상하는 빅스텝을 단행할 것이 유력시되고 있다. 여기서 그치지 않고 긴축 기조를 유지, 최종 금리를 6.0%까지 상향조정할 것이란 비관적 전망까지 대두되는 상황이다.


이와함께 마이클 바 연준 금융감독 담당 부의장이 9일(현지시간) "금융 안정성에 위협이 될 수 있는 스테이블 코인을 규제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하고 나선 것도 가상화폐 시장엔 악재로 평가할만하다.

▶ '내성' 강해져 장기 침체로 이어질 가능성은 낮아

월스트리트저널(WSJ) 등의 보도에 따르면 바 부의장은 이날 미리 배포한 피터슨국제경제연구소(PIIE) 연설 서면 자료를 통해 규제받지 않은 채 광범위하게 퍼지고 있는 스테이블 코인이 금융 안정성을 위협할 수 있다고 규제 필요성을 피력했다.


여러가지 악재가 한꺼번에 밀려들면서 비트당 3천만원 돌파를 기대케했던 비트코인을 필두로 주요 가상화폐 가격은 당분간 약세를 면치 못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지난 1월에만 약 40% 상승한 비트코인을 비롯해 가상화폐 시장 전반에 돌던 온기가 돌며 대세 상승기 진입을 기대했던 국내 많은 가상화폐 투자자들은 실망감을 감추지 못하는 모습이다.


그러나, 이번 실버게이트 사태로 촉발된 가상화폐 시장의 위축이 그리 오래가지는 않을 것이라고 내다보는 전문가들도 적지않다. 

 

지난해 FTX파산과 루나사태 등으로 한차례 홍역을 치르면서 가상화폐 시장이 충격을 흡수할만한 내성을 갖춘데다가 이제는 가상화폐 수급 구조가 비교적 안정성을 갖춰 장기 침체로 이어지지는 않을 것이란 전망이다.


업계에선 이달 말로 예정된 이더리움의 상하이 업그레이드가 재상승의 모멘텀이 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번 업그레이드의 핵심은 스테이킹(예치)한 이더리움을 중도에 찾을 수 있게 하는 것을 말한다. 현재 이더리움은 예치 중엔 인출을 할 수 없어 자유로운 거래를 막고 유동성을 떨어트린다는 지적을 받고있다.

 

FTX 파산에 이어 실버게이트 파산 결정이란 또 하나의 대형 악재를 만난 가상화폐 시장이 어떻게 위기를 극복하고 재상승 기류에 올라탈 수 있을 지 주목된다.

 

토요경제 / 이중배 기자 dialee09@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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