웅진씽크빅, 글로벌 에듀테크 흐름 타나

듀오링고 AI로 콘텐츠 제작 10배 확대…웅진컴퍼스 40개국 유통망에 AI 접목
OECD "범용 AI보다 교육과정 결합 중요"…스마트올, 학교·교과서별 학습 설계

황세림 기자

hsr@sateconomy.co.kr | 2026-08-18 17:25:30

▲ 웅진씽크빅이 중등 AI 학습 플랫폼 ‘웅진스마트올 중학’에 2학기 전 학년 내신 진도 강좌를 개설했다 [웅진씽크빅]

 

웅진씽크빅이 인공지능(AI)을 단순 학습 보조 기능에서 교과과정과 학습 데이터를 연결하는 플랫폼으로 확장하고 있다. 최근 글로벌 에듀테크 기업들이 범용 AI보다 교과 콘텐츠에 특화된 맞춤형 AI로 무게중심을 옮기는 가운데 웅진씽크빅도 초등에 이어 중등 내신과 영어교육까지 적용 범위를 넓히고 있는 모양새다.

18일 웅진씽크빅에 따르면 중등 AI 학습 플랫폼 '웅진스마트올 중학'에 2학기 전 학년 내신 진도 강좌를 개설했다.

2022 개정교육과정이 적용되는 중학교 1·2학년과 3학년을 대상으로 국어·영어·수학·사회·역사·과학 등 주요 과목을 갖췄다. 국어와 영어는 출판사별 교과서와 평가문제집, 내신 기출문제를 연계하고 수학은 기본·발전·심화 과정으로 나눴다.

핵심은 콘텐츠 수보다 '개인화'다. 학생이 학교와 학년을 입력하면 사용하는 교과서에 맞춰 학습 과정을 구성하고, AI가 학습 패턴을 분석해 수준별 학습 계획을 제안한다. 웅진스마트올 중학은 이미 AI 영어·수학과 오답 관리, 시험특강 등을 운영하고 있다.

이 같은 방향은 세계 에듀테크 시장의 변화와 맞닿아 있다.

OECD가 올해 1월 발표한 '디지털 교육 전망 2026'은 "생성형 AI를 교육에 적용할 때 단순히 답을 제공하는 것과 실제 학습 효과를 높이는 것을 구분해야 한다"고 분석했다. 범용 생성형 AI는 과제 수행 능력을 높여도 학습 자체로 이어지지 않을 수 있지만, 교육 목적에 맞춰 설계한 AI는 학습 효과를 높일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OECD 조사에서는 중등 교사의 37%가 2024년 업무에 AI를 사용했고 57%는 AI가 수업계획 작성이나 개선에 도움이 된다고 답했다. OECD는 생성형 AI 기반 지능형 튜터가 학생에게 질문하고 힌트를 주면서 학습 전략을 바꾸는 방식으로 기존 디지털 학습을 발전시킬 수 있다고 봤다.

이 기준에서 보면 에듀테크 경쟁의 초점도 'AI를 넣었느냐'에서 'AI에 어떤 교육 콘텐츠와 데이터를 연결했느냐'로 이동하고 있다. 일반적인 생성형 AI가 다양한 질문에 답한다면 교육기업은 검증된 교과 콘텐츠, 문제은행, 학생별 학습 이력을 결합해 특정 학습 목적에 최적화할 수 있다는 것이다.

웅진씽크빅이 학교와 교과서에 따라 내신 학습과정을 자동으로 구성하는 것도 이런 형태다. 자체 교과 콘텐츠에 학생별 학습 데이터가 누적될수록 추천과 오답 관리, 수준별 문제 제시를 세분화할 여지가 커진다.

해외에서는 이미 콘텐츠 생산 단계에서도 AI 활용 속도가 빨라지고 있다.

글로벌 언어교육 플랫폼 듀오링고는 AI를 활용해 올해 1분기에만 언어 과정의 학습 단위인 '스킬' 2만500개를 제작했다. 2024년 분기당 1800개, 지난해 7100개와 비교하면 AI 도입 이후 콘텐츠 생산 속도가 크게 높아졌다. 듀오링고는 AI를 실시간 회화 서비스와 수학 등 신규 과목 제작에도 활용하고 있다.

듀오링고의 전략은 AI가 교육기업의 비용 구조까지 바꿀 수 있음을 보여준다. 사람이 일일이 제작하던 문제와 강의, 대화형 콘텐츠를 AI가 지원하면 같은 인력으로 훨씬 많은 학습 콘텐츠를 만들 수 있다. 이용자가 늘면 다시 학습 데이터가 쌓이고 이를 개인화 서비스에 활용하는 구조도 가능하다.

듀오링고는 2025년 4분기 기준 일간활성이용자(DAU) 5270만명과 유료 가입자 1220만명을 확보했다. 올해는 단기적인 수익화보다 AI 기능 이용자를 확대해 장기 이용자를 늘리는 전략에도 힘을 싣고 있다.

AI가 실제 학습 효과를 높일 수 있다는 데이터도 쌓이고 있다.

글로벌 교육기업 피어슨은 지난달 자사 AI 학습도구 관련 연구 결과를 공개했다. 약 7900만건의 디지털 교재 이용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AI 학습도구를 사용한 학생은 그렇지 않은 학생보다 적극적인 읽기 행동을 보일 가능성이 3배 높았다고 밝혔다. 별도의 6만2000여명 분석에서는 AI 기반 맞춤형 문제를 이용한 학생이 추가 학습시간 없이 초기 숙련 단계에 도달할 가능성이 90% 높게 나타났다. 피어슨 자체 연구라는 점을 감안할 필요가 있지만, 글로벌 교육기업들이 AI 투자 성과를 단순 이용시간이 아니라 학습 행동과 숙련도로 측정하기 시작했다는 점은 주목할 부분이다.

칸아카데미도 같은 방향이다. AI 튜터 '칸미고(Khanmigo)'를 운영하면서 지난해 10월부터 올해 4월까지 실제 학생 이용 데이터를 기반으로 제품 실험을 반복했고, 최근 공개한 테스트에서는 학습 관련 핵심 지표를 6%포인트 개선했다. 단순한 AI 대화 기능보다 학생이 도움을 받은 뒤 스스로 다음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지를 측정한다.

웅진씽크빅에도 이 같은 흐름은 기회다. 기존 교육기업이라는 점이 오히려 AI 시대에는 자산이 될 수 있다. 수십 년간 확보한 교과 콘텐츠와 문제, 출판 저작물을 AI가 활용할 수 있는 디지털 데이터로 전환하면 새로운 콘텐츠를 처음부터 만드는 것보다 사업 확장 속도를 높일 수 있기 때문이다.

최근 움직임은 이미 스마트올 밖으로 확대되고 있다.

자회사 웅진컴퍼스는 지난달 AI 학습관리 플랫폼 '컴퍼스 클래스핏(Compass Classfit)'을 출시했다. 자체 교재를 기반으로 숙제를 자동 출제하고 AI가 실시간으로 채점한다. 학생별 피드백과 학습성취도 분석은 물론 학습 부진이나 이탈 가능성도 파악한다.

특히 웅진컴퍼스는 영어교육 콘텐츠를 약 40개국에 공급하고 있다. 기존 해외 출판 유통망에 AI 학습관리 시스템을 얹으면 종이책 판매에서 디지털 코스웨어로 사업 모델을 확장할 수 있다. 해외 시장에서 별도의 브랜드와 판매망을 처음 구축해야 하는 국내 에듀테크 스타트업과 다른 지점이다.

해외 기술 검증도 이어지고 있다. 웅진씽크빅은 올해 'CES 2026'에서 AI 독서 플랫폼 '북스토리(Booxtory)'와 AI 영어 스피킹 서비스 '링고시티(Lingocity)'로 혁신상을 받았다. 북스토리는 책과 AI를 결합하고 링고시티는 생성형 AI와 가상공간을 활용해 대화형 영어 학습을 제공한다.

사업 확대와 함께 실적 흐름도 개선되고 있다. 웅진씽크빅의 올해 2분기 연결 영업이익은 38억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7% 증가했다. 당기순이익은 11억원으로 흑자로 돌아섰고, 상반기 누적 영업손익도 지난해 71억원 적자에서 올해 약 4억원 흑자로 전환했다.

웅진씽크빅의 AI 전략에서 눈여겨볼 부분은 개별 서비스보다 연결 구조다. 스마트올에서는 학교·교과서·학생 수준을 묶고, 웅진컴퍼스에서는 교재·숙제·채점·학습분석을 연결한다. 북스토리와 링고시티에서는 독서와 영어회화까지 AI 적용 분야를 넓혔다.

듀오링고가 AI로 콘텐츠 생산량을 늘리고, 칸아카데미와 피어슨이 AI를 학습 효과 측정 도구로 발전시키는 것처럼 웅진씽크빅도 기존 교육 콘텐츠를 데이터 기반 서비스로 바꾸는 단계에 들어섰다. 중등 내신 강좌 확대는 하나의 신상품 출시라기보다 기존 학습지·출판 콘텐츠를 AI 코스웨어로 전환하는 과정의 한 단면에 가깝다.

AI가 교육기업의 콘텐츠 생산비를 낮추고 학생별 맞춤 학습의 정밀도를 높이는 흐름이 이어진다면 오랜 기간 교육 콘텐츠를 축적한 업체의 자산 가치도 달라질 수 있다. 웅진씽크빅에는 '교재를 얼마나 많이 갖고 있는가'보다 이 콘텐츠를 AI가 읽을 수 있는 데이터로 얼마나 빠르게 전환해 국내외 학습 플랫폼에 연결하느냐가 새로운 경쟁력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향후 회사의 행보에 귀추가 주목된다.

토요경제 / 황세림 기자 hsr@sateconomy.co.kr

[ⓒ 토요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